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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수 조작은 기본 … 지원 안 한 사람 뽑기도
점수 조작은 기본 … 지원 안 한 사람 뽑기도
  • 권형진 기자
  • 승인 2010.09.24 14: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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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춤형 특채’ 신임교수 임용 때도 있었다

유명환 전 외교통상부 장관은 당당했다. 딸의 외통부 계약직 특별채용에 특혜 의혹이 불거지자 “장관 딸이기 때문에 더 엄격하게 (심사)한 것으로 보고받고 있었다”라고 해명했다. 행정안전부 감사 결과 드러난 사실은 달랐다. 채용일정이나 지원 자격 등을 장관 딸에게 유리하도록 바꿨다.


‘맞춤형 특채’는 외통부에 국한된 일일까. 교육과학기술부가 최근 발간한 『2009사립대학 감사백서』를 보면 교수 신규임용 과정에서도 특정인을 뽑기 위한 ‘맞춤형 특채’가 횡행했다. 교과부 관계자는 “교수 초빙공고와 달리 많이 뽑거나 심사기준을 사전에 공고하지 않아 객관성과 공정성을 무시한 경우가 많았다”라고 말했다.


A대학은 지난해 스포츠생리학 분야 교수를 채용하면서 후보자의 평가점수를 임의로 조작했다. ㄱ아무개 씨가 평가점수 범위 안에서 최저점만 받아도 1위가 되는데도 평가점수 범위보다 더 낮은 점수를 줘 2위로 떨어뜨리고 어부지리로 1위가 된 다른 후보자를 교수로 최종 임용했다.


B대학은 2006년 1학기에 외식조리학과 교수를 공개모집하면서 석사학위 이상 지원자 5명 중 4명을 면접도 없이 떨어뜨렸다. 이 대학은 면접을 본 나머지 1명도 불합격 처리한 뒤 석사과정을 수료한 학사학위 소지자를 심사 없이 특별 채용했다.


C대학 ㄴ아무개 학부장은 2004년 2학기 청소년지도학 전공의 전임교원을 채용하면서 박사학위 소지자가 아닌 박사과정 수료 이상으로 자격을 완화했다. 초빙공고를 낸 결과 박사학위 취득자 12명이 지원했는데도 박사학위 수료자를 전임강사로 임용했다. 지원자 중 박사학위 수료자는 단 한 명이었다.


특정인을 뽑기 위한 ‘그들만의 리그’는 특별채용 과정에서 많이 불거졌다. D대학은 서류심사와 면접심사 등을 실시한 후 최종 합격자 결정 과정에서 당초 공개모집에 지원하지도 않은 사람을 특별 채용했다. E대학은 교수 신규 채용 때 공개 채용을 원칙으로 하는데도 객원교수로 채용했던 사람을 합당한 근거 없이 전임교원으로 특별 채용했다. 지원학과나 모집분야를 지나치게 제한한 후 특정인을 신임교수로 임용한 대학도 적발됐다.


특별채용에서는 이사장이나 총장의 입김이 강한 것으로 드러났다. F대학은 특별채용 자격요건 대상이 아닌데도 법인 지시에 의해 3개 학과 6명을 특별 채용했다. G대학은 당초 교수 충원 계획에 없던 4개 학과 5명을 총장이 추천했다는 이유로 심사도 없이 특별 채용했다. H대학은 기초 및 전공심사 결과 적합한 인물이 없어 지원자 전원을 탈락시켰다가 이사장 지시로 재심사를 해 결국 특정인을 채용했다.

이 과정에서 ‘돈’이 오가기도 한다. I대학은 총장이 특채 대상자로부터 수천만원을 받았다가 채용이 무산되자 이사장이 특채 대상자로부터 직접 금품을 받고 교수로 채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어떤 대학에서는 전형심사위원으로 참여한 교수가 심사 전 교수 채용 조건으로 금품을 받았다가 이후 문제가 되자 돌려주는 일이 생기기도 했다.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신임교수 임용도 여럿이다. J대학 신임교수 채용 때 2차 심사위원으로 참여한 5명은 모교 출신을 선발하자고 사전에 담합한 후 동일한 점수로 채점해 특정인을 합격시켰다. K대학은 특정인에게 복수지망을 허용해 제1지망학과에서 불합격되자 제2지망학과에 합격 처리했다.

L대학은 모집 공고를 낼 때에는 5명을 선발한다고 해 놓고 다른 분야에서 불합격된 지원자 2명을 추가로 임용했다. M대학은 연구실적 인정 등의 문제로 채용이 유보된 1순위 후보자를 다음 학기 신임교수 초빙 때 모집분야를 변경해 채용했다.


교수 채용 때 면접 심사위원을 이사장 친인척으로 구성한 대학이 있는가 하면 박사학위 지도교수를 심사위원으로 위촉한 대학도 있었다.

권형진 기자 jinny@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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