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교수들의 성평등 의식 실태를 조사한 결과가 발표돼 눈길을 끈다. 최정혜 경상대 교수(가정교육학과), 서의훈 경상대 교수(정보통계학과)가 경상대 교수들을 대상으로 성평등 의식 실태를 조사한 결과 성평등에 관한 남·여 교수 간 인식차가 다소 큰 것으로 나타났다.
경상대 여성연구소(소장 이혜숙), 여성과 성평등 연구회가 주최해 지난 25일 경상대 사회과학관에서 ‘대학사회와 성평등’을 주제로 한 2010년 경상대 여성연구소 학술대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서 최정혜 교수, 서의훈 교수는 경상대 남교수 86명, 여교수 58명 등 총 144명의 교수를 대상으로 성평등 의식 실태를 조사한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결과 응답자의 대학사회 내 성차별에 관한 인식정도는 5점 만점에 평균 2.32(남), 2.30(여)으로 나타나 성차별을 중간점수보다 낮게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남녀교수의 인식 수준은 비슷했다.
반면 남녀교수 간 답변이 크게 차이 나는 항목도 있다. 여교수채용목표제에 대한 인식을 조사한 결과 응답자 141명(남 86명, 여 55명) 가운데 남교수는 ‘조금찬성’이 53.5%로 가장 많고, 여교수는 ‘적극찬성’이 67.3%로 가장 많았다. 남교수는 ‘조금반대’와 ‘매우반대’를 합해 ‘반대’가 25.6%인데 반해 여교수는 19.1%로 조사됐다.
‘교수들이 생각하는 적절한 여교수 비율’에 대한 인식도 차이를 보였다. 응답자 125명(남 72명, 여 53명) 중 여교수 비율이 40% 이상이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남교수가 7명(9.7%)에 그친 데 반해 여교수는 15명(23.8%)이었다.
‘대학에서 여학생 비율만큼 여교수 비율이 증가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선 여교수 대다수가 찬성(94.5%)하는데 반해 남교수들은 찬성비율이 54.9%, 반대비율이 45.1%로 비슷했다.
‘대학에서 여교수 비율이 낮은 이유’에 대한 남녀교수의 생각도 달랐다. 응답자 132명(남 80명, 여 52명) 가운데 남교수는 ‘여성지원자의 학력 및 연구업적이 남성지원자에 비해 떨어지기 때문’이라는 항목에 가장 많이 응답(37.5%)한 반면, 여교수는 ‘인사관행 상 보이지 않는 성차별이 존재하기 때문’이라는 항목에 가장 높은 응답률(46.2%)을 보였다. ‘대학 내 주요정책 결정과정에 여교수가 적기 때문’이라는 응답에서도 여교수가 남교수에 비해 2배 가까이 높은 응답률을 보였다.
발제를 맡은 두 교수는 “교수들의 성차별에 대한 인식 정도가 낮게 나타나 성평등에 대한 관심과 인식을 좀 더 고취시킬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며 “양성평등에 대한 실질적인 노력이 거의 없기 때문에 대학 내 양성평등추진위원회가 내실화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경직된 대학사회에서 성평등 분위기를 확산하기 위해 성평등 연구를 활성화해 문제점을 드러내고, 개선점과 방안을 모색하는 것도 한 방안”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열린 학술대회에서 오정진 부산대 교수(법학전문대학원)가 「평등의 실행 공간으로서의 대학 : 당위와 현실」(토론 이시원 경상대)을 발표했고, 나임윤경 연세대 교수(문화협동과정)가 「남녀공학대학교는 ‘共’學인가?」에 대해 발표했다. 「대학에서의 성평등 현황 및 과제-경상대를 중심으로」 발표에는 허영희 한국국제대 교수(경찰행정학과)와 서미경 경상대 교수(사회복지학과)가 토론자로 참석했다.
김유정 기자 jeong@kyosu.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