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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사 연구, 새로운 방식 고민할 때”
“미술사 연구, 새로운 방식 고민할 때”
  • 김유정 기자
  • 승인 2010.11.01 15: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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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사학계 소장학자들, ‘자기 성찰’ 강조

 

한국미술사학계가 ‘자기 성찰’을 내세우며 새로운 미술사연구 방향을 모색하기 시작했다. 한국미술사학회(회장 최공호)는 지난달 29일 국립중앙박물관 대강당에서 ‘한국 미술사학의 인문학적 성찰’을 주제로 창립 50주년 기념 학술심포지엄을 열었다.

최공호 학회장은 “잘못 할 때보다 잘 하고 있을 때 성찰을 하자는 의미이다. 안과 밖에서 보는 학회의 어제와 오늘, 내일을 모색하고자 한다”고 운을 뗐다.

학회의 자기성찰을 내세운 만큼 이날 심포지엄에서 제기된 문제의식들은 날카로웠다. 인문학의 위기라며 새로운 인문학연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은 가운데 인문학의 한 분야인 미술사연구에서도 새로운 연구방법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러한 자성론은 한국미술사 연구자 스스로에 대한 문제제기로 이어졌다.

‘인문학으로서의 미술사학’을 주제로 발표한 이주형 서울대 교수(고고미술사학과)의 지적은 미술사 연구 방향을 놓고 그동안 연구자들의 고민이 깊었음을 보여준다. 이 교수는 “구미의 미술사 설명방식을 차용한 근대적 미술사 연구가 1974년 이후 안휘준, 김리나, 유준영, 권영필 등 미국과 유럽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귀국한 학자를 통해 빠르게 자리 잡았다”고 전했다.

반면 ‘그 이후’ 새로운 연구흐름이 사실상 전무하다는 비판이다. 새로운 접근과 해석에 관심을 갖는 분위기도 아니었고, 점차 미술사 연구자들은 인문학 담론에서 거의 유리됐으며 학생들에게 새로운 길을 열어줄 능력을 찾기 어려웠다는 게 이 교수의 생각이다.

이 교수는 “구미 미술사학계에서 1970년대 중반 이래 기존 연구방식에 대해 의문을 표명하며 대안을 모색하기 시작한 움직임은 우리 학계에 별로 영향을 미치지 못했고, 대부분의 연구자는 그러한 흐름을 제대로 감지하지도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미술사학의 성장과 발전을 열정적으로 이룩하는 가운데 연구의 전제나 그 과정, 결론을 비판적으로 성찰할 만한 여유를 제대로 갖지 못한 게 사실”이라며 “그 결과 대부분의 연구자들은 정해진 틀 안에서 심도 있는 문제의식을 갖지 못한 채 작업에 임했고, 대부분의 학생들은 기계적인 훈련을 받아왔다”고 꼬집었다.

이 교수는 한국 미술사학을 시대에 맞게 새롭게 변화시키며 인문학다운 인문학으로서 미술사학의 본령을 실현할 수 있는지 여부가 과제라고 말했다. △연구 주제의 창의성을 획기적으로 높이고 △실제와 이론이 결합된 연구 비중을 높이며 △연구 시각이 한국에 집중된 것을 극복해야 한다는 대안도 덧붙였다.

홍선표 이화여대 교수(미술사학과)는 ‘새로운 방법의 모색, 한국미술사학의 과제’를 주제로 한 발제에서 “한국미술사학은 한정된 범주를 넓히고 국사학 및 인문과학의 보조적이고 부차적인 위계질서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말했다. 

인문학분야에 융·복합에 맞는 다학제 연구, 통섭적 지식패러다임이 요구되면서 인문학의 한 분야인 미술사연구도 새로운 연구방법을 통해 외연을 넓혀야 한다는 것이다. 홍 교수는 “미술사연구에서 융복합적인 문화학, 인지과학 등을 활용하거나 시각문화사나 이미지문화사로 확대·발전하는 방향을 모색하는 것이 미래 연구자들을 위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전통미술사와 근·현대미술사로 분리돼 있는 한국미술 역사 전체를 아우르는 작업을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자기 성찰’을 주제로 한 50주년 심포지엄에서 오고간 논의를 바탕으로, 향후 한국미술사학회 안에서는 다양한 논의가 이뤄질 전망이다. 선행 연구자들의 성과와 한계를 짚고, 학무후속세대를 키워가는 역할을 맡고 있는 신진·중견 학자를 중심으로 관련 문제제기가 계속 이어질 수 있을지도 관심이다.

한국미술사학회는 창립 50주년을 맞아 학술 심포지엄, 다시 듣는 명강의 시리즈 등을 마련하는 한편 『한국미술사학회 50년사』를 발간했다.  

김유정 기자  jeong@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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