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3-29 02:50 (금)
토플 100점도 못 받는 영문학 박사? 학생 마구 뽑다 보니 대학 스스로 발목 잡혀
토플 100점도 못 받는 영문학 박사? 학생 마구 뽑다 보니 대학 스스로 발목 잡혀
  • 권형진 기자
  • 승인 2010.07.19 10:5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문제는 대학원이다⑤] 전문가 좌담

대학원이 망가졌다. 어제오늘 이야기가 아니다. 그런데도 거기서 벗어나지 못 한다. 정원은 늘었는데 좋은 학생은 줄고 있다. 갈 데가 없어서, 간판 따려고 대학원에 오기도 한다. 논문. 어떻게든 내기만 하면 된다는 생각도 팽배하다. 국내 박사는 교수 임용 시장에서 찬밥 신세를 크게 벗어나지 못한다. 대부분 졸업과 동시에 기약 없는 시간강사 생활을 전전해야 한다. 그래서다. <교수신문>이 ‘문제는 대학원이다’ 시리즈를 시작한 건. 학문후속세대 양성이라는 본래적 기능을 없어버린 국내 대학원 교육에 대한 관심을 환기하기 위해서다. 마침 정부도 대학원 교육 선진화 방안에 착수하며 대학원 교육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지난 네차례의 시리즈를 마감하며 전문가 좌담을 마련했다. 국내 대학원의 학문적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사회자를 포함해 인문, 사회, 자연, 공학 전공 교수 4명과 교육과학기술부 대학원지원과장이 머리를 맞댔다. 문제의식은 같았지만 전공영역에 따라 원인에 대한 분석도, 해법도 달랐다. 특히 입구관리냐 출구관리냐를 두고서는 팽팽한 긴장감마저 감돌았다. 학부교육 선진화 선도대학 사업의 기획·평가에 참여했던 민경찬 연세대 교수는 대학원 교육 선진화 방안 마련에도 참여하고 있다. 교육과학기술부와 함께 검토하고 있는 기본 방향을 밝혔다. <교수신문>은 대학원 교육에 대한 관심을 지속적으로 이어갈 생각이다.

일시: 2010년 7월 7일 오후 2시   ● 장소: 교수신문사 회의실
참석자: 
    민경찬 연세대 교수(수학, 前연세대 대학원장)
    신정현 서울대 교수(영문학, 前서울대 인문학연구원장)
    이상원 숭실대 대학원장(화학공학, 전국대학원장협의회장)
   오대현 교육과학기술부 대학원지원과장
사회 : 최영진 교수신문 편집주간(중앙대, 정치학)
정리 : 권형진 기자 jinny@kyosu.net / 사진 : 최성욱 기자 cheetah@kyosu.net


최영진(이하 사회) : 대학원의 학문적 경쟁력을 국제적 수준으로 올릴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문제의식에서 그 동안 기획을 진행했다. 우선 학생들이 대학원에 오지 않는 문제. 그럼, 왜 오지 않는지가 중요한 것 같다.


이상원 : 대학원장이 아니고 학과 교수 입장에서 보면, 예전에는 취업이 안 되면 대학원에 왔다. 요즘은 취업이 안 돼서 대학원에 잘 오지 않는다. 학부도 마찬가지지만, 이공계의 경우 근본적인 해결 방법이 따로 없다. 정부 각 부처에 이공계 출신을 우대하는 그런 정책이 필요할 것 같다.


사회 : 그건 이공계 출신에 대한 사회적 수요가 많지 않기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 아닌가.


이상원 : 고등학교에서도 이과가 점점 줄고 있다. 거기서부터 출발해야 된다. 이공계가 사회적으로 대접받는 분위기가 돼야 많이 온다. 공대를 나와 기술고시와 행정고시를 모두 패스한 사람이 있다. 그런데 어디 가서 기술고시 붙었다는 이야기는 안 한다. 내 편견일 수도 있는데, 정부 안에서도 기술고시 출신이 행정고시 출신자에 비해 차별받는다는 인식이 있는 것 같다.


사회 : 이공계 분야에서 석사나 박사학위를 갖는 게 메리트가 없어서라는 생각도 든다.


이상원 : 요즘 석사과정 출신을 선호하는 기업체가 많다. 논문이라도 한 번 써 본 학생이 보고서라도 쓸 때 낫다 해서. 조금 다른 이야기 같지만, 한 동안 화학공학과가 공대 안에서 인기도가 바닥이었다. 어느 날 갑자기 좋은 학생이 많이 온다. 의학전문대학원 때문이다. 나중에 보면 다른 데로 다 내뺀다. 학부부터 대학원 석·박사까지 연결시켜 생각해야 된다.


사회 : 인문계열은 어떤가. 서울대는 그래도 학생이 많이 갈 텐데.


