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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립학회] 서울경기고고학회
[창립학회] 서울경기고고학회
  • 권진욱 기자
  • 승인 2002.05.14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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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05-14 18:23:31
 ◇ 뒤늦은 출발을 한 학회의 어깨는 그만큼 무겁다
연천의 전곡리, 하남의 교산동, 서울의 풍납동과 방이동 등 많은 선사시대와 역사시대 문화재가 있는 서울과 경기도. 유물과 자원이 수도 없이 많지만 개발에다 과밀이 겹쳐 문화재와 생태계의 파괴 위험이 가장 큰 지역이기도 하다. 그래서 선인들이 남긴 유물이나 유적을 연구, 그들의 행적과 문화를 복원하는 고고학의 손길이야말로 필수적이다. 영남, 호남, 충청 등 지방에는 이미 권역별로 고고학회가 운영되고 있는데 반해 서울과 경기도에는 지난 달 12일에야 서울경기고고학회가 생겼다는 것은 晩時之歎의 느낌마저 든다.

이 학회의 초대회장은 연천 전곡리 구석기 유적 발굴의 주역, 배기동 한양대 교수(문화인류학)이다. 이 밖에도 ‘신라고분연구’를 쓴 최병현 숭실대 교수, 철기문화를 연구한 이남규 한신대 교수, ‘고고학 이야기’를 쓴 이선복 서울대 교수를 비롯, 최은주 숭실대 교수, 하문식 세종대 교수, 안신원 한양대 교수, 박희현 서울시립대 교수 등 이 분야의 중견학자들이 산파역을 맡았다. 배기동 교수는 학회를 만들게 된 연유를 묻자 “서울과 경기도는 문화재 파괴가 심각해 적극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며 고고학자들 사이에 나눴던 공감대를 들려준다.

서울경기고고학회는 선사와 역사 시대의 문화유산을 발굴하고 조사, 연구하는 역할 못지 않게 수도권 문화유산의 파수꾼 역할을 톡톡히 할 태세이다. 그렇다고 해서 지역 여론이나 대중과 완전히 등을 돌린 채 발굴과 보존에만 온통 관심을 쏟는 것은 아니다. 이는 배기동 교수가 주도해서 이미 수년 전부터 열고 있는 ‘전곡리 구석기 문화축제’만 봐도 알 수 있다. 시민들이 구석기 유적을 직접 찾아가 그들의 생활상을 체험해보는 이 행사는 고고학을 대중에게 알리려는 목적뿐만 아니라 ‘지역 개발이나 문화 생활과는 동떨어진 것이 아니냐’는 오해를 불식시키기 위해서 해마다 어린이날에 맞춰 열린다.

‘연 2회 학술지를 발간, 연 1회 정기 학술대회 개최’를 목표로 이번 여름 학술지 발간을 예정하고 있다는 배 교수는 “국제학술대회도 조만간 열 예정”이라고 말한다. 학술대회에다 지역행사까지 일 욕심이 많다는 사실을 알아챈 바람에 그냥 ‘한국고고학회 서울경기지부’이겠거니 갸웃거렸던 어림짐작이 무색해져 버렸다.
권진욱 기자 atom@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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