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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조명] : ‘도교사상사전’에서 ‘민족생활어 사전’까지
[집중조명] : ‘도교사상사전’에서 ‘민족생활어 사전’까지
  • 전미영 기자
  • 승인 2002.05.14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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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05-14 18:23:07
지금 두산세계대백과사전의 옛 몸인 ‘동아원색세계대백과사전’(1984, 동아출판사)의 ‘탄생설화’는 출판계의 오랜 전설이다. 인쇄인으로 시작해 출판계에서 일생을 보낸 동아출판사 창업주 김상문. 그가 펴낸 ‘동아전과’와 ‘완전정복’에 빚지지 않은 30, 40대가 없을 정도였다. 학습지 시장을 석권한 뒤 김상문 사장이 품은 출판인으로서 마지막 소원은 ‘제대로 된’ 백과사전 하나 펴내는 것이었다. 미쳤다는 반응을 귓전으로 흘리고 당시 돈으로 2백억 원이라는 돈을 들여 ‘기어이’ 소원을 이뤘지만, 돌아온 것은 동아출판사의 부도. 그렇게 해서 동아출판사는 두산으로 넘어가고, 김상문 사장의 동아 역사 40년은 맥이 끊겼다. 동아원색세계대백과사전은 참여 필자 3천명, 항목 19만여 개로 여전히 한국 백과사전의 최고로 꼽히고 있다.
남들은 한 권 펴내기 힘든 사전을 3종이나 펴내 평생을 사전 만드는 일에 바쳤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은 김승동 부산대 교수(철학). ‘도교사상사전’(부산대출판부, 1996)은 11년, ‘역사상사전’(부산대출판부, 1998)은 13년, ‘불교인도사상사전’(부산대출판부, 2001)은 17년 걸려 펴냈다. ‘도교사상사전’은 도교에 관한 국내 최초의 사전이라는 점과 어휘를 우리 문헌에서 끌어올려 만든 ‘토착화된 사전작업’이라는 의미를 갖는다. 김 교수의 작업은 주역의 개념들을 풀이한 ‘역사상사전’, 평생 숙원이던 불교인도사를 집대성한 ‘불교인도사상사전’까지 쉼 없이 ‘징하게’ 이어진다. “사전 만드느라 10년 세월을 보냈는데, 그 시간에 논문을 썼으면 수백 편도 더 썼을 것이고, 그러면 업적 평가에 엄청나게 반영됐을 것입니다.” ‘도교사상사전’ 출판기념회에서 김교수가 했다는 인사말은 지금 우리 학계에서 사전 만드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를 새삼 깨닫게 해준다.
사전 작업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이들이 ‘목숨 걸고’ 우리말을 지키려는 이들이다. 박용수 한글문화연구회 이사장이 펴낸 ‘우리말 갈래사전’(한길사, 1989)과 ‘새 우리말 갈래사전’(서울대 출판부, 1995)은 우리말의 쓰임이 얼마나 넓고 깊은지 보여주는 사전들이다.
특정 주제와 연관된 낱말들을 한곳에 모두 모아 얼개를 엮어놓았는데, 이를테면 ‘날씨에 관한 항목’으로 국어 사전 곳곳에 흩어져 숨어 있는 낱말들을 한 군데에 모아 놓아 주제어 검색하듯 이용하도록 만들었다. 사람의 몸·행위·마음·생활·민속·의생활·주생활 등 사람이 먹고 살고 마음 쓰는 모든 일들을 큰 항목으로 잡고 그 아래 관련 어휘들을 모아놓은 대작이다.
작년에 완성된 ‘토박이말 쓰임사전’(동광출판사) 역시 두 한글학자의 8년 동안의 땀과 노력이 밴 산물이다. 이근술 토담말모이연구소장과 최기호 상명대 교수(국어교육과)는 “순수한 우리말만을 대상으로 하되, 실제 쓰임새(例文)가 중심이 되는 사전을 만들 목적으로” 1993년부터 토박이말을 모으기 시작했다. “시골 농부의 입말에서부터 서울 중계동에 있는 우리나라 최초의 한글 비석글까지 두루 찾아”서 예문으로 실었다. 1957년 조선어학회에서 완성한 ‘조선어 대사전’에 45%였던 토박이말이 현재 국어사전에서는 불과 20%밖에 되지 않는 척박한 현실을 바로잡기 위한 눈물겨운 노력이 만든 열매다.
이훈종 우리문화연구원장이 펴낸 ‘민족생활어 사전’(한길사, 1993)은 사람의 몸, 옷차림, 바느질 도구와 노리개, 세간살이 등 의식주에서부터 농기구, 공예, 무기와 군장 용품 등을 26 항목으로 분류해 낱말의 뜻과 쓰임새, 그 말이 생긴 유래를 설명하고 있는, ‘진짜 생활어 사전’이다. 이 사전이 더욱 값진 이유는, 말과 함께 곁들여진 생생한 그림 때문이다. 저자가 어릴 때 기억을 되살려 직접 그려낸 그림에는 지난 시대의 생활상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각 낱말에 대한 설명뿐 아니라 그 명칭이 쓰여진 고전을 소개하고 정식이름 외에도 별명을 덧붙이고 있다. 누군가는 이 사전을 “집집마다 한 권씩 갖춰야 할 가정지침서”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전미영 기자 neruda73@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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