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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텍스트로 읽는 책갈피] “자포니슴의 영향력 미미했다”
[텍스트로 읽는 책갈피] “자포니슴의 영향력 미미했다”
  • 교수신문
  • 승인 2010.12.06 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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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상주의 - 모더니티의 정치사회학』 홍석기 지음 | 생각의나무 | 2010.11 | 472쪽

 

『인상주의 - 모더니티의 정치사회학』 홍석기 지음  |  생각의나무  |  2010.11  |  472쪽

인상주의가 선호한 우키요에의 요소는 일본 풍경이나 특정 인물을 묘사하는 데서 드러난 기법적 측면이었지 일본 근대미술이 갖고 있었던 주제의 측면은 아니었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인상주의에 대한 자포니슴 영향을 다룬 문헌들에서 나타나는 실제 이상의 과장이나 확대해석은 바르게 고쳐질 필요가 있다. 모네 등 몇몇 화가의 일부 그림에서 유키요에의 영향은 뚜렷하지만, 그런 그림들은 인상주의 그림 전체를 놓고 보면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그리고 더욱 중요한 점은 인상주의의 본질적인 특징을 규정하는 마네의 모더니즘, 모네의 인상주의, 그리고 세잔의 입체적 형식주의에 우키요에가 미친 영향은 거의 없으며, 피사로나 르루나르의 경우 일본 근대미술에 별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서유럽에서 자포니슴의 바람이 1910년과 1920년 사이에 사라지고 있었다는 것은 자포니슴이 동양 취미의 하나로 일시적인 유행에 그쳤음을 말해준다. 자포니슴의 소멸은 말 그대로 그 역할이 끝났기 때문이다. 마부치 아키고가 지적하듯, 서구세계에서 매력적인 타자였던 일본이 동양의 이웃나라를 무참히 짓밟는 야만적인 침략국이라는 사실이 서양 대중에게 널리 알려지게 된 이상, 일본은 더 이상 서구세계에서 환상적이고 이국적인 역할을 연기할 수 없게 된 것이다. 조선 침략을 끝낼 무렵을 전후해서 일본미술은 서양에서 신선미를 잃었으며 싫증나는 것에 불과한 무용지물로 전락하게 됐다. 결과적으로 인상주의가 수용하고자 한 것은 일본미술의 흥미로운 양식적 기법이었을 뿐, 다른 한구석에서 일본 근대미술의 주제가 갖고 있었던 이데올로기적 일방주의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었음을 말해준다.

그런 점에서 인상주의에서 자포니슴적 요소는, 19세기 식민지시대 일부 프랑스 화가들이 아라비아 세계의 현란함 속에 빠져들었던 오리엔탈리즘 회화나 고갱의 원시주의, 그리고 피카소가 아프리카 미술에서 받았던 부분적 영감에 비유되는 수준의 것으로 보인다.

□ 저자 홍석기는 연세대에서 박사를 했다. 현재 미국 에너지성 산하 로런스 버클리 국립연구소의 한국 분원인 버클리 코리아 리서치 센터의 수석연구원 겸 상임고문으로 있다. 서양미술사학계에서 서구 및 일본 연구자를 중심으로 자포니슴이 인상주의에 깊은 영향을 준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실제로 자포니슴이 인상주의에 미친 영향은 미미하다”는 독특한 주장을 펼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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