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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속의 인물] 치열함과 강렬함의 시인 샤를 피에르 보들레르
[역사 속의 인물] 치열함과 강렬함의 시인 샤를 피에르 보들레르
  • 박기현 전남대·불문학
  • 승인 2010.08.31 16: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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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게 『악의 꽃』의 시인으로 널리 알려진 샤를 피에르 보들레르(1821.4.9~1867.8.31)는 프랑스 파리에서 태어났다. 62세의 아버지와 28세의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시인 보들레르의 유년 시절의 큰 두 사건은 6살에 일어난 아버지의 죽음과 그  다음 해 어머니의 재혼이었다. 어린 햄릿 시절을 보낸 보들레르가 계부 오픽 장군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게으름을 자책하며 택한 직업은 시인이었다. 친부의 막대한 유산을 물려받아 자유로운 파리생활을 하던 댄디에서 보들레르는 가족회의에 따른 금치산자 선고를 받고 23년 동안 지옥과도 같았던 파리를 떠나지 못하며 보헤미안으로 변모한다. 1848년 혁명의 격동기에 총을 들고 자신의 계부를 죽이자고 바리케이드에서 외쳤던 보들레르가, 루이 나폴레옹의 쿠데타로 정치에 실망해 몰두한 일은 20년 전부터 써 오던 시들을 교정하고 수정하는 시 작업이었다.


1857년에 초판 출간한 운문 시집 『악의 꽃』은 그의 삶을 짓누르던 불운처럼 그를 파리의 법정에 서게 만들어 6편의 시가 삭제당하고,‘은밀한 건축물’을 꿈꿨던 보들레르는 『악의 꽃』의 5개의 장에 새로운 장 「파리 풍경」을 첨가해 『악의 꽃』의 재판을 1861년 출간한다. 단 한권의 ‘미래의 책’을 완성시키기 위해 새로운 판본을 준비하며 동시에 새로운 산문시의 형태를 실험 발표하던 보들레르는 자신이 스스로‘거대한 창녀’라고 부르던 파리를 떠나 1864년부터 2년 동안 벨기에에 머물며 글쓰기 보다는 육체적으로 고통 받았다. 1866년 3월 벨기에 나뮈르의 생-루 성당에서 대뇌장애로 쓰러진 보들레르는 오른쪽 마비의 반신불수로 파리에 옮겨져 치료를 받던 중 1867년 8월 31일 46세의 나이로 사망했다.


『악의 꽃』은 유럽 문학에서 16세기 단테의 『신곡』과 비교되며 독자들로 하여금 자신의 의식의 밑바닥으로 내려가 악의 존재, 죽음의 강박 관념, 자신의 악마적 성격을 인정하게 만드는 저주받은 책으로 평가 받아 왔다. 사드가 앞서 간 발자취를 따라가고, 뒤이어 로트레아몽과 바타이유를 준비시키는 『악의 꽃』은 문학과 악의 상호 관계를 의식의 강렬함과 집중된 사유의 정제된 언어를 통해 표현해, 프랑스 제 2제정 시대 이후로 많은 ‘보들레르 알레르기’ 반응을 야기 시켰다. 2007년에 발표된 앙드레 귀요의 1천143쪽의 대저 『보들레르, 반세기에 걸친 『악의 꽃』 독서(1855~1905)』는 이러한  경향을 잘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21세기에 보들레르를 읽는다는 것은 『악의 꽃』과 연관된 현대 시의 창작 세계를 이해하는 것에 그치는 것은 아니다. 보들레르를‘깊이’있게 읽기 위해서는 보들레르 전체, 즉 운문시집 『악의 꽃』과 산문 시집 『파리의 우울』에 나타난 시의 세계와 『낭만주의 예술』에 나타난 미술 살롱평과 문학 비평, 그리고 『인공 낙원』에 나타난 자극제에 대한 철학적 성찰 등 모두를 함께 읽어야 한다. 니체가 표현한 것처럼 ‘충분히 꼬인 이 어떤 사람’인 보들레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들라크르와에서 에드가 포로, 포에서 콩스탕탱 기스로, 기스에서 바그너로 넘나들며, 보들레르 고유의‘악의 에너지(energie viciee)’가 표현하는 강렬함을 음미하며 보들레르를 再讀해야 한다. 보들레르가 요구하는 독자는 ‘기쁜 마음으로 재독을 요구하는 책들만 읽는 독자’이기 때문이다.


보들레르의 강렬한 에너지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50년 넘게 보들레르에 대한 문헌학적 작업과 비평작업을 해오다 2004년 타계한 프랑스의 클로드 피슈아 교수나, 역시 50년 가까이 일본에서 보들레르 연구를 진행하며 보들레르 전집을 번역 간행하다 2007년 타계한 아베 요시오 교수, 독일에서 보들레르 전집을 번역 간행한 볼프강 드로스트 교수 등의 번역 작업 같은 연구들이 국내에서도 선행돼야 할 것이다. 일반 독자들을 위해 국내에서도 보들레르의 전집이 빨리 간행되기를 기대하면서 그동안은 발터 벤야민의 깊이 있는 보들레르론인 『보를레르의 작품에 나타난 제2제정기의 파리』(2010)에 만족하는 수밖에 없을 듯하다.

박기현 전남대·불문학

프랑스 파리 8대학에서 박사를 했다. 저서로 『프랑스 문화와 상상력』,『분노의 색채』,『문학의 탈경계와 상호예술성』(공저) 등이 있다. 전남대 문화전문대학원 교수로 재직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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