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6 01:30 (금)
[진단] ‘산업교육진흥법 개정안’ 입법예고
[진단] ‘산업교육진흥법 개정안’ 입법예고
  • 교수신문
  • 승인 2002.05.07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2002-05-07 13:50:41
내년 3월부터 산·학·연 협력 활동을 통해 얻은 수익을 대학의 교육·연구에 재투자할 수 있게 됐다. 대학에 별도의 회계를 운영하면서 산·학·연 협력사업을 전담하는 ‘산학협력단’ 설치가 가능하게 된 것이다. 또한 대학부지 내에 산업체 등과 연계된 ‘협동연구소’를 설립·운영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각 대학이 교육·연구와 관련된 기업을 직접 운영할 수 있는 ‘학교기업제도’도 도입된다.

교육인적자원부는 지난 달 28일 이와 같은 내용을 담은 ‘산업교육진흥업개정안’을 입법예고하면서, “이번 법개정은 산·학·연 협력을 활성화하기 위한 법적·제도적 인프라를 마련한 것이며, 이로 인해 새로운 지식과 기술의 창출·공유·확산이 더욱 확대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 어떻게 달라지나

대학내에 법인격의 자격을 지닌 채 별도의 회계를 운영하는 ‘산학협력단’이 설치된다는 것은 여러 가지로 의미가 크다.

그동안 국·공립대학은 별도의 법인격이 없었던 탓에 기업 등으로부터 연구 용역 계약을 거의 체결할 수 없었다. 국립기관인 국립대학이 대가를 받고 용역을 제공하거나 그에 대한 권리를 취득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내년부터는 법인격이 부여된 ‘산학협력단’이 주체가 돼 국·공립대학도 기업체 등과 동등하게 계약을 체결할 수 있게 됐다.

또한 지금까지 국·공립대학의 경우 ‘수입의 직접사용 금지 원칙’(예산회계법, 지방재정법)에 따라 수입의 모두를 국고 등에 납부해야 됐다면, 내년부터는 외부 수탁 연구 등 대외협력을 통해 생긴 수입을 해당 대학이 자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게 됐다. 사립대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 그동안 사립대는 교비회계에 속하는 수입을 다른 회계에 전출하거나 대여할 수 없었지만, 앞으로는 산학협력단이 거두는 수익을 별도의 회계로 자유롭게 처리하게 됐다.

또한 대학부지 내에 기업 연구소나 정부 출연 연구소를 설치·운영할 수 있도록 하는 ‘협동연구소‘ 제도의 도입은 그동안 방치됐던 대학부지를 활용하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정부 규제의 대폭적인 완화를 의미한다. 그동안 국립대 부지는 국유재산으로 민간에 임대하지 못했었다. 또한 국가 또는 학교 법인 이외의 단체나 기업은 대학내 건물을 소유할 없었다. 그러나 개정안에 따르면, 부지는 대학의 소유이지만, 연구시설은 기업 또는 연구소의 소유가 될 수 있다.

●효과 기대할 수 있나

산업교육진흥법개정을 통해 우선 기대할 수 있는 것은 산·학·연 협력에 대한 기업, 연구소, 대학의 적극적인 의지다. 손익을 따져볼 때, 기업과 대학 모두에게 이익이 될 가능성이 많다. 기업은 대학과 연구용역 계약을 체결할 경우, 산학협력단이 계약의 주체이기 때문에 계약의 이행 및 책임 소재를 분명히 할 수 있을 뿐아니라, 무엇보다도 대학부지내에 상대적으로 적은 비용을 들여 연구시설을 설립·운영할 수 있어서 이전에 비해 기업이 대학과의 연구협력에 적극적인 자세를 취할 것으로 보인다.

대학의 경우, 재정 확보를 위한 운신의 폭이 더욱 넓어졌다. 즉 교육활동과 관련된 학교기업의 운영 및 민간 자본의 유치가 가능해짐에 따라 학교 재정을 확충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것. 등록금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는 등 대학의 재정적 자립도를 높일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또한 교육과 관련된 학교 기업을 직접 운영함에 따라 산업체 수요에 맞는 현장실습 위주의 교육이 가능해 질 것으로도 보인다.

한편 대학교수의 상황도 여러 가지 면에서 달라진다. 지금까지 기업과 연구용역 계약을 체결할 때, 모든 사항을 본인이 직접 준비해야 했지만 내년부터는 그럴 필요가 없다. 산학협력단이 교섭 및 계약 이행과 관련한 사항을 모두 지원해준다. 연구에 전념할 수 있는 시간도 늘고, 산학협력의 성과가 업적평가에 반영되기 때문에 산학협력으로 인해 승진 등의 피해를 보는 일도 없게 됐다.

윤윤규 박사(한국개발연구원)는 산·학·연 협력과 관련, “전체 이공계 박사 인력 중 76.8%(3만2천3백67명)가 대학에 집중돼 있으나, 민간연구개발비의 6.2%, 전체연구개발비의 12%만을 사용하고 있다”며 “산·학·연, 특히 대학의 고급인력이 대학의 울타리를 넘어 산업체 및 연구소와 활발하게 교류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산·학·연 협동이 학생들의 현장실습 기회를 늘리는 등 일과 학습의 통합을 지향하고 있다는 측면에 문제 제기가 없는 것은 아니다. 정기오 교육인적자원부 인적자원정책국장은 지난 1월 16일 ‘산·학·연·정 협력 활성화 방안’을 주제로 열린 공청회에서 “많은 이들이 반대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학습이란 현실로부터 떨어져 성찰하는 과정 속에서 지적인 성숙을 가능하게 하기 때문이다”라면서 “현장교육의 강화는 그런 점에서 오히려 국가혁신체제 구축에 장애를 가져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

앞으로 이 개정안이 산·학·연 협력 참여자에게 얼마만큼 실질적인 이익을 줄 수 있을지는 좀더 기다려봐야겠지만, 산·학·연 각 주체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유도할 수 있도록 제도적 법적 장치를 마련했다는 데 일단 의미를 둘 수 있을 듯하다.
허영수 기자 ysheo@kyosu.net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