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3-29 04:30 (금)
“참고문헌도 저작권료 내라” … 대학가 颱風
“참고문헌도 저작권료 내라” … 대학가 颱風
  • 최성욱 기자
  • 승인 2010.08.31 14:4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강의자료 저작권’, 대학을 기습하다

 

저작권료 태풍이 대학가로 몰려오고 있다. “요즘 일부 악의적인 로펌의 행태를 보면 모릅니까. 열 쪽짜리 강의록에 수천만원대의 소송을 걸어올지도 몰라요. ‘수업목적 보상금제도’는 대학교육의 공익적 목적을 감안해서 저작자의 재산(저작권)을 제한하는 건데… 오히려 대학이 반대하면 문광부도 고시를 강행할 수는 없지 않겠습니까.”
지난 27일, 문광부의 한 관계자는 고시를 앞두고 있는 ‘수업목적 저작물 이용 보상금제도’에 대해 미온적인 태도로 일관해온 대학을 강하게 꼬집었다.

최근 문광부가 추진하고 있는 고시안(정액납부방식)에 따르면 재학생 1명당 3천580원을 내면 1년간 저작권 문제에서 ‘해방’된다(교수신문 569호 2면 보도). 솔깃한 내용임에는 틀림없다. 보통 연간 수천만원(대규모 대학은 1억원 상회)이면 논문, 영화, 사진 등 강의에 활용하는 모든 저작물을 ‘마음껏’ 쓸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그런데 대학은 ‘결사반대’를 표명했다. 표절, 중복게재 등 저작권 문제로 골머리를 앓던 대학들이 문광부 고시안에 등을 돌리는 이유는 뭘까.

등록금·유통구조 대책있나

문광부는 고교 교과서에 적용하는 ‘교과용도서 보상금 제도’를 모델화하고 있다. 고교 교과서도 시행하는 제도를 대학이 왜 회피하려하느냐는 눈치다. 대학은 현실적으로 등록금 인상 부담을 우려한다. 김정곤 전국기획처장협의회 회장(한남대)은 “우선은 실험·실습비 예산에서 충당하는 방법은 있겠지만, 대다수 대학은 추가요인이 등록금 인상으로 직결되는 구조를 가진 게 사실”이라고 우려했다. 실제로 교과용도서 보상금 제도의 경우 정부와 출판사의 지원이 큰 몫을 차지해왔다. 국정교과서는 정부가, 검·인정교과서는 출판사가 부담하는 구조다. 대학은 문광부 고시 기준에 따라 (사)한국복사전송권협회와 개별약정을 체결해야 한다.

책이나 논문 등 저작물 유통구조의 개선이 뒤따르지 않는 것도 문제다. 박경신 고려대 교수(법학)는 불법복제가 성행하는 근본 원인을 개선하는 게 우선이라고 말했다. “제본이 이뤄지는 가장 큰 이유는 원서나 희귀도서는 물론이고 조금만 오래된 책조차 구입하기 힘들거나 아주 높은 가격을 지불해야 한다. 미국은 킨들 등을 통해 저렴한 가격으로 편리하고 빠르게 책을 찾아볼 수 있다. 품절된 책도 폭넓게 퍼져있는 중고서점을 통해 얻을 수 있어 자료접근 통로가 다양한 편이다.”       

최성욱 기자

수업목적 보상금 제도는 저작권 단체와 대학 간 협의가 관건이지만 쉽지 않다. 대학은 교육적 가치를 우선시해 ‘저작권료 징수는 부당하다’는 입장이고, 저작자는 수업목적 보상금제를 통해서라도 저작권료를 받겠다는 입장이다. 이 사이에서 문광부는 수업목적 보상금제를 금과옥조처럼 여기고 있다.

교수들은 그러나 새로운 아이디어는 얼마든지 있다는 의견이다. 예컨대 미국의 대형 복사업체인 킨코스가 저작권 소송에서 패소한 이후 상호간 합의를 이끌어낸 경우다. 대학에서 교재를 위해 저작물을 편집·복사할 경우 저자 허락을 받으면 일단 한 학기를 쓸 수 있지만 되풀이해서 쓸 수 없다. “어떤 방식으로든 저작권료를 지불하는 것이 원칙”이라고 말하는 이정민 서울대 명예교수도 “이번 고시안은 충분한 논의과정 없이 불쑥 나온 느낌이 있다”고 지적했다.

“문광부 밀어붙이기” 한발 늦은 대학

 다음달 중순에 열릴 한국대학교육협의회(회장 이기수·고려대 총장, 이하 대교협) 이사회를 끝으로 문광부는 대학 관계자 의견수렴을 마치고, 고시를 확정·발표한다. 하반기 안에 고시가 공포되면 대학은 내년 4월까지 올해분 강의자료 저작권료를 지불해야한다. 문광부도 내년 3월까지 내년도 기준안을 새롭게 공포해야 하는 상황이다. 양측이 모두 빠듯하다.

지난 2006년 저작권법이 개정됨에 따라 문광부는 2008년까지 수행한 연구한 결과를 토대로, 지난해 4월부터 대학 관계자들에게 의견을 구했다고 밝혔다. 올해는 포럼, 공청회, 대학 실무자 설명회를 비롯해 4월과 5월 두 차례에 걸쳐 400여개(전문대 포함) 대학에 의견조회 공문을 발송했지만 응답률이 10%를 밑돌았다고 한다.

지난주 언론보도를 통해 뒤늦게 사안의 심각성을 인지한 대교협과 전국대학교 교무처장협의회(회장 김귀룡·충북대)는 오늘(30일)까지 교무처장들의 의견을 받아 다음달 대교협 이사회에서 공동대응안을 모색한다는 계획이다.

최성욱 기자 cheetah@kyosu.net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