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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속의 인물] 질병의 원인이 세균임을 밝혀낸 ‘세균학의 아버지’ 로베르트 코흐
[역사 속의 인물] 질병의 원인이 세균임을 밝혀낸 ‘세균학의 아버지’ 로베르트 코흐
  • 예병일 연세대 의과대학 생화학과
  • 승인 2010.12.06 11: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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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에드워드 제너는 1796년에 천연두를 예방할 수 있는 종두법을 발견함으로써 역사적으로 인류를 위협하는 가장 큰 적이었던 전염병이 예방 가능함을 보여 줬다. 19세기 후반에 프랑스에서는 눈에 보이지 않는 미생물이 전염병의 원인이라 생각한 루이 파스퇴르가 제너의 방법을 응용해 닭 콜레라, 탄저, 광견병을 예방할 수 있는 백신을 개발했다. 파스퇴르가 해결한 질병 중 닭 콜레라와 탄저는 세균, 광견병은 바이러스가 원인이므로 세균과 바이러스에 대한 질병을 모두 해결했다는 점에서 ‘미생물학의 아버지’라는 별명을 가지게 됐다.

오늘의 주인공 로베르트 코흐(1843.12.11 ~ 1910.5.27)는 이들과 함께 의학의 역사에서 패러다임을 바꿀 만한 위대한 업적을 남긴 인물 중 한 명이다. 1843년에 프러시아에서 출생한 그는 보불전쟁에 군의관으로 참전하는 등 모험을 즐기는 성격의 소유자였다. 전쟁이 끝난 후 결혼한 그는 시골에서 개업을 했고, 모험적인 성격을 접어둔 남편을 위로하기 위해 아내가 현미경을 선물한 것이 코흐가 세균학자로서의 인생을 살게 된 계기가 됐다.


여유시간을 이용해 당시 유럽에서 큰 문제가 되고 있던 탄저를 연구한 그는 간상체 모양의 탄저균을 발견함으로써 유명세를 타기 시작했다. 그는 1880년에 베를린 국립 보건연구소장으로 일해 달라는 정부의 제안을 받아들였고, 이 연구소는 곧 프랑스의 파스퇴르 연구소와 함께 세계적인 연구기관으로 발전했다. 그는 1882년에 결핵균, 1883년에 콜레라의 원인이 되는 세균을 발견함으로써 명성을 더해 갔다.

코흐는 1884년에 특정 병원균이 특정 질병을 일으키는 사실을 증명하기 위한 기준으로 사용될 수 있는 4대 원칙을 정립했고, 1890년에 이를 논문으로 발표했다. 이 원칙은 후대의 과학자들이 질병의 원인이 되는 다른 병원균을 발견하기 위한 기준으로 널리 사용됨으로써 그가 훗날 ‘세균학의 아버지’라는 별명을 갖게 되는 계기가 됐다.

코흐는 1891년에 자신을 위해 설립된 베를린 전염병 연구소의 책임자로 취임했다. 이 연구소에서는 각종 전염병의 원인균과 치료법을 찾기 위한 연구를 진행했으며, 세균 연구방법의 발전에도 큰 공헌을 했다. 디프테리아 예방법을 개발해 1901년에 첫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한 에밀 폰 베링을 비롯해 파울 에를리히, 기타사토 시바사부로, 율리우스 페트리, 월터 헤세, 프리드리히 뢰플러 등 역사에 이름을 남긴 수많은 연구자들이 여기를 거쳐 갔다.

결핵균 치료제 개발의 실패로 한동안 침체기를 보낸 코흐는 1896년 이후 우두, 말라리아, 수면병, 페스트 등을 연구하면서 여러 나라와 학회에서 수많은 상과 감사패를 받았고, 1905년에는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로 결정돼 과학자로서의 인생에 절정기를 보냈다. 1912년 3월 24일, 결핵균을 발견한 날을 기념해 베를린 전염병연구소는 로베르트 코흐 연구소라는 이름으로 개명했으나 이보다 2년 앞서 세상을 떠난 코흐는 이 자리에 함께 하지 못했다.

질병의 원인이 세균임을 밝혀낸 코흐의 발견 이후 1910년에 파울 에를리히가 매독 치료제인 살발산 606호를 개발한 것을 필두로, 알렉산더 플레밍의 페니실린 발견(1945년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 게르하르트 도마크의 술폰아마이드계 약물 발견(1939년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 셀먼 왁스만의 스트렙토마이신 발견(1952년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 등이 이어지면서 인류는 특정 질병의 원인이 되는 병원균을 치료할 수 있는 약을 가지게 됐다. 이로써 유사 이래 계속된 전염병과의 전쟁에서 승리를 눈앞에 두게 됐다. 이로 인해 인류의 수명이 급격이 늘어나게 됐고, 이제는 전염병의 시대가 가고, 생활습관병의 시대가 왔다고 할 정도로 질병 양상이 변해가고 있는 중이다.

예병일  연세대 의과대학 생화학과

연세대에서 박사학위를 했다.연세대 원주의과대학에서 생화학과 의료인문학을 담당하고 있다. 저서로 『현대의학, 그 위대한 도전의 역사』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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