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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장 직선제 안팎에서 위기
총장 직선제 안팎에서 위기
  • 손혁기 기자
  • 승인 2002.05.14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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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대로 하자” 요구 거세져…합리적 절차 마련할 때
대학자율화의 상징이었던 총장직선제가 안팎에서 위협받고 있다.
지난 5월 3일 고려대 학교법인 고려중앙학원(이사장 김병관 전 동아일보 회장)은 교수협의회(이하 교협)가 투표를 통해 추천한 이필상 교수(경영학과)와 이기수 교수(법학과)를 모두 제치고 총장추천위원회(이하 총추위)를 통해 천거된 김정배 현 총장을 차기총장으로 결정했다.

이 과정에서 김 총장까지 4차례나 교협이 추천했던 1순위 득표자를 총장으로 선임했던 고려대 법인은 교협을 ‘임의기구’로 폄하했고, 교수, 학생, 교직원들은 “구성원의 의견을 묵살했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지난 10일 두재균 교수(의학과)를 차기 총장으로 선출한 전북대에서도 그 과정은 수월치 않았다. 교직원들이 선거참여를 요구하며 교수들만의 직선제에 문제를 제기한 것이다. 결국 현 신철순 총장이 절차상에 문제가 있다고 인정하는 선에서 교직원들이 물러났다.

8월말로 박찬석 총장의 임기가 끝나는 경북대에서는 교수회가 다음달 3일 총장선거를 치를 예정이나 이 또한 순탄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교직원과 학생들이 공동대책위원회를 결성하고 총장선거 참여를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직선제에 대한 위협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오는 17일 2명의 후보를 법인이사회에 추천하게 될 한국외국어대에서는 교수들의 선거와 별도로 교직원들이 따로 후보를 뽑는 일이 벌어졌다. 현재 교협과 노조는 각각 1차 투표를 치르고 각기 다른 5명의 총장후보를 뽑아놓은 상태다.

최근 총장선출로 논란을 겪고 있는 대학에서 주목할 것은 사학법인이나 국립대 학생, 교직원 모두 법령과 민주화의 논리를 앞세우고 있다는 점이다. 고려대에서는 총추위에 교수, 학생, 교직원, 동문, 사회인사까지 참여해 외형적으로나마 민주적인 모습을 갖췄다. 참여권이 있는 인사들조차 불공정하다고 비난했지만, 법인은 법적으로 보장된 총장임명권과 함께 강하게 밀어붙였다. 전북대에서는 교직원이 선거참여를 요구하며 사문화된 ‘임용추천위원회’를 들고 나왔다. “교육공무원임용령에 따르면 교육인적자원부에 총장을 추천하기 위해서는 ‘총장임용추천위원회’를 구성해야 하는데 교수회가 단독으로 처리하고 있다”는 것이다.

결국 민주화의 결실로 도입하고도 법적 근거를 확보하지 못했던 총장직선제는 사립대와 국립대 모두 안팎으로부터 위협받고 있는 상황이다. 앞으로 “대안이 없다”는 이유만으로 교수들만의 직선제를 고수하기는 점점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손혁기 기자 pharos@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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