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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술기획] 홈페이지 관리로 본 학회 정보화 현황
[학술기획] 홈페이지 관리로 본 학회 정보화 현황
  • 권진욱 기자
  • 승인 2002.05.18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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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05-18 11:09:42
연구자들에게 대학과 연구소가 지식정보를 생산하는 보금자리라고 한다면, 학회는 연구자들이 성과를 교류하고 연구를 심화시키는 광장에 비유할 수 있다. 그만큼 전문적인 학문연구에 미치는 학회의 영향력은 크다고 할 수 있다. 그렇지만 현재 인터넷 상에서 존재하는 학회 홈페이지의 상데 급급한 것이 현실이다. 전체적으로 볼 때 홈페이지 수가 늘어난다거나 관리가 체계화되기는커녕 아예 폐쇄되거나 위축되는 것이 현주소인 셈. 이런 경향은 학술진흥재단(이하 학진)으로부터 등급부여조사를 받은 학회들의 홈페이지 관리실태를 보면 여실히 드러난다.

학술진흥재단(이하 학진)은 현재 21개 분야, 4백 38개의 A, B등급을 부여받은 학술지를 목록에 올려놓고 있다. 몇몇 학회가 간행 학술지를 두 개 이상 조사받은 점을 감안한다면 대략 4백여 개 정도가 A, B등급을 부여받은 학회인 셈. 이들 4백여개의 학회는 적어도 대외적으로 어느 정도의 역량을 인정받은 학회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 학회들조차 홈페이지를 찾아가 보면 얼마나 정보화 수준이 뒤쳐져 있는지를 실감할 수 있다.
<도표 참조>

홈페이지 없는 곳 아직도 많아

국어국문학 분야의 경우 2000년 12월 6일 모두 34개의 A, B등급 부여 학회가 존재한다. 그러나 이 중에서 현재 시중의 검색엔진(야후, 한미르, 네이버)으로 검색해보면 홈페이지가 존재하는 학회는 19개에 불과하다. 따라서 15개의 학술지 등재 학회는 ‘사이버 홈리스’ 상태인 셈. 그나마 19개의 학회 중에서도 8개의 학회는 올해 1월 이후에 자료실에 학술대회 논문을 올린 적조차 없다. 국어국문학 분야 34개의 학회 중에서 59%에 해당하는 19개의 학회가 게시판 기능 등을 통해 홈페이지의 명맥을 유지하고 있지만, 32%에 해당하는 11개의 학회만이 연구자료를 공유할 수 있을 정도로 홈페이지를 관리하고 있는 셈이다. 국어국문학회의 경우 A등급을 받아, 이 분야의 가장 대표적인 학회로 손꼽히지만, 홈페이지를 통해 올해 이후 자료실에 학술대회 논문을 올린 실적은 전무하다. 이에 대해 심우장 간사는 “일손이 딸려서 논문 자료 업로드 등 홈페이지 관리가 벅차다”고 말한다.

