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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박물관·미술관학 관련서 출간한 최병식 경희대 교수
[인터뷰] 박물관·미술관학 관련서 출간한 최병식 경희대 교수
  • 최익현 기자
  • 승인 2010.11.22 16: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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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의 용광로, 뮤지엄에 빠지다

침을 튀겨 가며 새로 출간한 ‘박물관·미술관학’에 관련된 책들을 설명하는 그의 모습은, 수집벽에 푹 빠져 있는 컬렉터로서의 박물관장과 흡사했다. 2004년부터 박물관과 맺어온 인연과 시간은 그가 매달려왔던 연구 대상을 거울처럼 쏙 빼닮게 만들었다.


『뉴 뮤지엄의 탄생』, 『박물관 경영과 전략』, 『뮤지엄을 만드는 사람들』(동문선)은 미술평론가인 저자 최병식 교수가 10여 년 동안 화두로 품어왔던 주제를 학문적으로 밀도 있게 풀어놓은 결과물이다. 세 권 전체 1천400여 쪽에 이른다. 뮤지엄 관련 사진만 총 10여만 장을 찍었다. 그는 전 세계 뮤지엄 500곳을 직접 방문했다. 물론 사재를 털어서였다. 뮤지엄 관장, 큐레이터, 행정가 및 전문가들과 인터뷰를 하고 자료를 남겼다. 가는 곳마다 사진 촬영을 했다. 공식 허가를 구하기도 했고, 현지 제자들을 불러내 큐레이터의 주의를 돌려놓는 틈에 ‘도촬’도 했다.하도 사진을 찍어 어깨가 빠지기도 했다.

사진 10여만 장 촬영, 어깨 빠지기도


‘박물관·미술관학 1·2’로 발간된 『뉴 뮤지엄의 탄생』, 『박물관 경영과 전략』은 최근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변화해온 전 세계 뮤지엄의 최신 정보들과 학문적 성과를 정리했다. 2004년 한국박물관협회 지원사업 평가단장을 맡으면서 그의 관심이 구체화됐다. 학문과 현장, 정책의 엇박자를 발견한 그는 대안을 모색했지만, 대답을 얻지 못했다. “고심 끝에 직접 돌파해보기로 작정한 거죠. 2006년 봄 저술 계획을 잡았는데, 결과적으로 그림이 너무 크게 그려졌어요.”


박물관의 기본적 정의를 전 세계 박물관 현황을 통해 이끌어내고자 했다. 성격과 설립 주체 등에 의한 구분을 엄격히 따졌다. 뒤섞여 있는 박물관, 뮤지엄, 미술관 등에 대한 개념과 용어 정의도 노렸다. 또한 박물관을 ‘博物’이란 근대적인 발상으로부터 끄집어내 미래지향적 박물관으로 정립하려는 노력도 시도했다. 그가 고집스레 ‘뉴 뮤지엄’이란 용어를 사용한 것도 이 때문이다.


“유럽 등의 박물관은 외진 곳에 있지 않고 생활 속에 있더군요. 에코 박물관 등 작고 특수한 케이스의 전문적인 움직임도 많아요. ‘오픈 에어 뮤지엄’ 같은 건 지역주민들이 직접 참여하는 형태죠. 한마디로 그네들의 박물관은 ‘문화의 주요소’이면서, 시민들이 서로 소통하고 호흡하는 문화적 자양분 그 자체입니다. 루브르 박물관 같은 거창한 박물관만 생각하면 안 됩니다. 우리의 박물관을 돌아보지 않을 수 없게 됐죠.”


최 교수는, 우리나라 박물관이 생활 속에 들어와 있지 못하다고 지적한다. 현재 국내에는 등록 박물관 수가 800여 개에 이른다. 최근 10년 사이에 400여 개의 박물관이 신설됐다. 그러나 컬렉션 역사가 일천하고, 전문적인 운영 전략과 철학이 없으며, 결정적으로 중심 뮤지엄이 갖춰지지 못했다. 시민들의 생활과도 동떨어져 있다. “중요 뮤지엄에 대한 국가적 설계부터 문제가 있는 거죠. 세계적 뮤지엄의 최근 경향은 아름다운 건축물을 지향하는 거죠. 누구나 가보고 싶어하는 건축물 말입니다. 프랑스 퐁피두는, 그냥 건축물 자체를 보고 가는 것으로도 만족해하는 시민들이 70% 정도라고 합니다.”


국내 박물관의 인테리어는 더 빈곤하다. “어둡고, 건물 형태도 수직 밖에 없고, 곡선이 없어요. 칼라도 빈곤하고요. 전시장 내부 디스플레이도 너무나 뒤떨어져 있어요. 외부에서 와 보면 흥미를 못 갖죠. 이건 예산이 적어서가 아니라고 봐요. 돈 문제가 아니라, 인식의 문제, 전문가 부재의 문제입니다.” 그가 책 곳곳에 사진 도판을 활용해 해외의 전문적인 박물관을 애써 소개하는 것은 이런 문제 인식에 근거한다.


박물관 경영과 전략을 가이드한 것도 특이하다. 세계적인 뮤지엄의 자립도는 60% 정도에 육박하는데, 이를 가능케 하는 것이 바로 기부다. 기부를 유도할 수 있는 경영전략, 고객과 관람객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 창출에서 경영의 힌트를 얻을 수 있다. “영국의 유명 갤러리 테이트 갤러리에 이런 말이 있어요. ‘테이트 갤러리는 문을 닫아도 테이트 갤러리의 커피숍은 문을 닫지 않는다’라는 유명한 말인데, 시사적이죠.”

“사립 박물관장들은 문화의 등불”


『뮤지엄을 만드는 사람들』은 국내 사립 박물관과 미술관을 설립한 28명의 관장들의 컬렉션 과정과 숱한 굴곡을 지닌 삶의 역정, 뮤지엄 설립 과정의 드라마 같은 역사를 재정리한 책이다. 특히 이 책은 수 십여 차례의 인터뷰와 4년간의 자료 조사를 통해 완성됐다. 그는 이들 박물관장을 가리켜 “유물 1호는 바로 관장님들입니다”라고 거리낌 없이 말한다. 그들의 ‘빛나는 광기’가 척박한 박물관의 영토를 개척했다.


“사재를 털어 박물관을 운영하는 분들은 평생을 가시밭길을 사시는 겁니다. 엄청난 수집가인 그들은, 건강, 가족, 재정 이 모든 것과 긴 싸움을 합니다. 그분들을 버티게 한 것은 광기죠. 그것이 문화를 일궈낸 거죠.”
박물관·미술관을 문화의 소통지로 재정립하려는 그의 단단한 꿈이 울타리를 넘어가는 포도넝쿨처럼 세상을 향해 이제 막 첫걸음을 내딛었다.

최익현 기자 bukhak64@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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