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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통위 시간강사 대책 ‘악용될 우려’ 많다”
“사통위 시간강사 대책 ‘악용될 우려’ 많다”
  • 권형진 기자
  • 승인 2010.10.26 14: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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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규교수노조, “교원지위 부여 방향 자체 진일보, 일부만 교원化 우려”
“1년 미만 초빙교원 고용 ‘풍선효과’ 생길 수도” … 교원 권리도 불투명

대통령 소속 사회통합위원회(위원장 고건, 이하 사회통합위)가 지난 25일 대학 시간강사를 고등교육법상의 ‘교원’으로 인정하는 내용을 담은 ‘대학 시간강사 제도개선 방안’을 발표했다. 사회통합위의 이번 방안은 1년에 400명씩 앞으로 5년간 2천명을 ‘기간제 강의전담교수’로 채용하겠다는 기존의 교육과학기술부 안보다는 진일보한 것으로 평가된다.

한국비정규교수노동조합(위원장 윤정원·사진 제일 왼쪽)은 26일 교육과학기술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사회통합위가 발표한 시간강사 제도개선 방안에 대한 입장을 발표했다.
한국비정규교수노동조합(위원장 윤정원 대구대, 이하 비정규교수노조) 역시 26일 서울 광화문 정부 중앙청사 후문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기존의 시간강사를 모두 고등교육법 상 교원으로 인정하겠다는 방향 설정 자체는 과거의 정부 안과 비교해 진일보한 것”이라고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하지만  비정규교수노조는 “사회통합위 안은 사실상 강사 중 절반 정도를 교원의 범주에서 배제할 공산이 큰 데도 전면적인 교원 지위 보장이라 하고, 1년짜리 저임금 노동자를 양산하면서도 획기적인 조치라고 한다”라며 “법적으로 교원이 아닌 겸임교원과 초빙교원 제도로 얼마든지 기존의 시간강사를 쓸 수 있어 ‘기존 시간강사 제도의 변형에 불과한 것 아닌가라는 우려’를 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가령, 7만명의 시간강사 중 3만명의 비전업 시간강사가 겸임교원으로 흡수되면 법적으로 교원 지위를 부여받지 못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또 1년 미만의 초빙교원(법적으로 교원이 아니다)으로 채용하면 4만여명의 전업강사 중에도 교원이 되지 못하는 경우가 상당수 발생할 수 있다.

비정규교수노조는 “이런 ‘풍선효과’가 발생하면 시간강사 7만여명 중 실제 교원이 되는 강사는 많지 않다”라며 “교육과학기술부 대학지원과장이 언론 인터뷰에서 ‘전임교원처럼 9시간 이상 강의하거나 강의로 생계를 유지하는 사람이 대상이 될 듯’이라고 한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라고 우려했다.

이어 비정규교수노조는 “채용과 신분보장을 뺀 나머지 사항들은 각 대학에서 자율적으로 적절한 대우가 이뤄지도록 정관이나 학칙에 규정했기 때문에 얼마든지 편법 활용이 가능하고 이에 대해 강제할 방법이 별로 없다”라며 “사립대에 대한 강제 조항이 빈약해 실현 가능성에 의문이 든다”라고 지적했다.

‘혜택은 별로 없는데 강제되는 것만 대폭 늘어나는 것 같아 염려된다는 말이다. 예를 들어 재계약 때 ’성과평가‘를 대학별로 정관이나 학칙으로 정하게 돼 있어 자칫하면 전임교원과 같은 연구 성과와 높은 강의평가 점수, 행정 업무 참여를 강제 받는 ’저임금 불안정 상태의 교육노동자‘가 양산되는 물꼬를 틀 수 있다는 것이다.

대학운영 참여, 면직·권고사직 당하지 않을 권리 등은 포함되지 않아

권리 보장이나 물적 급부 제공도 지나칠 정도로 미약하다. 비정규교수노조는 “교원 지위 보장의 핵심인 교육공무원법 상의 대학운영 참여(총장 선출권 등), 면직ㆍ권고사직을 당하지 않을 권리 등이 포함되지 않아 실제 교원이라 볼 수 있는지 의문”이라며 “시간강사 제도는 아직 살아 있다”고 지적했다.

연봉을 월급제로 주는 것도 아니고 시간급으로 지급하면서도 명칭만 시간강사에서 강사로 줄인 것도 납득이 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시급제를 철폐해야 시간강사가 없어지는 것인데 시급제는 그대로 둔 채 명칭만 바꾼 것은 ‘눈 가리고 아웅’하는 식이라는 것이라고 비정규교수노조는 지적했다.

국가의 재정 지원을 명확히 하는 것도 필요하다. 비정규교수노조는 “연구실을 준다고 하지만 ‘말로만’ 추진이고 2011년 예산에는 반영조차 되지 않았다. 4대 보험 지원도 마찬가지로 2011년 예산의 직장 국민연금 사용자 지원액도 이미 삭감돼 있다”라며 “외부 프로젝트에 대한 연구책임자로는 사실 오래 전부터 활동 가능한 상태였다고 할 수 있어 이번에 발표된 사회통합위 방안 중 새로운 것이나 실현된 것은 거의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비정규규교수노조는 “시급을 받는 1년 짜리 강의 전담 기간제 교원을 전면화하면서 마치 고등교육 정상화가 되는 것처럼, 비정규 교수들의 고통이 확 줄어드는 것처럼 포장한 것은 아무리 봐도 ‘과대광고’”라고 비판했다.

“과거 이주호 장관 안보다 훨씬 후퇴” … ‘연구강의교수제’ 거듭 촉구

사회통합위가 교과부와 합의해 25일 발표한 시간강사 제도개선 방안은 이주호 교과부 장관이 의원 시절 발의한 안보다 훨씬 후퇴했다는 평가다. 정부 중앙청사 후문에는 의원 시절 약속을 지키라는 비정규교수노조의 플래카드가 내걸렸다.

특히 이번에 발표된 안은 이주호 교과부 장관이 의원 시절이던 2007년 스승의 날에 발의한 방안보다 4가지 점에서 훨씬 퇴보한 것이라는 게 비정규교수노조 입장이다.

당시 이주호 의원이 발의한 고등교육법 개정안은 전업ㆍ비전업의 구분 없이 모든 강사에게 교원 지위를 부여했다. 국가의 재정 지원을 분명히 명시했으며 재정추계까지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교육공무원으로서의 권리 보장도 고려하면서 초빙교원과 같은 非교원으로 빠져나가는 걸 허용하지 않았다.

비정규교수노조는 “사회통합위의 안은 이주호 장관이 국회의원 시절 발의한 고등교육법 일부 개정안보다 훨씬 후퇴한 것”이라며 “고등교육 재정을 확충해 모든 비정규 교수의 임금과 권리를 국가가 보장하는 ‘연구강의교수’제도를 도입하라”고 거듭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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