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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호, 1년6개월 돌아 마침내 교과부 장관에
이주호, 1년6개월 돌아 마침내 교과부 장관에
  • 권형진 기자
  • 승인 2010.08.09 1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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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으로 차관에서 장관 승진 … MB식 교육개혁 마침표 찍나

‘장관 같은 차관’, ‘실세 차관’으로 불리던 이주호 교육과학기술부 제1차관(교육 담당·사진)이 지난 8일 장관으로 승진 내정됐다. 차관에서 장관으로 올라가는 것은 교육부 역사상 이번이 처음으로 알려졌다. 1961년생인 이 교과부 장관 후보자는 올해 만 49세다. 국회 인사청문회를 통과해 장관에 취임할 경우 첫 ‘40대 교육수장’이 된다. 그렇다고 ‘깜짝 인사’는 아니다. 예정된 수순이라는 평이다.

이 후보자는 지난해 1월 20일 차관으로 임명될 때부터 ‘다음 자리는 장관’이라는 말이 주변에 무성했다. 취임 후 보름여 만에 가진 기자단 오찬에서 이에 대한 질문을 받자 이 후보자는 “내가 입안한 정책들을 직접 챙기고 싶어 차관 하겠다고 손을 들었다. 장관이 되기 전 차관을 해 보는 것이 여러모로 좋은 것 같다”는 취지의 말을 했다. “물론 그렇다고 다음에 장관을 하겠다는 것은 아니지만”이라는 단서를 달긴 했지만 적극 부인하지도 않았다.

정권 초기부터 ‘이주호 장관설’이 나돈 것은 이 후보자가 ‘MB식 교육개혁의 설계자’ 혹은 ‘전도사’로 통하기 때문이다. 이 후보자는 17대 한나라당 국회의원(비례대표) 시절 교육 분야를 담당하는 제5정책조정위원장을 맡은 이후 2007년 대선 때에는 사실상 ‘MB 교육공약’ 마련을 주도했다. MB정부가 중점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학교 자율화와 다양화, 국립대 법인화, 입학사정관제 등은 이 후보자가 국회의원 시절부터 강조해 오던 정책들이다.

정책뿐 아니다. 이 후보자가 국회의원이던 2006년 12월 조직했던 ‘대학강국포럼’ 멤버들은 지금도 교육 관련 주요 기관이나 위원회 등에서 핵심 역할을 하고 있다. 당시 대학강국포럼 대표였던 김태완 계명대 교수가 교육과학기술부 대학선진화위원회 위원장을 거쳐 한국교육개발원장을 맡고 있는 게 대표적이다.

대선 승리 이후에는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사회·교육·문화 분과 간사를 맡아 이를 정책으로 구체화했다. 교육인적자원부와 과학기술부 통합을 주도했고 청와대 초대 교육과학 수석 비서관을 맡아 교육과학기술부의 조직 개편을 마무리했다. 세계 수준의 선도대학(WCU) 육성 사업의 기본 골격을 짠 이도 청와대 교육수석 시절의 이 후보자였다.

‘촛불’ 여파로 4개월여 만에 청와대 수석에서 물러났던 이 후보자는 6개월의 야인 생활을 거쳐 지난해 1월 교과부 제1차관으로 컴백했다. 이 후보자가 차관으로 복귀하자마자 교과부는 대학선진화과, 대학자율화팀 등을 신설하는 조직 개편을 단행했다. 2차관 아래에 있던 사립대 구조조정, 국립대 법인화 및 교원 성과급적 연봉제, 입학사정관제 등의 업무가 1차관 산하 교육선진화정책관(국장)으로 넘어갔다. 초기 교육과학 수석에서 물러난 이후 6개월여를 제외하고는 줄곧 교육정책을 만들고 집행하는 일에 관여했던 셈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이 후보자가 장관에 오른 것은 ‘책임정치 구현’ 혹은 ‘친정체제 강화’로 해석된다. 청와대는 이 후보자에 대해 “KDI 대학원과 국회에서 교육개혁과 정책개발에 주력하고 이명박 정부 초대 교육과학문화수석으로 교육정책의 기초를 설계한 전문가”라면서 “각종 교육개혁 과제들이 중앙정부와 자치단체와의 적극적인 소통과 협조로 교육현장에서 일관성 있게 추진될 수 있도록 차관 재직 경험을 바탕으로 성과와 역량을 발휘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인선 배경을 밝혔다.

오는 25일로 정권 반환점을 도는 청와대가 자칫 가시화될 수 있는 공무원 사회의 ‘레임덕’ 현상을 막고 ‘MB식 교육개혁’을 임기 내에 마무리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밝힌 셈이다. 이 후보자 역시 장관 내정 직후 보도자료를 내고 “교육개혁과 과학기술진흥에 대한 국민적 기대가 그 어느 때보다 큰 시기에 중책을 맡게 돼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다”라며 “지난 2년 반 동안 추진해 온 교육개혁이 앞으로도 일관되고 흔들림 없이 현장에 착근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이 후보자는 그 동안 추진해 왔던 MB식 교육개혁을 하나하나 마무리하는 데에 집중하겠지만 전망이 밝다고만은 볼 수 없다. 이 후보자가 차관이 되면서 국회 처리를 추진했던 국립대 재정·회계법은 1년 반이 다 돼 가도록 법안심사소위원회조차 통과하지 못하고 있다. 국립대 교원 성과연봉제 역시 오는 2학기부터 시행하려 했지만 반발에 부딪혀 내년으로 미룬 상태다. 사립대 구조조정은 ICL(취업 후 학자금 상환 제도)이라는 우회로를 택해 추진해 나가고 있지만 ‘법적 근거 미비’라는 뇌관을 여전히 안고 있다. 입학사정관제도나 WCU사업에 대해서는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여당 의원조차 우려의 목소리를 밝히기도 했다.

‘40대 교육수장’에 대한 거부감은 ‘40대 총리’ 발탁으로 없어졌지만 여전히 교육정책의 방향이나 이 후보자의 정책 추진 방식에 대한 반대 여론도 만만찮다. 숨 쉴 틈 없이 쏟아져 나오는 교육개혁에 대한 현장의 피로, 진보 교육감들의 대거 당선에 따른 정책 차이, 2번 연속 교육계에서 장관이 나온 데 대한 과학기술계의 반발 등도 넘어야 할 산이다.

이 후보자도 이런 점을 의식했는지 장관 내정 소감에서 “교육현장과 더 많이 소통하고 특히 시도교육감들과도 협력해 교육개혁이 성공할 수 있도록 힘쓰겠다”며 “과학기술계와의 소통에도 힘쓰겠다”고 강조했다.

 

☞ 이주호 교육과학기술부 장관 후보자 약력
△대구(49세) △청구고 △서울대 국제경제학과 △미국 코넬대 경제학 박사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 △대통령 직속 교육개혁위원회 전문위원 △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 △교육부 교육정책심의위원 △17대 국회의원(비례대표) △한나라당 제5정조위원장 △17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사회․교육․문화분과위 간사 △대통령실 교육과학문화 수석비서관 △교과부 제1차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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