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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산책] 주류 근대 경제학의 한계 넘어 ‘정치경제학’ 길터
[책산책] 주류 근대 경제학의 한계 넘어 ‘정치경제학’ 길터
  • 교수신문
  • 승인 2002.05.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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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05-18 11:19:45

이 책을 번역한 동기는, 이 책이 일반적인 경제학설사 저서와는 다른 특색이 있어서, 오늘날 우리 나라의 경제학에서 보이는 문제점들을 극복해 나가는 데 상당한 의의가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우선 이 책의 특색은 다음과 같다.

첫째, 갤브레이스가 계속 강조한 것은 경제학이나 경제 사상은 그것이 탄생한 시대와 사회의 반영이라는 점이다. 그는 경제학을 현실에서 전개되는 경제적 난관을 극복하기 위한 ‘苦鬪‘의 산물로서 이해한다. “심각한 경제 논쟁은 심각한 경제 문제가 없으면 일어나지 않는다.”, “경제학 연구는 눈에 보이는 불행이나 절망에는 잘 대응하지만, 성공·자기 승인·자기 만족이 경제학 연구를 촉진하는 일은 거의 없다.” 등의 발언에서 볼 수 있는 대로다. 따라서 그는 학설 그 자체는 핵심만 간략하게 제시하고 그에 비해 그 배경이 되는 경제적·사회적 상황, 여러 집단 간의 이해와 대립 관계 등의 설명에 상당한 지면을 할애하고 있다.

둘째, 위와 같은 관점에 서서 갤브레이스는 경제학의 대상인 경제 사회가 항상 변화하고 있는 것에 부응해 경제학도 변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점을 강조한다. 예컨대, 1929년 대공황 앞에서 고전파 체계는 파탄하고 그 대신 케인즈 학파 체계가 확립됐다. 그러나 그것도 70년대의 스태그플레이션 상황에서는 무력해지고 물가 안정을 이론적으로 뒷받침하는 통화주의가 대두됐다고 본다.

셋째, 경제학의 역사를 철저히 현재 관점에서 조명하고 있다. 옛 사상이 오늘날까지 어떻게 잔존해 우리의 생각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를 반드시 언급하고 있다. 또 이 책은, 우리에게 영향을 미치는 사상은 애덤 스미스 이래의 근대 경제학뿐만이 아니라는 시각에서 케네나 애덤 스미스부터 시작하지 않고 아리스토텔레스의 윤리학에서 시작해 예수 그리스도의 가르침, 로마법의 소유권 이론, 아퀴나스의 법률론 등까지 광범하게 언급하고 있다.

넷째, 전문 경제학자가 아닌 사람들의 경제적 주장과 논쟁, 예컨대 19세기 미국의 관세 논쟁과 화폐 논쟁 등도 다루고 있다. 이것은 갤브레이스가 경제 사상을 경제적 이해 관계의 반영으로 보고, 경제학들의 주장은 그 부분적 반영에 불과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다섯째, 이러한 방법론적 특성외에 갤브레이스는 경제학자들의 성장 과정과 인물 평가도 다루고 있다. 특히, 2차대전 이후의 경제학자들에 대해서 개인적 친분 관계를 기초로 개인적 특성을 많이 다루고 있다. 이것은 딱딱한 경제학설을 더 흥미있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해 준다.

그러나 이 책에는 한계도 있다. 무엇보다도 갤브레이스는 현재의 미국 경제에 대한 관심에 집중돼 있으므로 선후진국 간의 경제 관계에 대한 경제학은 소홀하게 다루고 있다. 기본적으로 근대화론의 범주에서 벗어나지 않는다고 할 수 있다. 또한 “미래로서의 현재”라는 장에서 갤브레이스는 재화가 풍부해 선택만이 문제가 되고, 복지 제도가 발달돼 있는 오늘날에는 가격 이론과 분배 이론에 대한 관심은 줄어들고 실업에 대한 관심은 계속 클 것으로 전망하고 있는데, 이야말로 선진국적이다.

또 근본적으로 갤브레이스는 , 각 사회 체제에는 독특한 모순과 경제 법칙이 존재하며 이것에 따라서 사회 체제는 변화·발전한다는 사실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자본주의 사회에서 공황의 양상이 변용되는 필연성에 입각해서 경제학도 변할 수밖에 없음을 치밀하게 논증하지는 못하고 있다.

이 책이 근대 경제학의 입장에 서 있는 분들에게 많이 읽혀서 근대 경제학의 배경에 숨어 있는 경제적 지배 계급과 선진국의 이해 관계를 새롭게 인식하고, 민족적·민중적 현실에 대결하는 정치경제학의 필요성을 느끼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화제의 책]『한국인문학술정책론』(이종수 지음, 동아사 刊)
현장경험 살린 '인문학 살리기’길라잡이

한국학술진흥재단 학술진흥정책연구실이라는 현장을 누볐던 저자의 문제의식이 가지런하게 정리된 이 책은 우리의 인문학 생산 방식에 대한 날카로운 일침을 담고 있어 눈길을 끈다. 제1편에서는 학술정책의 의의와 현황, 실태, 문제점 등을 다뤘고, 2편에서는 한국 인문학술정책의 발전적 대안들을 탐색하고 정책제언 사항을 찾아 보려고 애쓴 흔적이 역력하다.

책의 곳곳에 스며들어 있는 문제의식은 ‘강사제도’와 ‘연구소제도’ 개선에 맞춰져 있다. 제도, 정책에 대한 개념상의 접근이 약간 걸리지만, 저자의 목소리는 한결같이 ‘인문학을 육성할 수 있는’ 대안적 ‘정책’ 모색에 걸쳐있다. 풍부한 사례분석을 강점으로 했지만, 학계의 연구 성과를 빼놓지 않고 수용한 것도 미덕.
그렇다면, 왜 인문학술정책을 연구하는가 라는 질문도 가능하다. 연구의 목적은 인문학 위기의 원인 규명, 인문학 연구와 교육의 재생산 구조 및 연구 인프라의 취약점, 연구 인력 양성 및 활용체계상의 문제점을 밝혀서 취약점을 극복할 수 있는 연구진흥 정책과 그 추진 기관에 대한 최적 대안 모색에 있다고 저자는 설명한다.
향후 인문정책연구기관을 설립해 인문학 지원 체제에 관한 정책 대안을 발굴하고 프랑스의 ‘CNRS’와 같은 종합적인 연구지원체제로 발전하는 길을 모색하면서 그 방편으로 저자는 ‘인문정책연구원’ 설립을 제시했다. 전체적인 인문학 지도를 그려낼 수 있는 지원체계로서의 타당성에 대한 세련된 논의와 만난다면, 저자의 주장은 더 설득력을 가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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