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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명예·특권 결합한 결과” 비판
“부·명예·특권 결합한 결과” 비판
  • 이영학 동의대 교직과
  • 승인 2010.12.06 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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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사 대학평가를 평가한다] ③ 해외에서는 어떻게 하나

언론사 대학 순위평가는 대학에 입학하려는 학생과 학부모에 대한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1983년 <유에스 뉴스 앤 월드 리포트>에 의해 시작됐으며 2000년 이후 경쟁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심지어 다른 기관에서 실시한 순위평가 결과 몇 개를 짜깁기하거나 일부 평가결과를 덧붙여 자신들의 순위평가 결과로 발표하는 경우도 있다. 순위평가의 대상도 대학, MBA,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에 집중되던 관례에서 벗어나 사실상 모든 학문 분야로 확대되고 있으며, 국제화의 진전에 따라 국가 내 대학들에 대한 순위평가와 아울러 세계 대학들을 대상으로 하는 순위평가가 관심의 대상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주로 미국과 영국을 중심으로 한 영연방 국가에서 실시돼 온 대학 순위평가는 현재는 고등교육이 발달한 대부분의 국가에서 시행되고 있으며, 아시아에서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활발하게 시행되고 있다.

미국은 <유에스 뉴스 앤 월드 리포트>, <워싱턴 먼슬리>, <포브스> 등 다양한 언론사에서 미국 내 대학 순위를 발표하고 있는데 가장 많이 참고 되는 것은 <유에스 뉴스 앤 월드 리포트>가 발표하는 미국 대학 순위다.


<유에스 뉴스 앤 월드 리포트>는 카네기재단의 대학 분류에 따라 대학을 4개 집단으로 나눠 평가한다. 평판도 조사를 포함하는 8개 평가지표에 근거해 대학 순위를 발표하고 있다. 평가 결과가 발표되면 해당 사이트의 페이지뷰가 평소보다 20배 정도 증가하고, 가판에서 평가 결과가 수록된 잡지의 판매량이 50% 가량 증가한다고 알려져 있다. 또한 미시간대의 연구결과에 의하면, <유에스 뉴스 앤 월드 리포트>의 평가 결과는 고교에서 상위 10%에 속하는 학생들의 대학 입학 관련 의사결정에 영향력을 미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영국의 대학 순위는 리그테이블(League Table)로 불린다. 미국과 마찬가지로 다양한 언론사가 대학 순위를 발표하고 있다. 대표적인 언론사는 <더 타임스>, <가디언>, <인디펜던트>, <선데이 타임스> 등이다. 이들 리그테이블은 6~9개의 평가지표를 바탕으로 가중치를 반영해 산출한 점수에 의해 결정된다. 각각의 평가에서 활용하는 평가지표는 다소 차이가 있으나 대부분 학생의 만족도를 포함하고 있다. 평가결과 순위는 언론사별로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 리그테이블의 순위와 세계 대학 순위평가의 순위를 비교해 보면 일부 차이가 발생하기도 하는데 이는 사용하는 평가지표의 차이에서 기인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평가결과는 미국의 <유에스 뉴스 앤 월드 리포트>와 마찬가지로 웹사이트를 통해 서비스되며 책자로도 발간된다.

다른 기관 평가결과 짜집기해 순위 발표하기도

국가 내 대학 순위평가와 별도로 고등교육 전문출판사인 ‘THE’(Times on Higher Education)와 고등교육전문 리서치기관인 ‘QS’(Quacquarelli Symonds)는 2004년부터 세계대학 순위평가를 공동으로 실시하고 있다. THE-QS의 세계 대학 순위평가는 6개 평가지표를 활용해 순위를 산출하며 평가에서 평판도 조사가 차지하는 비중이 절반을 차지한다. 평판도 조사를 제외한 평가 자료는 평가 참여 대학이 웹사이트에 입력한 자료를 활용하는데, 자료에 대한 검증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또한 평판도 조사의 경우도 충분한 사례수를 확보하지 못했고 응답자가 특정 지역·국가에 편중돼 지속적인 비판을 받아왔다. THE는 이 평가를 실질적으로 주관하는 QS에 이러한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요구했으나 개선이 없자 QS와 결별하고 세계적인 연구평가기관인 ‘Thomson Reuter’와 공동으로 2010년부터 새로운 평가를 실시하고 있다. QS는 THE와 결별 후 <유에스 뉴스 앤 월드 리포트>, <조선일보>, <선데이 타임스> 등 언론사와의 파트너십을 확대하고 있다. 이들 언론사는 주로 QS의 평가 결과를 자신들이 수행하는 자국 내 평가 결과와 함께 상세히 소개만 하는 수준이나 조선일보의 경우는 QS와 공동으로 ‘QS-조선일보 아시아대학평가’를 실시하고 있다.

