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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로칼럼] 30년 학문의 길, 이제 나의 몫은…
[원로칼럼] 30년 학문의 길, 이제 나의 몫은…
  • 이양자 동의대 명예교수·중국현대사
  • 승인 2010.10.04 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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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양자 동의대 명예교수·중국현대사
30여년 넘는 세월동안 교육과 학문의 길을 걸어온 후 정년퇴직한 필자는 여러 가지를 생각해 본다.
먼저, 중국여성사 전공자로서 아시아 각국 학자들과 어깨를 겨룰 우리 여성학자들의 조직화와 공동연구는 다음세대의 젊은 여성학자들이 해야 할 몫이지만, 그 밑그림을 그려주고 씨앗을 심는 일에 계속적으로 협조해 나가야 할 일이 필자의 작은 몫이라 생각하고 있다. 그 일환으로 여성사 관련 외국 자료의 번역에 계속 매진해 후학들에게 작은 도움이라도 주고자 노력하고 있다.

또 한 가지 생각하고 있는 것은 중국사의 대중화라는 명제다. 교양과목 수강자 100여명의 신입생을 앉혀 놓고 물어보면 고등학교 때 세계사를 배웠다는 학생은 2~3명에 불과하다. 요즘의 신입생은 모택동, 장개석은커녕 기본적인 한자도 모르기 일쑤다. 나날이 위협적인 존재로 커가는 대국 중국을 전혀 알지 못하는 우리 젊은이들의 현실은 나를 절망하게 한다. 知彼知己는 必勝之本인데 우리는 이렇게 중국을 몰라도 되는가. 그래서 대중 강연과 홈페이지, 싸이, 블로그, 카페, 트위터 등을 통한 대중적 중국사 강의 및 연재 그리고 중국사의 이해 확산을 위한 여러 노력을 계속하는 일이 필자에게 현재 주어진 중요한 과제라고 생각하면서 실행에 옮기고 있다. 이것은 또한 필자가 오랜 세월을 거쳐 습득한 지식의 사회 환원이라는 차원에서 필자가 사회에 봉사하고자 하는 또 하나의 길이기도 하다.

다음으로 연구 과정이나 강의 현장의 경험을 토대로 전공학문에 대한 연구법과 지침을 얘기해 봄으로써 후학들에게 줄 조언으로 삼고 싶다.

다 잘 아는 얘기지만 전공학문 연구에는 어학이 필수적이다. 이제 우리는 이미 지구촌 사람으로 통한다. 자기 연구 분야의 나라에 가서 그 나라의 말도 배우고, 그 나라의 자료를 보고 연구해야 함은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다. 특히 한문과 중국어는 중국사 전공자에게 모국의 글자와 같아야 한다. 또한 이미 영어는 평상적으로 익히고 있어야 하는 시대다. 외국어라는 잘 드는 양 날의 도구만 있다면 학자는 멋진 연구를 해낼 수 있는 자본을 가진 셈이다. 국제학술대회에서 벌써 중국어와 한문은 영어 못지않게 일상 언어가 되고 있다.

 
그리고 학자는 格物致知의 자세로 연구에 임해야 할 것이며, 강단에 선 교수는 誠意正心의 자세로 학생들을 보다 넓은 시야에서 열정적으로 애정을 다해 바르게 가르치고 이끌어 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여기에 빠져서는 안 될 것이 후배와 학생들에 대한 따뜻한 격려와 사랑이다. 이것이야 말로 약화되고 있는 인문학, 특히 동양사학에 있어서 전공자들을 많이 배출할 수 있게 하는 힘이 될 것이다.

또 한 가지 연구 분야에 있어서 필자가 후학들에게 조언하고 싶은 것은 번역도 중요하지만 질 높은 논문을 더 많이 써야 한다는 사실이다. 필자는 별 학문적 업적도 없지만 나름대로 번역에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그러나 학자의 생명은 연구논문을 많이 쓰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 논문이 모여지면 단행본 책이 나올 수 있는 것이다. “학자는 논문으로 말한다”는 언제나 통하는 만고의 진리인 것이다.

마지막으로 역사교육과 연구자 처우에 대해 관련 당국에 다음의 사항을 건의하고 싶다.
우리나라 역사교육의 문제점은 여기서 일일이 나열하지 않아도 우리 사학계의 교사, 학자, 교수들은 물론 일반인까지 다 알고 있는 사실이며 이미 관계 당국에 호소문, 건의문을 낸 바 있다. 당국은 한국인의 정체성 형성과 세계화를 위해 하루 빨리 한국사 및 세계사 교육에 대해 적절한 대책을 마련해주길 바란다.

아울러 관련 당국에서는 인간 본능을 포기하다시피 하며 학습과 학문연구의 고행 길에 들어서서 국내외에서 학위를 받은 수많은 학자들 즉 고급두뇌들이 연구소라든지 혹은 관련 기관에서 일할 수 있게 해줌으로써 나라에 유용한 인재로 거듭나게 할 정책과 방법을 시급하게 마련해주기를 간곡히 바란다.

이양자 동의대 명예교수·중국현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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