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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옥의 동양학 논의, 어떻게 이해돼 왔나
김용옥의 동양학 논의, 어떻게 이해돼 왔나
  • 권희철 기자
  • 승인 2002.05.07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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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석학적 전개 파격적 … 표절 의혹, 문화권력 비판도

유권종 중앙대 교수(철학)는 이른바 ‘도올 논쟁’이라는 명칭을 이렇게 분석한다. “논쟁이란 명칭을 붙일 때는 사안의 핵심적 주제 혹은 포괄적 주제가 그 중심어가 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 점에서 본다면 이른바 ‘도올 논쟁’ 혹은 ‘김용옥 논쟁’은 논쟁을 유발한 당사자의 이름이나 별명을 중심어로 붙인 것이므로 그 명칭에서 독특하다. 그러나 ‘도올 논쟁’에서 도올 본인은 빠져 있다는 점이 역설적이다. 기피인지 유보인지 애매하지만, 이로 인해 진정한 의미의 논쟁은 아직 시작되지 않은 셈이다.” 그러나 유 교수는 당사자가 빠졌다 하더라도 찬반 대립으로 전개되는 견해들이 논쟁의 양상을 띠고 있기 때문에 논쟁으로 볼 수 있다고 말한다. 논쟁은 도올의 태도, 학문의 대중화 문제, 해석의 정당성 여부 등으로 나뉘어 진행됐다.

도올의 TV 강의에 대한 비판으로 ‘노자를 웃긴 남자’의 이경숙 씨, 서지문 고려대 교수(영문학)의 논의가 유명하다. 그러나 이들의 비판은 수준 이하였다는 게 일반적인 평가다. “소양이 의심스러울 정도의 기상천외한 해석법이 난무하고 있”다는 게 홍광훈 서울여대 교수(중문학)의 평가.

동양철학자들의 반발도 거셌다. 그러나 실제로 활자화된 것은 몇 되지 않는다. 이기동 성균관대 교수는 ‘도올 김용옥의 일본 베끼기’라는 저서를 통해 도올이 일본의 대표적 유학자 오규 소라 등의 글을 베꼈다고 주장해 파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서병후 씨도 ‘도올에게 던지는 사자후’에서 도올의 저서 ‘화두 혜능과 셰익스피어’와 ‘금강경강해’의 표절 의혹을 제기했다. 반면 황희경 성심외국어대 교수는 도올이 극찬했다는 시라카와의 논의를 분석하며 “도올은 그의 주장을 단편적으로 따왔다는 혐의가 짙다”고 평하고 있지만 표절 주장으로 보긴 힘들다.

성태용 건국대 교수는 “과거의 토양과 현대의 토양에 대한 검토 작업 없이 그대로 과거의 나무를 가지고 현실을 푸르게 가꿀 수 있다는 논리가 될 위험성”을 들면서 노자 사상과 현대적 상황 양쪽의 전체적인 구조와 역사적 상황에 대한 철저한 검토가 부족하다고 지적한다. 이에 반해 이동철 용인대 교수는 도올 옹호론을 편다. “파격적 구성과 전개는 궁극적으로 지식과 삶의 화해를 지향하려는 노력의 산물이자 그 표현양식이다.” 고도로 축적된 학문적 성과를 단순히 철학의 대중화로 치부할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서양철학자들의 반응도 더러 있었다. 이정우 철학아카데미 원장은 기성학계를 비판하는 측면은 긍정하면서도 철학의 차원과 흥행의 차원에서 도올의 성공을 구분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담론적 권력은 대중의 인기를 얻는 데가 아니라 대중을 깨우치고 억압적 권력과 투쟁하는 데 사용돼야 할 것”이라며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우리신문에서 시작해서 여러 지면으로 번져나간 논쟁의 주인공 김진석 인하대 교수의 논의도 빠뜨릴 수 없다. “동양적 전통의 현재성, 이것은 사실이라기보다는 경험주의적 전제가 아닐까. 개념적으로 명확한 내용을 가지기는커녕 요란한 소리만 내는 깡통이 아닐까. 이 점을 암시하는 첫 번째 예로 김용옥의 노자·공자 개그를 들 수 있다. 내가 보기에 그것은 동양 사상을 빙자하면서 그것에 기생하는, 동시에 대중과 방송에 기생하는 문화권력 복합체이다. 그러면서도 자신이 그런 문화권력이라는 점을 부인하고 동양사상의 면면한 전통을 이어받고 있다는 허울을 강조한다.” 사실 이 대목은 전체 맥락에서 이해돼야 한다. 김진석 교수는 동양철학을 주 표적으로 다루고 있기는 하지만, 일반적인 철학의 한계, 해석학의 유효성에 대해 지적하려고 했다. 철학이 아닌 분야의 논의로 함재봉 연세대 교수(정치학)의 주장이 있다. 그는 김진석 교수와는 정반대의 입장을 펼친다. 함 교수는 도올의 해석학적 성취를 강조하며 인문주의자라고 높이 치켜세웠다. 강준만 전북대 교수(신문방송학)는 ‘이문열과 김용옥’에서 도올을 지식폭력의 피해자로 규정한다. 이에 “기존의 문화특권에 도전하는 파격과 기행을 통해 지적 엔터테이너로 인정받으며 보통사람들을 대상으로 유사종교적 권력을 누렸다”는 것. 그러나 대체적으로 강 교수는 김용옥이 지식의 대중화에 기여했다며 긍정적 평가를 내리고 있다.

권희철 기자 khc@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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