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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사회 중심 … 대학은 거들뿐”
“지역사회 중심 … 대학은 거들뿐”
  • 최성욱 기자
  • 승인 2010.09.24 14: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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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주간’ 4년 연속 선정, 비결은?

‘열림과 소통의 인문학’은 지난 2006년부터 한국연구재단(이사장 박찬모, 이하 연구재단)이 시행해온 ‘인문주간’의 지향점이다. 학문을 사회에 개방하고 지식과 고민을 함께 호흡하자는 취지를 담았다. 이 기조도 한 인터넷 포털사이트에서 공모로 뽑은 것이다. 그만큼 한국연구재단의 목표는 뚜렷하다. 인문학의 대중화다. 대학 안보다 바깥에서 인문학이 쓰이길 바란다.
인문주간이 올해로 5회를 맞았는데 4회 연속 선정된 대학이 있어 눈길을 끈다. 경희대 미래문명원과 부산대 점필재연구소다. 이들 기관은 철저하게 지역사회와 연계한 인문학 실험들을 내놨다. 어떤 비결이 숨어 있을까.

경희대 미래문명원 “취지에 집중”

경희대 미래문명원(원장 공영일)은 2007년 첫 사업을 시작할 때부터 지역사회와 협력을 중심으로 프로그램을 짰다. 기획단계 이전에 이미 예산안을 교내와 교외로 반씩 나눈다. 지역사회의 시민단체나 소외계층을 대상으로 하는 기관들과 협약을 맺는다. 대학 인근지역 외에도 서울·수도권 전역으로 참여기관의 범위를 넓혔다.

2008년과 2009년에 각 15개 기관이 참여했고, 올해는 춘천시의 자활센터까지 포함해 한 곳이 늘었다. 비율은 노숙인 쉽터 4~5곳, 자활센터 8~10곳, 시민단체 3~4곳이다. 지역 기관을 중심으로 프로그램을 운영하다보니 자연스럽게 일회성 전달식 강연의 비중이 줄었다. 체험과 참여 프로그램이 늘었다. 총 21개 프로그램 가운데 체험 프로그램은 절반이 넘는 12개에 달했다. 협력기관이 많은 만큼 참여하는 사람도 일주일간 평균 3천여명에 달한다.

지원 전략도 중요하다. 인문주간이 초가을(9~10월)에 열리는 것을 감안, 5월부터 지역 단체와 협의하면서 기획안을 만든다. 6월 중순 연구재단에 사업신청서를 제출하면 7월 초 선정결과가 나온다. 미래문명원 관계자는 “인문주간은 매년 취지문과 소주제가 바뀌는데 그 부분을 집중적으로 논의해서 프로그램을 기획한다”고 귀띔했다.

부산·경남지역을 중심으로 고전번역과 대중화 작업을 수행하는 부산대 점필재연구소(소장 정출헌)는 인문주간과 특별한 인연(?)이 있다. 2007년부터 올해까지 4년 연속 인문주간에 참가하고 있는데, 연구소를 설립한 해가 2007년이다.

부산대 점필재연구소 “인문강좌 정례화”

점필재연구소는 고등학생을 고전교육의 주요 대상으로 삼는다. 교사는 매개역할이다. 그러나 고교현장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 시행착오도 겪었다. 초기 한두 학교에서 150여명이 참여했는데 이마저도 한 고등학교에서 80%를 진행했다. 최근에는 30군데 고등학교와 함께 하고 있다. 정출헌 소장은 “언제까지 연구재단의 지원을 받아서 할 수 없으니 지자체와 연계할 수 있도록 연구재단에서 적극 나서주길 바란다”고 제안했다.

밀양이라는 지역사회에 인문학의 관심을 높였다는 데 점필재연구소의 힘이 있다. 첫해에는 밀양에 소재한 고등학교의 참여율이 전무했지만 지금은 절반을 차지할 만큼 자리를 잡았다. 방학에는 자체 예산으로 고전아카데미를 운영하고, 놀토에는 인문고전독서교실, 저자직강, 분임토론 등을 진행하고 있다.

두 대학의 공통점은 지역사회를 중심으로 한 프로그램을 운영원칙으로 삼고 예년 기획에 큰 변화를 주지 않으면서 일관성을 유지한다는 데 있다. 연구재단 관계자는 그러나 “사업의 연속성보다 지역사회와 연계한 프로그램의 충실도와 참신성을 더 눈여겨본다”고 평가했다.

이들 대학 외에도 꾸준한 출석률을 보이는 대학이 많다. 건국대 인문학연구원, 충남대 인문대학 대전인문학포럼, 계명대 논리윤리교육센터는 올해까지 세 번 참가했다. 전남대 인문학연구소는 올해엔 참가하지 않았지만 지난해까지 세 번을 치렀다.
연구재단은 올연말 인문주간의 문제점과 개선방안을 주제로 정책연구를 할 계획이다. 인문학이 대중에게 더 가까이 다가가려는 일련의 노력이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 기대된다.

최성욱 기자 cheetah@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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