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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간지 리뷰] 한국사회 ‘아포리아’의 행방 … 돌아온 <문예중앙> 어떻게?
[계간지 리뷰] 한국사회 ‘아포리아’의 행방 … 돌아온 <문예중앙> 어떻게?
  • 우주영 기자
  • 승인 2010.09.06 15: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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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난히 기승을 부리던 폭염이 한 풀 꺾이며 여름이 막바지로 치닫고 있는 이즈음 계간지들이 한발 앞서 가을을 알려왔다. 한일 강제병합 100년을 맞아 한일관계와 동아시아공동체의 미래는 어떤 밑그림이 가능할까. 그 시도는 가을호에도 계속됐다. 한국 사회에 남아있는 식민지의 기억을 다른 동아시아 국가들의 트라우마에 비춰보는 작업도 눈에 띈다.

여름의 막바지, 가을 호 계간지들이 찾아왔다. 한일병합문제와  젊은 비평가들의 문학에 대한 전망이 눈에띈다.

‘세대’를 키워드로 한국사회 새로운 진보의 가능성을 가늠해보는 시도와 함께 2010년을 기점 삼아 한국문학의 고투를 살펴보는 작업도 이번 가을호 계간지에서 시선을 끄는 대목이다. 가을 계간지들은 어떤 문제의식으로 2010년의 남은 시간을 진단하고 있을까.

아물지 않은 식민지의 기억

<역사비평> 92호가 강제병합 100년의 결과를 성찰한 결과 내린 결론은 ‘성장의 공공성’이다. 이승렬 역사문제연구소 부소장은 한국사회는 동아시아 패러다임에서 식민통치와 한국전쟁이란 두 번의 전환기를 맞았다고 정리했다. 그렇다면 올해 강제병합 100년은 세 번째 전환기다.

<황해문화> 68호는 특집으로 「식민지 100년: 제국, 식민의 기억에서 얼마나 멀리 왔는가?」를 기획했다. 차승기(식민지 트라우마의 현재성)와 권명아(제국의 판타지와 게토 사이에서 타협하며 살기), 하정일(탈근대주의와 과잉 식민성 혹은 신실증주의)이 나서 다시금 아물지 않은 식민지의 상처를 짚어냈다. 차승기 성공회대 연구교수(국문학)는 국가에 의해 독점되는 ‘식민지 트라우마’를 경계한다. 국가 주도하에 이뤄지는 과거사 청산의 논리는 개인의 트라우마와 상충될 수 있다. 차 교수는 트라우마의 극복은 “자신의 정체성을 배반하거나 파괴하는 상처를 자기 안에 건강하게 품을 때 달성될 수 있으며, 이는 정상적인 사회적 관계 회복의 조건”이라고 정리한다.

2008년 여름, 재정난을 이유로 휴간했던 <문예중앙>이 권혁웅, 김미정, 김영찬, 조강석, 허윤진 등 새 편집진을 꾸려 통권 제123호로 2년 만에 새로운 출사표를 던졌다. 어느덧 2천 년대를 지나 새로운 10년의 초입에 선 지금, 한국문학은 ‘문학은 끝났다’는 종언 이후 또 다른 문학의 세계를 맞이하고 있다. <문예중앙>이 주목한 것은 ‘문학 이후의 문학’이다. ‘이후의 문학’을 만들기 위해 씨름하는 한국문학의 문제적 장면들을 허윤진(출사표- 오고 있는 평론가에게), 조강석(경험주의자의 시계), 권혁웅(자동기계들의 시- 시와 유물론), 김영찬(문학 뒤에 오는 것)이 짚어봤다.

비평가 허윤진은 비평가를 “그대는 어쩌면 보답 받을 수 없는 사랑에 투신하며 타인들에게 생을 임대해준 채 방 한 칸도 없이 살고 있다는 절박한 실향의식에 시달릴지도 모른다”고 연민하면서도 그들에게 한국문학의 문제적 교착을 함께 헤쳐 나가자고 손을 내민다. 비평가 조강석과 권혁웅은 각각 취미와 유물론으로써 언어의 전장을 헤쳐가는 한국시의 고투를 독려하고, 김영찬 계명대 교수(한국어문학)는 장편의 난경 앞에 선 한국소설의 문제를 점검했다.