신정현 : 대학원 문제를 정비하기 위해서는 우선 이 교수 지적처럼 고시 제도, 의학·약학 전문대학원 문제가 가장 크다. 고시 제도를 통해 선발해야 하는 전문인력이 어느 정도의 포션(portion)이면 그만큼의 전문인력을 양성하기 위해 얼마만큼의 인적 인프라를 투입하고, 나머지는 어떻게 정상적으로 다른 전문인력 양성으로 돌릴 수 있는지 생각해 봐야 하는데 우리는 한 번도 거기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본 적이 없다. 서울대도 마찬가지다. 인문대학이나 사회대학에 들어오는 상당수 학생이 고시 준비를 한다. 원흉은 대학 입시다. 지금 입시제도로는 소신을 가지고 영문학을 공부할 수 있는 학생이 영문학과에 들어오지 않는다. 그러니까 학부에 들어와서 고시 준비를 하게 되고, 대학원에 갈 수 있는 학생이 없게 된다.


사회 : 대학원에 좋은 학생이 오지 않는 이유가 기본적으로 대학입학제도에서부터 문제가 발생한다?


신정현 : 입학제도에서부터 발생하는 게 아니라 입학제도로 인해 발생한다. 영어를 잘 하는 학생이 모든 과목을 다 잘 한다는 보장이 없다. 영어를 웬만큼 하는 학생이 모든 과목을 잘 해서 서울대에 들어오는 것이지, 영어를 아주 잘 해서 나는 영문학을 하고 싶은데 하는 학생은 서울대에 들어올 수 없는 상황이다.


이상원 : 극단적인 경우, 화학공학과에 입학하는 학생이 고등학교 때 화학 과목을 안 듣고 들어 온다. 학부 때부터 흥미를 갖고 있질 못하니까 빨리 학부나 졸업하자, 그런 생각을 가진 학생이 많다.


사회 : 입학제도의 문제건, 사회적 유인이 떨어져서건 대학원에 진학하려는 학생이 줄어든 건 맞는 것 같다.

이상원 : 한동안 대학원 중심 대학, 학생들이 선호하는 몇몇 대학이 대학원 정원을 늘리면서 생긴 연쇄효과다. 서울대도 정원의 50%를 다른 학교 출신으로 뽑도록 제도화돼 있다. 소위 중위권 대학의 학생들이 보다 상위권 대학의 대학원에 진학할 수 있는 여건이 좋아졌다. 그러다 보니 중간에 끼어 있는 대학 가운데 어려운 곳이 많다. 진짜 대학원에 와서 일을 할 만하다 싶은 학생들은 상위권 대학에 다 뺏긴다. 그 전에는 지역에서 유학을 많이 왔다. 지역대학 육성이라 해서 지역에 펀드가 많아지면서 지역에서도 안 온다.

신정현 : 뽑는 인원이 엄청나게 많아지면서 대학원에 오는 학생의 질이 현격하게 떨어졌다. 토플 CBT(300점 만점) 점수가 100점도 안 되는 학생이 영문학 박사학위를 받으러 온다. 이건 자충수다. 기본적인 소양을 갖추지 않은 학생이 대학원에 와서 기능을 마비시키는 것이지 학생이 줄어든 게 아니다. 외국의 유수한 대학에서는 외국인 학생도 일단 박사과정에 들어오면 생활을 보장한다. 취업을 하지 않으면 학위를 줘서 졸업시키지 않는다. 우리는 굉장히 많은 학생을 뽑아 박사학위를 줘서 내보내면서도 생활에 대한 보장이 아무 것도 없다. 이런 상황에서는 우수한 학생이 대학원에 올 수가 없다.

민경찬 : 대학원에 학생이 안 오는 이유는 비전이 없어서다. 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국가나 사회, 대학, 교수, 학생에 이르기까지 모든 구성원이 대학원 교육에 대해 얼마나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는가이다. 대학원생이 들어오면 필요한 학점 받고, 지도교수와 논문 쓰는 것으로 일단락되는데, 졸업하고 난 후의 진로에 대해서는 누가 고민해주나? 학부도 비슷하지만, 무엇보다 대학원 교육에 대한 우리 사회의 기대가 무엇인지 정돈이 안 돼 있다. 대개 수월성, 경쟁력 이야기하는데 수월성 또는 경쟁력이 어떤 의미로 사용되는지 그것부터 정리가 안 돼 있다고 본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고등교육을 통한 국가의 전략 문제가 이슈화되어야 한다. 
학생들에게 동기를 부여한다거나, 꿈과 비전을 갖게 하기 위해서는 먼저 대학원에 다니는 것에 대한 자긍심, 자부심, 자존감이 담겨질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 현재 미국 대학들에서는 ‘영혼이 없는 수월성(Excellence without soul)’, ‘삶의 의미를 잊어버린 대학’에 대한 자성의 목소리가 많이 나오고 있다. 대학이나 대학원의 본질과 그 가치에 대한 생각을 다시 되돌아보고, 그것을 개인이나 국가의 미래와 어떻게 연결시켜 나갈 것인지에 대한 청사진을 새롭게 그리면서 출발해야 한다는 것이다. 단편적인 문제들을 하나하나 개선해 나간다고 해서 근본적인 이슈들이 풀려갈 것 같지 않다.

