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4 16:40 (수)
“문학은 사회적 정체성 생산하는 무의식적 계약에 대한 꿈의 아카이브”
“문학은 사회적 정체성 생산하는 무의식적 계약에 대한 꿈의 아카이브”
  • 우주영 기자
  • 승인 2010.08.23 14:4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제19차 국제비교문학대회 헤르타 뮐러, 압둘 잔모하메드 교수 강연

제19회 국제비교문학대회(조직위원장 정정호 중앙대)에는 세계 각 문학계를 대표하는 석학들이 자리해 자신들의 문학 여정과 문학 비평에 대한 견해를 제시했다. 그 중 지난해 노벨 문학상 수상자인 헤르타 뮐러와 압둘 잔모하메드 미국 버클리대 교수, 자스비르 재인 인도 라타스탄대 교수가 각각 둘째 날과 셋째 날, 다섯 째 날의 초청연사로 강연에 나서 청중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그 중 작가 헤르타 뮐러의 강연 ‘이발사, 머리카락, 그리고 왕’과 잔모하메드 교수의 ‘정체성 정치의 고고학으로서의 문학비평: 탈구조주의적 헤테로필리아 비판과 『빌러비드』(Beloved) 읽기’가 전하고자 하는 바는 무엇일까.

 루마니아 태생의 독일 시인이자 소설가인 헤르타 뮐러의 소설에는 유독 ‘왕’과 ‘이발사’란 단어가 많이 등장한다. 뮐러는 그 이유에 대한 답으로 강연의 운을 뗐다. “이발사는 머리카락을 재고 머리카락은 인생을 잰다. 내가 독재자를 알고 글을 쓰기 전부터 이발사, 머리카락, 왕은 함께 있었다.” 뮐러는 유년의 기억 속에 자리하는 이발사와 머리카락, 왕을 통해 당시의 차우셰스쿠 독재에 저항하던 시절의 이야기를 풀어냈다.

뮐러는 “내가 친구들로부터 알게 된 심문과 집안 수색의 위협 등 모든 것이 나에게도 반복됐다”며 여전히 생생한 당시의 상처를 들췄다. 뮐러의 작품은 전체주의 폭력의 부당성에 대한 끊임없는 사유의 결과물이다. 그녀는 “한 나라에 자유가 없으면 없을수록 국가에 의해 감시를 당하면 당할수록 사람들은 더 많은 사물들과 더 불편한 방식으로 관련을 맺는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문학에 고발이 기술돼 있으면 그것은 연설문 같은 정치적인 글이 돼버린다”며 정치와 문학의 거리에 대한 입장을 명확히 했다.

 최근 탈식민주의 이론가로 주목받고 있는 잔모하메드 교수는 토니 모리슨의 소설 『빌러비드』를 통해 그가 주장한 ‘진한 사랑’의 개념을 설명했다. 딸을 죽인 후 노예모에게 형성되는 ‘사회적 정체성’이 핵심이다.“육체적 앎은 지식적, 의식적 이해와 무관한 무의식적 형태다. 또한 육체적 앎은 몸의 존재론에 바탕을 두고 있기 때문에 자신 스스로가 견지하는 동일성의 깨달음이 우선성을 지닌다.” 잔모하메드 교수는 마지막으로 “문학을 모든 사회적 정체성을 생산해내는 다양한 무의식적 계약에 대한 꿈-명상법의 거대한 아카이브로 보자”며 자신의 강연을 정리했다.

우주영 기자 realcosmos@kyosu.net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