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5 13:30 (목)
횡령 적발되면 모든 과제 협약 해지 ...일부 “취지 공감하나 번거롭다” 불만
횡령 적발되면 모든 과제 협약 해지 ...일부 “취지 공감하나 번거롭다” 불만
  • 박수선 기자
  • 승인 2010.11.01 17:0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잇단 연구비 유용 적발로 연구비 관리 강화

한국연구재단에서 연구비를 지원받아 과제를 수행하던 A교수는 최근 연구비 지급이 중지됐다는 사실을 알고 당황했다. 연구비가 끊기면서 과제 연구도 중단됐다. A 교수는 최근 연구비 유용 의혹을 받아 동료교수들과 경찰 조사를 받고 있다. 그는 한국연구재단에 “참고인 자격으로 받은 조사였을 뿐”이라고 해명했지만 한국연구재단으로부터 ‘유용 여부에 대한 대학측의 확인이 필요하다’는 답변만 들었다. 연구비 유용 혐의로 조사를 받았다는 이유로 한국연구재단이 연구비 지급을 중지한 경우는 이번이 처음이다.

대학 교수들의 연구비 횡령·유용이 잇달아 불거지면서 연구비 통제와 사후 제재 수위가 높아지고 있다. 교육과학기술부(이하 교과부)는 지난달 26일 이화여대에서 국가연구개발사업 관리규정(이하 공동관리 규정) 현장설명회를 열었다. 설명회는 오는 9일까지 이어진다. 2008년과 지난 8월에 개정된 공동관리 규정의 내용을 알리기 위한 자리였다. 그렇지만 대학과 연구자에게 경각심을 주려는 목적도 컸다.


교과부 관계자는 “국가연구개발사업 예산이 이전보다 크게 늘어난 만큼 연구자의 책무성도 높아져야한다”며 “언론과 관계기관을 통해 연구자의 연구비 횡령이 잇달아 적발되면서 연구자의 책무성을 강조하는 방향으로 관련 규정을 개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최근 감사원 등에서 적발된 연구비 유용사례는 다양하다. △연구원의 인건비를 회수해 분배과정에서 연구비 유용 △기자재 구입 비용 부풀리기 △과제에 참여하지 않는 허위 연구보조원에게 연구비 지급 등이 단골 수법이다. 한국연구재단 관계자는 “연구수당은 참여연구원의 계좌로 바로 이체해야 하는데 이런 사항들을 연구책임자가 잘 모르고 있다”며 “연구비 정산에서 여러 문제가 나타나고 있기 때문에 연구비 관리를 강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연구비관리제도는 지금까지 연구자의 자율성과 규제완화에 초점을 뒀지만 최근에는 투자효율성과 투명성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연구비를 규정과 다르게 집행했을 경우에 후속조치도 엄격해진다. 먼저 연구비 횡령과 유용 등이 적발된 연구자는 바로 형사고발을 하도록 했다. 또 연구비 유용이 적발된 연구자가 수행중인 모든 과제의 협약은 해지된다. 지금까지는 문제가 드러난 과제만 불이익을 받았다. 연구기자재 구입도 모두 중앙구매방식으로 추진한다. 중앙구매와 개별구매를 병행했던 것을 중앙관리제로 일원화하는 것이다. 남는 인건비를 타 비목으로 변경하는 것도 제한한다. 인건비를 과다 산정하는 방식으로 연구비를 빼돌리는 것을 사전에 차단하겠다는 의도다. 또 공동관리 규정 시행계획을 개정해 최근 3년 이내 연구 부정행위가 적발된 연구자는 과제 선정평가에서 10%를 감점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공동관리 규정을 어겼을 경우 연구자가 받는 제재도 한층 엄격해진다. △연구개발 결과가 극히 불량한 경우(3년) △정당한 절차 없이 연구내용 누설 및 유출(2년, 해외 5년) △정당한 사유 없이 연구개발과제 수행 포기(3년) △정당한 사유 없이 기술료 미납부 또는 지연(2년) △연구개발비의 용도외 사용(5년 이내) △정당한 사유 없이 연구개발결과물의 개인명의로 출원 및 등록(1년) △거짓이나 그 밖의 부정한 방법으로 연구개발 수행(3년 이내) 등이다. 둘 이상 위반하면 5년까지 국가연구개발사업에 참여를 못하게 된다. 연구비 규정을 위반하지 않았지만 임의적으로 과제를 중단한 경우에도 제재를 강화한다. 다른 과제 참여를 위해 기존 과제를 중단하는 경우다. 임의적으로 과제를 중단하면 그동안 받았던 지원연구비를 전액 환수할 계획이다.

연구자가 소속된 대학에도 책무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관련 규정을 개정할 예정이다. 먼저 연구비를 부정 집행한 대학에는 간접비를 하향조정하고, 정밀정산을 추진하도록 했다. 또 연구비관리 인증대학으로 선정된 대학도 인증을 취소할 있는 기준과 절차를 마련한다.

교수사회는 이런 분위기에 불만도 표출하고 있다. 서울지역 대학의 한 연구처장은 “100명중에 연구비를 잘못 쓴 5명을 3명으로 줄이려는 노력은 필요하다”면서도 “그렇다고 불필요하게 연구비 관리를 강화해서 95명의 교수들을 번거롭게 만드는 것도 불합리하다”라고 꼬집었다.

박수선 기자 susun@kyosu.net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