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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술정보] 한국 역사 속의 여성과학자 발굴
[학술정보] 한국 역사 속의 여성과학자 발굴
  • 이지영 기자
  • 승인 2002.05.22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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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05-22 09:25:54

여성과학자의 이름을 물었을 때 선뜻 대답하는 이는 드물다. 기껏해야 퀴리부인 정도. 역대 노벨상 수상자 6백40여명 가운데 9명만이 여성과학자이니 이런 현상도 낯설지 않다. 세계적인 수치가 이러니 한국의 여성과학자의 이름을 물었을 때 쉽게 답하지 못하는 것은 당연지사. 그러나 이러한 편견에 반발이라도 하듯 오는 24일 이화여대에서 '한국역사 속의 여성과학자발굴'이라는 주제로 학술 세미나가 열릴 예정이다. '한국' 역사 속에 있는 '여성'과학자 발굴에 관한 세미나 개최는 흔치 않은 일이라 관심이 몰리고 있다.

이번 학술 세미나는 이화여대 개교 116주년 기념행사의 일환으로 이화여대 기초과학연구소, 한국여성연구원, WISE 사업단이 공동주최 한다. 주최측인 전길자 기초과학연구소장은 "여성과학자 육성을 논의할 프로젝트의 이름을 짓는 과정에서 한국여성과학자를 발굴할 필요성을 느꼈다"며 "이런 발굴과 조명 작업이 현재 여성과학 인력의 양성과 앞으로의 전망을 예견할 계기를 마련했다"고 행사의 의미를 매겼다.

기조발제는 '한·중·일에서의 여성과학자의 지위와 역할'을 발표하는 박성래 외국어대 교수(과학사). 그는 이 발표에서 최초의 여의사로 알려진 김점동 박사를 재조명하고 한국 최초의 여성과학자로 규정할 예정이다. 김점동 박사는 박에스더로 우리에게 더 잘 알려져 있으며, 퀴리 부인보다 10년 후에 출생한 1887년생이다. 또 김근배 전북대 교수(과학학)와 이혜숙 이화여대 교수(수학)가 각각 '한국의 근대여성과학기술자', '여성과학기술자의 현황과 전망'이라는 주제로 박성래 교수의 기조발표에 대해 토론할 예정이다.

그간 학계에서 '한국'과학자와 '여성'과학자에 대한 연구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그 대표적인 예로 2000년도에 열린 한국과학사학회 창립 40주년 기념학술대회 '한국의 과학사 연구 40년과 한국 근대과학 1백년'에서 한국의 근·현대 과학 1백년에 관한 관련 분야의 중견 교수들의 발표가 있었다. 또 페미니즘의 시각으로 과학을 재조명하는 사례도 종종 있었다. 그러나 이러한 논의 속에서도 한국 여성 과학자는 일부분으로만 언급됐을 뿐이다. 상황이 이러니 '한국'역사 속에서 '여성'과학자만을 대상으로 하는 논의는 좀처럼 없던 일이라 이 연구가 어떤 반향을 일으킬지 주목된다.

김근배 교수는 "이번 논의는 근·현대 한국사에 있는 여성과학자들에서 그 논의가 맞추어져 있다"며 "1900년대에 한국 여성 과학자가 최초로 등장하지만 해방직전까지는 극소수에 불과했고, 해방이후 점차 나타나는 여성 과학도, 자연 과학, 공학, 의학 등의 학위 소지자, 여성과학자를 중심으로 정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또 김교수는 "흔히 과학이라고 하면 우리과학의 가치를 인식하지 못하고 외국의 과학만 가치 있게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며, "과학에 보편적·세계적인 의미만을 부여하는 관점에서 벗어나, 지역성과 민족성이라는 다른 시각을 제시하는 것에 의미가 있다"며 한국여성과학자 연구의 의미를 말했다.

여성과학도의 사회 진출이 어렵다는 것은 하루이틀의 이야기가 아니다. 2000년 교육통계연보에 따르면, 이공분야를 선택하는 여성과학도의 비율은 점점 늘어나지만 국·공립 연구소 전체 연구원 5천3백40명 가운데 여성은 3백66명으로 6.9%, 이공계 여자 교수의 비율은 6%에 불과하다. 이런 현실에서 '녹록치 않은' 한국여성과학자들의 계보를 정리하는 것은 여전히 과학계 진출이 어려운 여성과학도들에게 힘을 주는 논의가 될 듯하다. 이번 학술 세미나가 한국여성과학자 연구의 초석이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이지영 기자 (jiyoung@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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