이런 사실은 상대적으로 계량적 지표에 민감한 이공계열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이공계열의 경우 홈페이지 개설 학회 수는 더 많지만 논문 자료가 공개서비스 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국어국문학 분야와 같은 시기에 등재된 생물학 분야의 경우 A, B등급부여 학술지가 22개이지만 4개의 학회가 2개의 학술지를 목록에 올려, 해당 학회는 18개가 존재한다. 그리고 이 중에서 78%에 해당하는 14개 학회가 자체 홈페이지를 갖고 있어 상대적으로 ‘정보화 수준’은 양호한 편이다. 그렇지만 올해 1월 이후에 학술대회 자료를 올린 학회는 이중에서 고작 2곳에 불과하다. 정보서비스에 접근하게 하는 행태도 다양하다. 상당수는 교육학술정보원의 학술정보교류서비스(KERIS)를 링크시켜 놓고 정보검색 서비스를 만사해결한 것처럼 손을 놓고 있는가 하면 대한생화학분자생물학회의 경우와 같이 유료회원으로 가입해야 주요정보를 검색할 수 있는 경우도 있다. 생물학 분야와 같이 이공계열의 경우 대부분의 논문자료가 비공개 상태이기 때문에 상당한 비용을 치러야만 해당분야의 최근 연구동향을 접근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이처럼 학회들의 홈페이지 관리상태가 극도로 부실한 이유는 무엇인가. 가장 먼저 인력과 예산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학회 홈페이지를 체계적으로 관리하려면 관리프로그램을 자연스럽게 다룰 수 있는 한 명 이상의 간사가 필요하다. 그러나 회비와 출연금 등에 크게 의존한 상태로 각종 학술행사와 학술지 발간사업을 펼치는 대다수 학회의 사정상, 별도의 사무실을 꾸릴만한 여력이 없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리고 이공계열의 경우 여러 가지 종류의 국가와 민간 차원의 학술정보 검색서비스가 제공되고 있기 때문에 학회 차원에서는 논문검색 서비스를 관리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학술대회 개최나 학술지 발간 후 해당 학회의 홈페이지에서조차 ‘PDF’나 ‘한글’ 파일 등으로 원문검색서비스나 각종초록 등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는다는 것은 최신 논문정보를 제공하지 않겠다는 것과 다름없는 셈이다. 결국, 인문사회계열의 경우 여전히 홈페이지가 없는 학회가 부지기수일 정도로 정보화에 대한 인식 부족이 문제인 반면, 이공계열의 경우 홈페이지가 있어도 논문 자료를 제공하지 않는 성의가 문제인 것이다.

물론 상당수의 학회가 별도의 메일링 리스트 서비스나 ‘카페’, ‘커뮤니티’, ‘클럽’과 같은, 이메일 계정을 통한 모임을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지만, 이 경우에도 일반인이나 신규로 가입하려는 전공자는 주소를 알지 못하는 한 접근이 ‘원천봉쇄’된다.

학술정보기관도 홈페이지는 나몰라라

국가적인 차원에서 홈페이지를 통해 국내 학회에 대한 정보를 집계처리하고 있는 곳은 학술진흥재단(www.krf.or.kr)과 한국교육학술정보원(www.keris.or.kr)이다. 그러나 정확하게 몇 개의 학회가 있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1979년 12월 학술진흥법 공포에 이어 1981년 4월에 설립된 후 학문연구의 ‘인큐베이터’ 역할을 하고 있는 학진의 한 관계자도 “학회의 범주가 불명확하고 쉽게 명멸하기 때문에 집계할 엄두조차 내지 못한다”고 말한다. 등록한 학회나 연구자들이 보낸 자료에 대한 최소한의 사항을 검토한 후에 자율적으로 관리·게시하게 하고 있다. 교육부 출연기관으로 교육학술정보연구원 역시 정확하게 집계하지 못하는 것은 마찬가지. 다만 웹호스팅 사업을 통해 ‘집 찾아주기’에 나선 것이 이채롭다. ‘소사이어티 웹’이라는 것이 그것. 그러나 이곳에 입주한 학회나 연구소는 5월 10일 현재, 모두 통틀어 1백56개에 불과해 전체 학회수에 비하면 턱없이 적은 수치를 보이고 있다. 두 기관 공히 학회들을 먼저 찾아나서 총체적인 집계를 하지 않기 때문에 학회측에서 먼저 ‘열의’를 보이지 않는 한 학술대회 일정과 발표논문에 대한 자료를 제대로 볼 수는 없는 셈이다. 따라서 교육학술정보원과 학진의 홈페이지가 디지털화된 논문을 찾고 학술대회를 찾는 데는 가장 좋은 체계라는 데는 이견이 없지만 국내에 존재하는 학회와 관련한 행사나 정보들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하지는 못하고 있다.

권진욱 기자 atom@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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