언론사 대학 순위평가는 정보 제공이라는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고 있을지 몰라도 대부분의 국가에서 비판에 직면하고 있는데, 이러한 비판들은 국가에 관계없이 대동소이하다는 특징을 보인다.

미국 <유에스 뉴스 앤 월드 리포트>의 대학 순위평가는 가중치가 자주 바뀌고 평가지표와 가중치 설정의 이론적 근거가 없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또한 <유에스 뉴스 앤 월드 리포트>의 평가지표는 엘리트 대학의 준거를 나열한 것에 불과하고, 평가결과 순위는 대학의 명예, 부, 특권의 세 가지 요소가 결합한 결과라는 비판을 받기도 한다. 한편에서는 정작 중요한, ‘대학이 학생들을 얼마나 잘 교육시키고 있으며 졸업 후 성공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지’에 대해서는 평가하지 않고 있음을 지적하고 있다.

영국에서는 대학이 순위에 지나치게 매달리는 점, 연구 등 특정 분야에서 강점을 보이는 대학이 평가결과 우수 대학에서 제외된다는 점, 전일제 학생에게만 포커스를 맞춘다는 점 등에서 문제가 있으며 결국 순위 평가는 영국 고등교육의 모습을 제대로 나타내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는다. 아울러, 신문을 팔기위한 것인지 학생에게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기 위한 것인지 의심스럽다는 비판도 있다.

‘신문 팔기 위한 것인지 의심스럽다’는 비판도

미국과 영국의 대학 순위평가에 대한 비판은 우리나라에서 제기되는 비판들과 큰 차이가 없는데 이를 간단히 요약하면 다음 세 가지로 대표된다. 첫째, 평가모형(특히 평가지표 및 가중치)에 대한 이론적 근거가 없다는 점이다. 미국, 영국, 우리나라 모두 순위평가에서 활용되는 정량지표의 통계치는 정부나 대학 관련 협의체에서 발표하는 통계치에 의존하고 있다. 따라서 평가모형의 이론적 배경은 없으며, 획득 가능한 자료에 따라 평가모형이 결정된다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 대학 순위평가에서 활용되는 평가지표의 수가 많다는 것은 우리나라의 대학정보공시가 미국이나 영국보다 많은 정보를 제공한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증명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둘째, 평판도 조사의 비중이 지나치게 높으며 조사대상이나 방법이 과학적이지 못하다는 점이다. <유에스 뉴스 앤 월드 리포트> 대학 순위평가의 영향에 대한 연구결과에 의하면, 기존의 순위는 평판도 조사에 영향을 미치게 돼 ‘순위→평판도→순위→평판도…’의 고리가 계속 재생산되는 문제점이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셋째, 대학의 특성을 반영하지 못하고 획일화시킨다는 점이다. 대학이 평가결과에 얽매이게 돼 대학 고유의 목표 달성에 대학 순위평가가 방해가 된다는 것이다.

대학들의 비판을 언론사들이 적극적으로 수용하는 움직임은 미국이나 영국에서 명확하게 나타나지 않고 있다. <중앙일보>가 대학들의 비판에 대응해 2011년부터는 평가 결과에 근거한 대학별 컨설팅 보고서를 제공하겠다고 한 것은 언론사 대학 순위평가에 대한 우리나라 대학들의 반발 강도가 영국이나 미국에 비해 훨씬 높다는 것을 말해준다.

언론사의 대학 순위평가에 대한 대학의 참여 거부는 국가별로 차이를 보이고 있다. 미국의 경우 일부 대학 또는 특수목적 대학들의 협의체에서 평가를 보이콧하겠다고 결의한 경우가 있었다. 또한 캐나다의 경우 2006년에 대규모 대학을 포함한 20여개 이상의 대학이 순위평가 방법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며 평가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그러나 영국의 경우는 비판은 활발하지만 평가를 보이콧하는 사례는 거의 발견되지 않고 있다.

반대 의견은 지방대학, 소규모 대학, 특수목적 대학 등을 중심으로 개진되고 있으며, 상위권 대학들은 별도의 의사표명을 하지 않는 편이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대학마다 이해관계가 다르고 평가에 필요한 자료들은 대학들의 협조가 없어도 확보가 가능하기 때문에 대학들의 언론사 순위평가 불참선언이 실효를 거둘지는 지켜봐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의 대학 순위평가에 있어 언론사와 대학은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언론사가 현재와 같은 순위평가 방법을 고수하는 한 대학의 반발은 계속될 것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열쇠는 언론사가 가지고 있다. 언론사들은 대학들의 반발을 최소화하기 위한 적극적인 대안을 마련하는 노력을 보이기를 기대한다.

이영학 동의대 교직과

1995년부터 한국대학교육협의회 연구원으로서 대학평가 업무를 담당해 왔으며, 현재는 동의대 교직과에 재직 중이다. 주요 관심·연구 주제는 대학평가를 중심으로 한 고등교육 관련 분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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