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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헌법의 눈
[특별기고] 헌법의 눈
  • 교수신문
  • 승인 2002.05.07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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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05-07 13:43:24
최용기
창원대·헌법학

2002년 12월 31일 공포된 ‘교육공무원임용령개정령’은 위헌성을 지니고 있다. 헌법 제31조 제6항은 교원의 지위에 관한 기본적인 사항은 법률이 정하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교원지위에 관한 가장 기본적인 사항을 대통령령으로 정하고 있으므로 헌법이 정한 교원지위법률주의에 반하므로 위헌이다. 또한 교수계약제임용은 헌법 제22조의 학문과 예술의 자유와 제31조 제4항의 교육의 자주성·전문성·정치적 중립성·대학의 자율성을 침해한다.

교육인적자원부는 ‘교수계약임용제가 대학인사의 자율성을 높이기 위한 것이고, 국립대는 한번 전임교수가 되면 웬만해선 탈락하지 않을 정도로 정체가 심하고, 사립대는 불분명한 계약조건을 내세워 악용하므로 계약제를 통해 계약조건을 명확히 하면 이러한 폐단은 줄어들 것이고, 앞으로 우수한 교수를 좋은 조건으로 유치하고, 실력이 없는 교수를 탈락시킬 수 있어야 대학이 발전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미국은 한 대학에서 계약기간이 끝나면 다른 대학으로 얼마든지 갈 수 있고 교수시장이 유연성이 있지만,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교수시장의 유연성이 없고, 재임용에 탈락한 교수는 혹시 인간관계 등에 하자가 있지 않을까 생각하는 것이 현실이다. 계약제나 연봉제가 아니더라도 교수들을 공부하도록 할 수 있는 방법은 교육, 연구, 봉사, 활동 등의 배점을 다양하게 해 교수들이 선택하도록 하면 된다. 또한 직급별로 기본급을 정하고 업적을 초과 달성했을 때에는 성과급을 주는 방법도 있다. 또한 계약제에 수반되는 교수평가도 동료교수들이 하는 한 냉정한 평가는 쉽지 않다.

사법권의 독립을 위해 판사에게 신분보장을 하고, 직무의 공정성을 위해 공무원의 신분보장이 필요하고, 창의성 있는 질적 연구물을 위해 교수의 신분보장은 필요할 수밖에 없다. 오히려 계약제를 실시하는 것이 신분 불안을 야기하며, 양적 연구물의 평가는 교육을 소홀하게 하고, 결국 학생의 수업권을 침해하여 대학을 황폐화시킬 것이다. 그리고 우리나라와 미국의 사회적 배경이 다르므로 교수계약제, 연봉제를 폐기해야하고, 계약제를 실시하려면 임용권자를 견제할 수 있는 교수노동조합활동을 허용해야 할 것이다.

헌법재판소는 ‘학문의 자유를 확실히 보장하는 수단으로 꼭 필요한 것은 교육의 자주성이나 대학의 자율성이며, 대학의 자율은 대학시설의 관리·운영만이 아니라 학사관리 등 전반적인 것이라야 하므로 연구와 교육의 내용, 그 방법과 그 대상, 교과 과정의 편성, 학생의 선발도 자주적으로 마련되어야 한다’고 판시했다. 따라서 교수의 인사나 시설 등에 관해 대학이 자주적으로 결정·운영하게 해야 할 것이다. 대학의 인사가 교수회의 자주적 판단에 의해 행해져야하고, 교수회 구성원의 신분도 보장해야 한다.

국·공립대 교수는 비록 공무원이라고 하더라도 법관과 같은 독립성을 보장해야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정된 교육공무원 임용령은 대학교원에 대한 신분보장을 사실상 폐기했고, 교수를 비정규직 노동자화해서 극심한 신분불안과 노예노동을 강요할 것이다. 이는 곧 대학교육의 포기이며 대학의 자율성에 대한 근본적인 부정이라 생각한다. 또한 교수신분의 불안정과 정량평가 위주의 업적평가는 연구 생산성 물신주의를 초래해 창의성을 상실하고, 연구의 질을 하락시킬 위험이 있다. 교수들의 대학과 사회에 대한 비판기능을 완전히 질식시킬 우려도 무시할 수 없다. 대학지배구조의 민주적 개혁이 전제되지 않는 현실에서 교수의 비판기능이 사라지면 교수계약·연봉제는 학교예산 절감의 도구로 전락해 교수를 정리해고하는 수단으로 악용될 것이다. 또한 연봉제의 전제조건으로 업무 및 성과약정이 계약조건에 포함됨으로써 대학교수의 노동조건은 악화될 것이고, 교수간의 서열화·등급화를 초래해 대학사회를 비인간적인 경쟁의 장으로 전락시킬 것이다.

계약제·연봉제를 일부 실시하는 미국의 경우는 기업형 연구중심대학에서 시작됐다. 연구중심대학은 교수 1인당 학생수가 1:10이며, 강의부담이 1학기당 2강좌이고, 전체교수의 30%가 강의부담을 면제받고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 우리나라처럼 전혀 다른 여건에서 계약제·연봉제를 강행하는 것은 교수들을 노동자의 지위로 전락시키는 부당한 대학교육정책이다. 교수시장이 활성화돼 있고, 공정한 계약의 분쟁조정절차를 확립한 미국의 경우에도 계약제·연봉제로 인한 창의성의 말살과 학문의 자율성과 교육을 경영논리가 지배하는 문제점을 타파하기 위해 정년보장제를 동시에 실시하고 있다.

따라서 교육정책은 자본주의 경영논리로 교수를 노동자로 내몰 것이 아니라 유럽과 미국의 정년보장제처럼 대학교수들의 인격에 맡기는 것이 대학발전에 기여한다는 사실을 이해해야 한다. 이제라도 대학교육을 대학교수들의 양심에 맡기는 대학교육정책을 시행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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