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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조명] : 사전 매니아 임상범 성신여대 교수
[집중조명] : 사전 매니아 임상범 성신여대 교수
  • 전미영 기자
  • 승인 2002.05.14 00:00
  • 댓글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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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05-14 18:25:14

학자들 가운데는 사전 모으는 남다른 취미를 가진 이들이 꽤 있다. 전공 학문의 깊이를 더하기 위해 사전을 모으다가 차츰차츰 전공을 벗어난 영역에까지 손을 ‘뻗치는’ 순간이 오는데, 그때부터 고리에 꼬리를 무는 사전 탐식은 시작된다. 임상범 성신여대 교수(사학) 역시 소문난 사전 광이다.

성신여대 근처에 자리잡은 그의 개인연구실은 연구실이라기보다 책창고다. 어림잡아 몇 천 권 될 듯한 책 가운데 전공인 중국 관련 사전만 2, 3백 종, 전공과 상관없는 다른 분야까지 더하면 ‘책 좀 읽는다’는 보통사람이 갖고 있을 권수만큼을 사전으로 채우고 있다.

그의 ‘사전 편력’은 초등학교 3학년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선생님으로부터 선물 받은 조그마한 백과사전(이라기에는 내용도 분량도 턱없이 모자랐지만) 한 권이 사전 이전에 책을 좋아하게 된 직접적 계기가 됐다.
‘사전인생의 중간단계’를 열어준 것은 브리태니커 백과사전으로, 사단은 판매원이 덤으로 내민 ‘판소리 전집’이었다. 음악을 좋아했던 터라, 결국 판소리 전집에 ‘딸린’ 브리태니커 백과사전을 한 질 갖게 된 셈이다. 주객전도란 바로 이럴 때 쓰는 말이다.

임 교수는 스스로를 ‘논리적인 사고가 부족한 학자’라고 평가한다. 그 이유가 다름 아닌 ‘사전’ 때문이다. 정보와 지식에 대한 호기심과 습득방법이 자기도 모르는 새 사전이 시키는 대로 굳어지게 됐다는 뜻이다.

“어린 시절에 가나다라식으로 나열돼 있는 사전을 자꾸 들여다보니까 가나다라식 지식 습득이 습관이 돼버렸습니다. 사전은 사물을 뭉뚱그려 보게 하는 ‘폐단’이 있는 것 같아요.”반면, 사전으로 얻은 공부 방법 중에 좋은 것은 ‘꼬리에 꼬리를 무는 독서습관’이다. 그 증거가 바로 서고에 쌓인 수많은 책들과 사전.

“책을 한 권 사서 공부하다 보면 항상 뭔가가 모자라요. 그 모자람을 메꾸기 위해 책을 또 한 권 사고, 그러면 또 모자라고. 그렇게 책들을 사모으다 보니 이것들을 체계적으로 정리해야 할 필요가 생기더군요. 그래서 관심 분야의 사전들을 모으기 시작했습니다.”중국을 오가며, 혹은 국내를 뒤져서 어찌어찌 모은 전공 사전 2, 3백 종은 깊이에 한계가 있어 도움이 안될 때가 많았다. 외국에서 시간에 쫓겨 목차만 훑어보고 집어온 사전들은 두고두고 후회된다. 그럼에도 몽유병자처럼 사전을 찾아 ‘헤매는’ 자신을 어찌할 수 없다.

초보자들은 사전을 어떻게 찾아야 할까. 고수의 비법을 전수해달라는 부탁에 그는 딱 두 가지를 당부한다. 첫째, 평소 찾고 싶었던 오직 ‘그것’만 찾을 것. 둘째, 편찬자와 출판사를 살필 것.

그는 우리 사전에 대해 할 말이 많다. “사전 만드는 일은 사람, 기획, 돈이 얽히고 설킨 복잡한 문제입니다. 힘든 만큼 중요한 일이기도 하고요. 이제는 국가가 나서서 제대로 된 사전을 만들어야 합니다. BK 21 같은 데는 돈 좀 그만 들이고. 80년대 고도성장 시대에 너나없이 거실 장식장에 폼나는 백과사전을 채웠습니다. 저는 그 ‘장식장 사전’이야말로 그 당시 우리 문화의 수준이었다고 생각해요. 가끔 끄집어내서 읽은 사람도 적지 않았을테니까요.”사전으로 세상에 눈을 떴고 사전으로 세상을 알아가는 사전 매니아는 마지막으로 다음과 같은 말을 남겼다.

“많은 이들에게 백과사전은 세계로 나가는 출구였습니다. 나를 벗어나 나 아닌 다른 것을 알아가는 첫 출구인 셈이죠. 저 역시 그랬으니까요.”장식장에서, 책장 구석에서, 먼지 뽀얗게 내려앉은 사전을 불러내려야 할 이유가 아닐까.
전미영 기자 neruda73@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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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les 2018-05-03 21:12:08
니가 그러고도 인간이냐.....ㅉㅉ ㄹㅇ 욕 쓰기도 아깝다 니한텐

상앙 2018-05-03 17:38:03
가증스러운 인간...임상범. 알량한 지식으로 어린 학생들을 농락하고 사학계를 욕보이다니.....거렬형에 처한다.

정의가 사는나라 2018-05-03 16:42:05
얼굴잘보고 갑니다.
임상범 교수는 이런얼굴을 들고 다니시는군요.

Jason 2018-05-03 11:34:53
성지순례 왔습니다. 임상범 교수님.

상범에셈머 2018-05-03 02:12:45
이넘이 그넘이지 길에서 걸려라 개처럼 대해주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