<문예중앙>은 잊혀졌던 김승옥의 소설 「더 많은 덫을」을 발굴해 소개했다. 이 작품은 1966년 <주간한국> 지면에 발표된 작품으로 소외된 이들의 자의식을 작가 특유의 임상적 심리 보고 형식으로 드러낸 소설이다.

젊은 비평가들이 진단한 한국문학

<문학과 사회> 91호는 지난 호에 이어 젊은 비평가들에게 지면을 할애했다. 특집 「젊은 비평의 시선2- 2000년대 문학의 행방」이 진단한 2천 년대 문학의 주체들은 제도적, 시장적 주류에 대해 큰 관심이 없다. 그들은 한국문학의 새로운 비주류적인 에너지 즉, 군소 작가들의 주변부에서 시작되는 다른 문학적 가능성에 주목했다. 평론가 김남혁은 이청준의 단편을 예로 들어 2천 년대 문학이 놓여 있는 ‘아포리아의 해협’을 설명했다. “‘아포리아를 드러내야 한다’와 ‘아포리아 속에서 결정해야 한다’는 두 육지 사이에 2000년대 문학이 있다” 김사과와 신경숙의 소설은 복잡해진 문학의 아포리아적 상황을 증명하는 대표적인 작가로 언급됐다.
시장과 출판자본, 저널리즘과 같은 ‘문학적 권위들’이 퍼뜨리는 ‘풍문’과 ‘미담’에 동요하지 않는 이들 젊은 비평가들의 전망이 한국문학의 경직된 상징질서를 뒤엎을 새로운 힘이 될 수 있을지 기대를 모은다.

<문화과학> 63호는 지난 62호 ‘세대의 문화정치학’에 이어 다시 한번 세대 문제를 다뤘다. 세대 문제와 연동시켜 사회변동의 문제를 짚어봄으로써 앞으로 사회 변혁의 새로운 실천 주체 형성과 형성방식을 고안해 내기 위한 시도다. 심광현 한국예술종합학교(미학) 교수는 ‘계급분석과 세대분석의 변증법 지도’를 그려보자고 제안한다. 한국현대사에서 계급갈등과 여타의 사회적 갈등들이 어떤 세대 차이의 리듬을 통해 전개됐는지 살펴봐야만 그동안 이론과 실천의 양면에서 교착상태에 빠져 있었던 마르크스주의와 각종 포스트주의 사이의 비생산적인 대립과 정체를 타파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리얼’의 충동에 주목한 <오늘의문예비평> 78호 특집 「‘리얼’에의 충동과 문화정치」는 기존 리얼리즘론에 대한 비판과 함께 실재에 가 닿고자 하는 ‘리얼’에의 충동에 주목해 눈길을 끈다. 그 충동의 근저를 이해함으로써 미학이 정치와 어떻게 연루하는가를 탐구하겠다는 기획이다. ‘실재’와 ‘현실’에 대한 철학적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리얼리즘을 하나의 연역적 개념으로부터 해방시켜, 말 그대로 ‘수많은’ 리얼리즘‘들’에 대한 사유를 이끌어내고자 하는 이진경의 시도가 야심차다.

<창작과 비평> 통권 149호는 지금부터 총선과 대선이 치러지는 2012년까지의 국면이야 말로 그 어느 때보다 비상한 각오가 필요한 고비란 문제의식 하에 「이명박 시대의 반환점, 거버넌스의 위기」를 특집으로 내걸었다. 이남주 (이명박정부의 통치위기), 박인규(지방거버넌스의 활성화를 위하여), 박창근(4대강사업, 어디로 가는가), 성열관(교육 위기와 학교혁신의 전략)이 호명돼 각각 국가운영과 지방정부, 환경, 교육 분야에서 ‘나라 다스리기’의 새 틀, 즉 거버넌스 개편의 핵심 과제를 논의했다. 이남주 성공회대 교수(정치학)는 천안함 사건 이후 한미군사훈련까지 한반도를 둘러싼 갈등의 맥락을 주목하며 이명박 정부를 비롯 ‘보수세력’이 자기혁신의 기회를 놓침으로써 거버넌스 위기를 자초했다고 분석했다. 진보개혁진영이 국민적 대안세력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지방선거에서 확인된 ‘반MB연합’을 확대, 심화하고 민주적 거버넌스를 복원하는데 매진해야 한다는 주문이다.

우주영 기자 realcosmos@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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