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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 동향] 그는 왜 매력적일까
[연구 동향] 그는 왜 매력적일까
  • 우주영 기자
  • 승인 2010.10.18 15: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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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화를 한국 근대문학사에 처음으로 호명한 학자는 김윤식 서울대 명예교수(국문학)다. 김 교수는 1976년 『한국근대문예비평사연구』(일지사)에서 임화의 ‘이식문화사’를 언급하며 임화의 문제점을 다섯 가지로 분류했고, 이것은 한동안 임화 연구의 틀로 고착화된다.

국문학계에서 임화 연구는 1988년 납·월북 작가들에 대한 해금이 이뤄지면서 본격화됐다. 특히 1988년에는 임화에 대한 연구가 쏟아지는데 최초의 학위논문인 전승준의 「임화의 신문학사 방법론에 관한 연구」외에 이경훈의 「임화 시 연구」, 박성준의 「임화 이식문학비평을 위한 시론」 등이 발표된다. 이후 임화 연구는 1990년대 초반까지 집중적으로 이뤄진다.

초기 연구에서는 문학사 서술에 관한 임화의 ‘이식문화사’를 어떻게 해석할 것인가를 놓고 학자들의 의견이 엇갈렸다. 김윤식과 전승주 등이 유물사관을 도식적으로 적용해 임화를 제국주의 논리에 함몰된 이론가로 평가한 반면, 신승엽, 임규찬 등은 임화의 문학사 서술이 토대-상부구조론의 일탈이 아니라고 옹호했다.
한편 박진영은 이전까지의 논리와 다르게 「소설문학의 20년」, 「『백조』의 문학사적 의의」를 분석대상에 포함시키고 다양한 임화 비평을 근거로 임화 문학사론의 학술적 의의를 끌어내 주목을 받았다.

초기 임화 연구가 유물사관을 바탕으로 한 ‘이식’ 개념의 해석이라고 정리할 수 있다면 2000년대 이후 탈식민주의 이론, 문화 담론이 도입되면서 임화 연구 역시 다양화됐다. 특히 탈식민주의 이론을 바탕으로 한 연구는 그동안 단순히 소재차원에서 평가됐던 「생산소설론」을 탈식민적 관점에서 저항의 맥락으로 읽어내 임화 연구의 새로운 진전을 보여줬다. 권성우 숙명여대 교수(국문학)는 문화 담론을 도입해 시인이자 소설가, 문학비평가였을 뿐 아니라 영화배우, 출판편집자 등 전방위적 예술가였던 임화의 다양한 면모를 환기했다. 이밖에 이중 언어 생활에서 임화의 언어의식을 다루려는 시도 등은 카프 운동사, 리얼리즘론으로 진행된 임화 연구의 보편적 경향에서 벗어나려는 시도로 눈길을 끌었다.

2008년 임화 탄생 100년을 맞아 총 8권으로 『임화문학예술전집』(소명출판사)이 발간됐다. 임화의 글을 총망라한 전집 발간은 처음이다. 김재용 원광대 교수(국문학)는 “최근 임화에 대한 관심과 더불어 연구의 폭 역시 넓어진 게 사실이다”면서도 “여전히 임화 연구는 일제 시기나 해방직후에 집중돼 있다. 월북 이후의 활동까지 총체적으로 읽어내려는 시도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모던보이’에서 ‘미제 스파이’로 압축되는 그의 삶에는 격동의 한국 근대사의 비극적 풍경이 겹쳐져 있다. 학계가 여전히 임화에게서 매력을 발견하는 이유다.

우주영 기자 realcosmos@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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