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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미술품 30%가 가짜…전문가 양성 시급
국내 미술품 30%가 가짜…전문가 양성 시급
  • 전미영 기자
  • 승인 2002.05.14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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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미술품 시장에서 거래되는 작품 가운데 약 30%가 가짜라는 통계 결과가 발표돼 미술계 안팎에 놀라움을 던져주고 있다. 지난 2일, 한국화랑협회(회장 임경식) 미술품감정위원회는 설립 20년을 맞아 활동 결과를 ‘미술품 감정 데이터베이스’로 구축하면서 위작 관련 통계를 발표했다. 데이터 베이스에는 미술품감정위원회가 지난 20년 동안 의뢰 받아 감정한 작품과, 국내 작가의 1만 여 작품의 사진과 자료를 담고 있다.

1981년 감정위원회가 설립된 후 20년 동안 진위 감정이 의뢰된 작품은 모두 2천5백25점으로 한국화 7백39점, 서양화 1천7백62점, 조각 24점이다. 이 중 가짜로 판명된 작품은 전체 작품의 29.5%인 7백45점. 서양화가 5백30점(30.1%)으로 가장 많았고, 한국화가 2백13점(28.8%), 조각 2점(8%)이었다. 감정 불능 상태의 작품도 52점(2.1%)이었다.

통계 발표에서 가장 관심을 끌었던 부분은 ‘과연 누구의 작품이 가장 많이 복제됐나 하는 것’. 이중섭의 작품이 1백43점(75.7%)으로 가장 많았고, 그 다음이 김기창 1백13점(30.8%), 박수근(36.6%) 37점, 김환기 36점(23.5%)의 순으로 나타나서 ‘작품 값’과 가짜의 빈도수가 무관하지 않음을 말해주고 있다. 감정의뢰가 가장 많았던 작가 역시 김기창 3백67점, 이중섭 1백89점, 김환기 1백53점, 박수근 1백1점의 순이었다.

생존 작가의 위작도 많아서 천경자의 작품이 의뢰된 32점 가운데 13점(40.6%)이 가짜로 밝혀졌고, 김창열의 작품 27점 중 9점(33%)이 위작으로 드러났다.

그나마 작품 수가 많지 않은 화가들의 경우 가짜일 확률이 훨씬 컸는데, 근대 미술기에 활동해서 작품이 많이 남지 않은 김관호와 고희동의 작품은 각각 감정 의뢰된 9점과 3점이 모두 가짜로 밝혀졌다. 한국화가 허 건의 작품은 17점 가운데 11점(65%)이 가짜로 드러났다.

화랑협회는 국내에 약 30여 명의 위작 전문가가 활동하고 있다고 추정한다. “국전이나 미술대전 입선 경력자 등 잘 훈련된 전문가들이 이중섭, 박수근, 김환기 등 유명 작가의 가짜 작품을 집중적으로 만들어내고 있다”는 것. 이중에는 “유명 작가의 직계 제자가 끼어있을 수 있다”라는 것이 화랑협회의 추정이다.

현재 국내에는 30여 명의 미술품 감정위원이 활동하고 있으며, 전문가들은 갈수록 교묘해지는 위작을 골라내기 위해서는 체계적이고 전문적인 감정가 양성 교육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전미영 기자 neruda73@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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