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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학술대회도 잡마켓 역할” … 국내, 교수직·전문직 등 경로 세분화해 지원해야
해외 “학술대회도 잡마켓 역할” … 국내, 교수직·전문직 등 경로 세분화해 지원해야
  • 최성욱 기자
  • 승인 2010.11.08 15: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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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호 인하대 교수가 분석한 ‘선진 대학원의 학위자 취업경로’

대학가를 배회하는 ‘글로벌 경쟁력’의 기운이 연구의 심장부인 대학원으로 뻗치고 있다. ‘세계 수준’으로 발돋움하려는 대학에게 이제는 대학원이 살길도 교육이다. 2009년 기준으로 30만 명을 넘어선 대학원생들이 졸업후 갈 곳을 잃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대학원 교육 정상화를 바탕으로 대안을 찾아나선 교수들의 움직임이 서서히 감지된다. 교수들은 “논문의 질 만큼이나 대학원도 교육과정과 취업·진로지도의 체제를 정비해야할 때”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 3일 인하대에서 열린 숭실·인하·중앙대 대학원 연합심포지엄 ‘세계수준 대학원의 강점과 국내 대학원의 발전방향’에서 봇물이 터졌다. 특히 김용호 인하대 교수(정치외교학과)가 미국·영국 대학과 국내 대학을 비교한 ‘선진 대학원의 학위자 취업경로와 동문 네트워크 관리’는 눈길을 끈다.

교수, 학자, 연구자, 취업… 고립무원에 놓인 대학원생들에게 취업·진로지도가 필요한 이유를 해외대학 사례를 비교·분석했다.
김 교수는 대학원 개혁의 방법으로 대학원 교과과정과 학위논문의 질 향상을 첫손에 꼽으면서도 “취업상담, 이력서 작성과 면접방법 등을 구체적으로 알려주는 선진 대학의 취업서비스 시스템을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의 발표문을 발췌했다.

하버드대·옥스퍼드대 ‘취업전문가 배치’

해외의 대규모 연구중심대학은 대학원생을 위한 취업·진로지도 프로그램이 탄탄하다. ‘대학원생만’을 위한 프로그램과 창구를 보유하고 있다. ‘학부생 전용’으로 운영되는 국내 대학의 취업지원센터와 다른 점이다.
대학원생이 학부생보다 많은 미국의 하버드대는 대학원생을 위해 다양한 지원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OCS(Office of Career Services)는 대표적이다. OCS에는 취업전문 상담사 3명이 상시근무하고 있다. 대학원 졸업생과 졸업예정자를 위해 ‘Becoming Faculty series’, ‘Interview preparation’, ‘Resources for your job search’ 등 체계적인 프로그램을 갖추고 있다.

“대학원에 진학하자마자 학위후 무엇을 할 것인지 생각해보고 행동하라.” 영국의 옥스퍼드대가 학위를 시작하는 대학원생에게 권고하는 말이다. 옥스퍼드대의 취업서비스 센터(The careers service)는 대학원생들이 학기별로 준비해야 할 항목을 꼼꼼히 전해준다. 예컨대 가을 학기에는 박사학위 진학자를 위한 지원서를 작성하고 각종 취업행사가 열린다. 취업을 위한 프리젠테이션을 하는 방법 등을 배울 수 있다. 혹은 은행, 정부, 초등학교 등 주요 기관들의 구직 일정을 정확히 알려준다.

봄 학기에는 거의 모든 분야에서 취업지원을 마감하기 때문에 모의면접을 보고 평가해준다. 취업지도를 할 때 석사 학위자와 박사 학위자를 구별한다는 점도 옥스퍼드대의 특징이다.
외국대학에서 각종 학술대회도 대학원생을 겨냥한 일종의 ‘잡 마켓(job market)’ 또는 ‘잡 헌팅(job hunting)’의 역할을 하고 있다. 이에 비하면 국내 대학의 현실은 참담하다. 한국의 경우 학회에서 석사, 박사과정 대학원생의 논문 발표 기회가 많지 않고, 더군다나 일자리 제의가 공식적으로 오가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취업문제 방관 “대학원생 경쟁력 기대 못해”

경력개발센터, 종합인력개발센터 등 대학 내 취업지원기관도 학부생을 주대상으로 삼고 있다. 이들 기관에서 대학원생을 위한 취업지원은 각 대학원 홈페이지에 채용공지를 올려놓는 정도다. 국내 대학의 대학원생은 거의 모두가 지도교수의 도움을 얻거나 독자적으로 취업의 길을 찾는다.

올해 서울대, 고려대 등 국내 7개 대학원의 취업률과 진학률을 보면 문제의 심각성을 알 수 있다. 7개 대학원의 졸업자 취업률은 50~64%, 진학률은 5~14%에 불과하다. 결국 학위취득자 20% 이상이 정규직 취업이나 진학을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나마 석사학위자가 박사과정에 진학한 경우를 제외하면 대학원 졸업자의 취업률은 50% 아래로 떨어진다.

여성학위 취득자를 선호하지 않는 풍토도 여전하다. 이화여대는 취업률 49.5%로, 조사대상 대학 중 가장 낮았다. 이화여대의 취업률(49.5%)은 전체 남학생들의 평균치(65.0%)와 비교해도 한참 못 미치는 결과이다.
전국적으로 대학의 학부 수나 학생 수에 비해 대학원이 상대적으로 많기 때문에 공급과잉 현상이 발생한다. 더군다나 학위 취득자가 수도권에 집중돼 있어서 빚어지는 수요와 공급간의 불일치도 대학원생 취업문제를 심화시키는 요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학원 교과과정과 학위논문의 질 향상은 대학원 개혁의 선결조건이다. 대학원 연구여건을 개선하지 않고 경쟁력을 기대할 수 없기 때문이다. 대학원 교과과정과 학위 취득요건을 강화하는 처방이 필요하다.
그러나 이제는 논문의 질 못지않게 대학원 졸업생들의 취업서비스 문제도 함께 논의돼야 할 때이다. 미국이나 영국의 대학은 교수직, 전문직, 공공기관, 민간기업, 국제·국내·지역 등 대학원생들의 취업경로를 세분화해 놓고 취업지도를 하고 있다.

국내 대학은 학과 단위에서 비공식적으로, 지도교수 중심의 취업지원이 이뤄지는 실정이다. 국내 대학도 대학원 졸업생을 위한 글로벌 차원의 체계적인 취업지원 기구를 설치·운영하는 것, 이것이 바로 서구 대학의 사례가 시사하는 바다.

정리 최성욱 기자 cheetah@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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