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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이론, ‘우주들은 無에서 창조’ 예측
M이론, ‘우주들은 無에서 창조’ 예측
  • 교수신문
  • 승인 2010.10.18 1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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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텍스트로 읽는 책갈피] 『위대한 설계』

『위대한 설계』  스티븐 호킹·레오나르드  믈로디노프 지음 | 전대호 옮김 | 까치 | 2010

과학의 역사에서 우리는 계속해서 더 나은 이론 혹은 모형을 발견해왔다. 플라톤의 모형보다 뉴턴의 고전이론이 더 낫고, 그보다 현대 양자이론들이 더 낫다. 그러므로 자연스럽게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지게 된다. 점점 더 나은 이론들을 거치다보면, 언젠가는 종착점에 도달할 수 있지 않을까. 우주에 관한 궁극의 이론, 모든 힘들을 아우르고 우리가 관찰할 수 있는 모든 것들을 예측하는 이론에 도달할 수 있지 않을까. 아니면 우리는 끝없이 더 나은 이론들을 발견하지만, 완벽한 이론은 끝내 발견하지 못하게 되는 것이 아닐까.

우리는 이 질문에 대한 확정적인 대답을 아직은 알 수 없다. 그러나 궁극적인 만물의 이론이 정말로 존재한다면, 그런 이론이 될 가능성이 있는 후보를 우리는 알고 있다. 그것은 이른바 M이론(M-theory)이다. M이론은 궁극의 이론이 갖춰야 한다고 우리가 생각하는 속성들을 모두 갖춘 유일한 모형이며 우리가 지금부터 전개하는 논의의 상당 부분이 의지하는 이론이다.

M이론은 통상적인 의미의 이론이 아니다. M이론은 다양한 이론들의 집합 전체를 일컫는 이름인데, 그 이론들 각각은 물리 세계의 특정 범위에 한해서만 관찰들을 타당하게 서술한다. 이는 지도와 유사하다고 할 수 있다. (중략) 메르카토르 투영법에서 서로 겹치는 지도들과 마찬가지로, M이론의 다양한 버전들은 서로 겹치는 부분에서 동일한 현상을 예측한다. 그러나 지구의 표면 전체를 충실히 재현하는 평면 지도가 없는 것과 마찬가지로, 물리세계 전체에서 얻은 관찰들을 충실하게 재현하는 단일한 이론은 존재하지 않는다.

이제 M이론이 창조에 관한 질문에 어떤 대답을 내놓을 수 있는지를 이야기해보자. M이론에 따르면, 우리의 우주는 유일한 우주가 아니다. 오히려 M이론은 엄청나게 많은 우주들이 無(nothing)에서 창조됐다고 예측한다. 그 우주들이 창조되기 위해서는 어떤 초자연적인 존재 혹은 신의 개입은 필요하지 않다. 오히려 그 다수의 우주들은 물리법칙에서 자연적으로 발생한다. 그것들의 존재는 과학의 예측에 의한 존재이다. 우주 각각은 많은 가능한 역사들을 지녔고 많은 가능한 미래 상태들을 지녔다. 그 상태들의 대부분은 우리가 관찰하는 우주와 사뭇 다르고 어떤 형태의 생명도 존재하기에 전혀 부적합할 것이다. 우리와 같은 생물의 존재를 허용하는 미래 상태는 극소수일 것이다. 요컨대 우리의 존재는 그 방대한 미래 상태들 가운데 우리의 존재와 양립 가능한 상태들만 선택하는 것을 정당화한다. 그러므로 우리는 우주의 규모에서 하찮고 미미하지만 어떤 의미에서 창조자라고 할 수 있다.

■ 호킹과 함께 이 책을 지은 레어나르드 믈로디노프는 미국 캘리포니아공대 물리학과 교수로 있으며, 『파인만에게 길을 묻다』등의 책을 저술한 베스트셀러 작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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