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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學而思] 대학과 벤처창업
[學而思] 대학과 벤처창업
  • 숭실대 정보통신공학
  • 승인 2002.05.07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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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05-07 14:45:48

학자로서 현정부가 잘하고 있는 정책 중에 하나를 꼽으라면, 대학 내 창업 지원정책을 들겠다. 대학 내에서 창업을 육성하게 되면 교과과정이 실용적으로 이루어지게 되고, 각 지역별로 분산되어 있는 대학들의 특성화가 원활하게 이루어질 수 있다. 또한 박사학위 소지자의 80% 이상이 배치돼있는 대학 내의 우수 인력을 잘 활용할 수 있으며, 제자를 통해 산업에 필요한 유능한 인력을 배출할 수 있게 된다. 이와 함께 국가는 풀뿌리 응용기술력을 많이 확보하게 돼 경쟁력을 높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대학 교육환경이 크게 개선될 수 있다. 특히 지금까지의 수동적인 교육형태를 적극적이고 창의적인 실무교육 위주로 전환시킬 수 있다.

렇지만, 이렇게 좋은 여건임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대학내 창업이 활발하게 이뤄지지 않고 있는 원인은 무엇일까. 다음 몇 가지 측면에서 보완을 요구하고 있다. 먼저 창업에 필요한 창업아이템이 다양하게 발굴돼야 하고, 그 아이템을 보호 및 지원할 수 있는 분위기 조성이 필요하다. 즉, 창업아이템이 발굴되면 특허나 소프트웨어 등록과 같은 지적소유권을 바로 획득할 수 있는 행정적 재정적 지원이 필요하고, 등록이 완료돼 그 결실이 얻어지게 되면 그에 따르는 인센티브를 보장해주는 제도적인 장치가 필요하다. 또한 창업의 전문력을 배양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대학은 창의적이고 진취적인 대학생 예비창업가들을 많이 보유하고 있으며, 이들에게 전문력을 제공할 수 있는 교수들의 참여가 절실히 요구되고 있다. 또한 결실이 있는 경우에 벤처창업에 참여하는 교수들에게 인센티브를 제공할 수 있는 분위기 조성도 필요하다. 벤처창업에 참여하는 대학생들에게도 여러 가지의 혜택을 제공해야 한다. 벤처창업을 원하는 대학생들에게 제공할 수 있는 혜택으로는 벤처기업에서 현장실습의 학점인정, 벤처창업의 산학장학금 지급, 대학내 벤처기업에서 병역특례 제공, 창업아이템대회 입상자에게 장학금지급 등이 있다.

학을 통한 벤처창업 지원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도 많이 있다. 먼저, 창업의 성공률이 5% 미만이기 때문에 사회경험이 없는 학생들이 아이디어만으로 창업을 하게 되면 조기에 실패를 겪게 된다는 시각이다. 이 같은 지적은 획일적인 교육상황에서 나올 수밖에 없는 안타까움이 있다. 창업의 경험을 대학 교육과정에서 미리 체험할 수 있다면 그것이 바로 산지식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한참 공부에 치중할 시간에 학생들이 창업에 참여하게 되면 대학원이나 대기업에는 누가 진출하겠느냐는 우려도 있다. 그렇지만, 대학에서 벤처창업에 적극성을 보이는 학생들의 숫자는 10% 미만이다. 즉, 학생들의 소질과 원하는 직업이 서로 다른 것처럼 학생들마다 자신들이 원하는 분야를 다양하게 개척할 수 있도록 하는 지원측면에서도 대학내 벤처창업의 특성화는 필요하다. 대학마다 벤처창업 업체에게 자금 뿐만 아니라 자본가의 전문성이 함께 제공될 수 있도록 제반의 지원이 필요하다.

교수가 벤처창업을 하게 되면 교육이나 연구에 소홀하게 되어 교육자로서의 자기본질이 크게 위축된다는 점도 자주 지적된다. 이것은 교수가 자신의 본업에서 탈피해 영리 추구에만 관심 갖게 된다는 의미이다. 그러나 대학교수의 벤처창업은 교수의 전문적 능력을 투입해 실용적인 상품이나 결과를 사회에 환원한다는데 그 뜻이 있다. 즉, 교수는 자신의 전공분야에 알맞게 자문, 경영, 기술 가운데서 벤처창업의 한 역할에만 참여하는 것이므로 벤처창업의 참여는 자신의 전공분야를 적극적으로 발전시켜 나가는 한 방편이 된다.

결론적으로 요람단계인 대학 내 벤처창업 보육은 복지국가에서 당연시하는 최저의 보육단계이기 때문에 국가나 학교의 지원이 아주 필요한 기간이며, 동시에 최소의 지원비용으로 최대의 지원효과를 얻어낼 수 있는 단계이기도 하다. 따라서 외형적으로 나타나는 효과가 미흡하다고 하여 대학 내 벤처창업을 위한 보육과정을 없애버리는 우를 절대로 범해서는 안될 것이다.
<숭실대·정보통신공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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