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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의 인물] “더불어 살며 편견 깨렵니다”
[화제의 인물] “더불어 살며 편견 깨렵니다”
  • 전미영 기자
  • 승인 2002.05.14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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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05-14 18:21:13
지난 5월 1일, 각 일간지마다 똑같은 기사가 하나 실렸다. 국가인권위원회가 생긴 이래 처음으로, 진정을 ‘낸’ 사람과 진정을 ‘당한’ 이들 사이에 합의가 성사됐다는 내용. 인권위에 접수된 수많은 진정 사건 가운데 첫 합의 성사의 주인공이 된 이선우 인제대 교수(41세, 사진·사회복지학과)는 만성신부전증을 앓고 있는 신장장애 2급 장애인이다.

인제대 사회복지학과 신규교수채용에서 서류심사와 면접을 통과해 임용예정자로 통보받고, 개강준비를 하던 이 교수에게 돌아온 것은 임용탈락통지서였다. 학교측이 내민 탈락 이유는 “이씨가 만성신부전증 환자로 주 2회 혈액투석을 하므로 직무수행에 지장이 있다”라는 것. 이 교수 문제를 인권위에 진정한 사람은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의 이성재 대표로, 임용 탈락 뒤에 소송결심을 한 이 교수가 소송절차를 알아보기 위해 찾았다가 인연이 맺어졌다. 4월 30일 국가인권위원회 사무실에서 인제대는 이교수에게 임용합의서를 전달했고, 이 교수는 지금 학교에 정상적으로 출근하고 있다.

그가 이번 일을 계기로 깨달은 사실은 ‘어떤 형태의 장애’도 우리 사회에서는 지독한 편견의 대상이 된다는 것이다.

“우리 사회가 일방적으로 가하는 가장 큰 편견은, 장애인들은 ‘생산성’이 떨어질 것이라는 섣부른 판단입니다. 비장애인 누구나 똑같은 능력을 갖고 있지 않듯, 장애인도 비장애인들처럼 개별적인 특성과 능력을 갖고 있다는 것을 깨닫지 못한 데서 나오는 편견이죠.”사회복지학을 공부하는 사람으로서 그가 느끼는 우리 사회의 장애인 인식은 어떤 수준일까.

“많이 아쉽지만, 점점 나아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편견과 몰이해도 결국은 잘 알지 못했기 때문에 생기는 것 아닐까요. 그러기 위해서는 비장애인들과 장애인들이 어울려 살아야 합니다. 제가 소송을 결심하고 진정을 하게 된 것은 바로 그 때문입니다. 저 스스로가 비장애인들이 장애인들에 대해 ‘알 기회’를 주는 하나의 계기가 됐다고 생각합니다.”소송 없이 ‘평화롭게’ 합의하게 된 데는 인제대의 노력도 크다. 한 번 내린 탈락 결정을 바꾼 적이 없고, 더욱이 사립대는 국가인권위원회의 권고를 받아들일 ‘의무’가 없었던 터라, 비록 첫 단추를 잘못 끼운 잘못은 학교에 있지만, 합리적으로 해결해준 학교에 대해 이 교수는 고마움을 표시하고 있다.

이 교수의 수업은 2학기에 시작된다. 이 교수는 ‘더불어 살 준비’가 된 학생들을 만나 함께 편견의 벽을 허물어뜨릴 가을을 기다리고 있다.
전미영 기자 neruda73@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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