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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옥의 주요저작
김용옥의 주요저작
  • 권진욱 기자
  • 승인 2002.06.14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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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 장르’ 불문한 우상파괴형 동양학
도올 김용옥은 다작으로 유명하다. 17년 동안 40여권을 냈으니 매해 두 권 반에 가까운 분량을 쓴 셈이다. 생물학, 종교학, 철학, 연극, 저널리즘, 무도, 한의학에 이르기까지 그가 섭렵한 분야만큼이나 다양한 책을 냈지만 1986년 이후 ‘태권도 철학의 구성원리’(서울 刊) 등 극히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면 자신의 저작을 일관되게 통나무출판사를 통해 출간했다. 그의 저작은 동양학 내에서는 특히 禪불교, 논어와 공자, 도덕경과 노자, 동서양 비교문화에 관한 내용이 많다.

‘동양학 어떻게 할 것인가’는 처음에 민음사版으로 1985년 1월에 나왔다가, ‘나의 良心宣言에 대한 氣哲學的 時論’이라는 서문을 덧붙여 통나무版으로 재출간했다. 일종의 체계적 韓·中·日 표기법인 ‘C·K 시스템’, 동서양간 비교철학 등을 포함해 초기 학술논문을 담고 있는 책이다. “해석 지평의 개방을 보장하는 것이 민주주의이며, 그 구체적인 표현은 언론의 자유입니다”라는 양심선언으로 고려대 강단을 떠났던 그는 이 책 서문에서 ‘울자! 울자! 氣의 창공을 부둥켜안고 울자!’라는 一聲으로 어두운 시대에 자유를 희구하는 젊은 학인들을 매료시켰다.

1986년에 나온 ‘여자란 무엇인가 : 동양사상입문특강’은 젊은 세대에게 많이 읽힌 책. 유형화된 ‘여성성’을 바탕으로 동서양의 인식체계를 논의한 비교문화 연구서임에도 불구하고 제목이 주는 인상 때문인지 김용옥을 세간에 널리 알리게 한 해프닝을 갖고 있다.

1990년 출간된 ‘태권도 철학의 구성원리’는 커다란 사회적 반향을 불러일으켰던 책이다. 이는 태권도라는 다소 생경스러운 주제로 문명이나 신체에 대한 사유를 펼쳤다는 점 때문이 아니라 태권도가 이승만 정권의 국책 사업으로 조작된 것이며, 옛날 오키나와 무술에 기원을 두고 변형됐다는 책의 내용 때문이었다. 태권도의 정통성을 부정하는 주장으로 간주돼 당시 태권도계와 관련학계의 커다란 반발을 산 바 있다.

1998년 ‘話頭, 혜능과 셰익스피어’는 비교적 후한 점수를 받은 저작. 禪불교의 전래 공안집 중 가장 탁월한 碧巖錄을 바탕으로 햄릿 속에 나타난 선과의 연관성에 대해 도올서원에서 강의한 내용을 정리한 책이다.

1999년, 2000년에 출간된 ‘노자와 21세기’와 2000년, 2001년 출간된 ‘도올論語 1·2·3’는 각각 EBS와 KBS에서 강의한 김용옥의 방송교재를 풀어서 쓴 것. 전자는 道德經의 道經을 풀어쓴 것이고, 후자는 전자와 공자에 대한 개괄, 논어 전체 20편중 學而, 爲政, 八佾, 里人, 公冶長편에 대한 번역과 해설을 단 것이다. ‘면밀한 한문해석에서 우러난 동서고금을 자유롭게 넘나드는 도올 사유의 진수’라는 찬사와 ‘군더더기 투성이 설명에다 일방선언식 독설로 가득채워진 선언문’이라는 악평을 동시에 감수해야만 했다.

그에 대한 학계의 평가는 인색한 편. 유명세에 비하면 인용도가 그리 많지 않다. 진술방식의 독단성은 차치하고서라도 陳鼓應, 方東美, 徐復觀 등 다른 학자의 주장과도 비슷한 부분이 조금씩 있는 점도 전문연구자들 사이에서의 감점요인이다.

김용옥은 그의 연구분야마다 ‘전담 마크맨’이 존재할 정도로 論敵도 많은 학자이다. 시중에 나온 단행본을 살펴보면 그를 우리사회의 대표적인 문화권력으로 지목한 강준만 전북대 교수(신문방송학)의 ‘이문열과 김용옥’(인물과사상 刊), 제목조차 패러디해, 그의 철학체계를 “알곡은 없고 쭉정이만 있는 잡설”로 간주한 한학자 홍승균의 ‘김용옥이란 무엇인가’(선 刊), 불교관을 비판한 재야불교학자 변상섭의 ‘김용옥 선생, 그건 아니올시다’(시공사 刊) 등이 대표적이다. ‘노자와 21세기’를 비판한 ‘아줌마 논객’ 이경숙의 ‘노자를 웃긴 남자 1·2’(자인 刊), KBS에서 방송된 ‘김용옥의 논어이야기’에 대한 비판 후 서지문 고려대 영문학과 교수(문학)가 쓴 ‘영어로 배우는 논어 1·2’(창작시대 刊)도 비판 주석서 목록에 들어간다.

그만큼 김용옥은 1990년대 이후 가장 논쟁적이고 생산성있는 작가였던 셈. 그로 인해 고전읽기 유행이 일었는가 하면, 비판논객들조차 동양학을 기초부터 공부해야 했을 정도였기에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동양학자로서 그가 우리 사회에 남긴 발자취는 매우 크다. 이 밖에도 특기할만한 책으로 영화 ‘장군의 아들’의 대본인 ‘시나리오 장군의 아들’(1990년), 김우중 前 대우회장과의 여행 중에 나눈 閑談을 담은 ‘대화’(1991년), 날카로운 해제를 단 마루야마 마사오의 ‘日本政治思想史硏究’(1995년) 등이 있다.

권진욱 기자 atom@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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