오대현 : 대학원에 가지 않는다, 그건 상대적인 거라 생각한다. 정원이나 재학생 수는 계속 늘고 있다. 대학원이 늘어나다 보니 개별 대학 입장에서는 적게 온다고 느껴지는 부분이 있고, 대학원 졸업자가 너무 많기 때문에 사회적으로 수용하지 못하는 측면이 있다. 그렇다고 정부가 대학원에 대한 수요와 공급을 다 컨트롤할 수 있느냐.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이야기다.

이상원 : 대학원 수가 많아지고 난립하게 된 원인 중에는 이런 것도 있다. 교수라는 속성이 연구를 해서 석사, 박사학위까지 했는데 대학원 과정이 없으면 자기 연구를 계속할 수가 없다. 인문사회 분야는 교수 단독으로 연구실적을 낼 수도 있지만 이공계는 대학원생이 없으면 연구가 안 된다. 게다가 대학평가에서는 교수 연구실적이 굉장히 중요한 잣대다. 그러니 다들 대학원을 만들어 학생을 뽑아 연구실적을 올리려고 한다. 대학원 개설은 인력 수급 계획으로 되는 게 아니라 제도적으로 요건만 갖추면 제한 없이 할 수 있다.

사회 : 그러다 보니 거의 모든 대학이 대학원을 개설하게 되고, 그게 교수 차원의 이익이든 대학 차원의 이익이든, 맞물려서 정원이 팽창되지 싶다.

이상원 : 신 교수 지적처럼 내가 왜 대학에 가는지 깊게 생각하지 않는 것처럼 대학원도 철학을 갖고 오는 학생이 그리 많지 않다. 꼭 대학원에 가서 그 분야의 전문가가 되고 싶고, 학문적 역량을 키우고 싶어서라기보다 갈 데 없어 오고, 입영 연기를 목적으로 오는 학생도 있다. 이런 저런 이유로, 철학 없이 들어오는 학생이 많다.


사회 : 더 큰 문제는 교육 과정일 것 같다. 대학원 교육을 잘 시킨다는 것은 학생들이 우수한 연구자로 성장하는 것인데 아직 미흡하다는 생각이 든다. 거기에는 교수들의 책임도 상당히 큰 것 같다.


민경찬 : 그 부분은 여러 가지 문제가 연결돼 있는 것 같다. 앞서 지적한 평가체제와 연계돼 있다. 오늘의 평가체제는 교수들이 연구 중심으로 움직일 수밖에 없도록 하기 때문에 학생들에게 깊은 관심을 기울이며 교육에 몰입하기 어려운 문제가 있다. 이는 학생들이 대학원에 들어온 후 흥미(interest)가 떨어지게 하는 요인이 된다. 대학 재정 문제도 연결돼 있다. 대학 재정 문제도 연결돼 있다. 이 때문에 입학하는 학생의 질을 비중있게 고려하기보다는 정원을 채우려는 노력이 앞서기도 한다. 또한 사회적 요구와 연결돼 있다. 사실 사회적 요구가 높아지면 자연적으로 학생들이 몰려온다. 그런데 사회적 요구가 형성되도록 하려면, 우선 대학원 교육의 질을 높여야 한다. 대학원 교육의 질을 높인다는 말에 대해서도 이제는 생각을 바꿀 필요가 있다. 어떤 내용으로 질을 높일 것인가, 그것을 사회의 요구와 어떻게 연결되게 할 것인가 하는 문제다. 단순히 필요한 전공 학점 취득에 머무를 것이 아니라 사회에 나가 필수불가결한 기본역량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지난해 미국 대학원장협의회(CGS)에 참석한 어떤 명문대학의 대학원장에게 어떤 내용을 다루고 있는지 물었더니 세 가지를 소개해 줬다. 소통 기술, 리더십 훈련, 글쓰기 기술이었다. 그리고 오바마 정부에서 교육정책에 깊이 관여하고 있는 어떤 인사는 특강에서 “고급 수준의 교수법(teaching skull)을 가르쳐라. 이것이 국력이다”라고 했다. 졸업 후 사회에서 고급리더에게 필요한 기본 역량을 대학원에서 어떻게 키우게 할 것이냐 하는 문제까지 고민해야 질적인 경쟁력을 키운다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학부 졸업생과 차별화돼 대우받게 하는 길이라 생각한다.

답 없는 문제의 답을 찾아라? 국내 대학원 교육의 질 제고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최영진, 민경찬, 이상원, 신정현 교수와 오대현 교육과학기술부 대학원지원과장(사진 왼쪽부터)이 지난 7일 교수신문사에서 머리를 맞댔다.


사회 : 우리나라가 대표하는 서울대 박사와 외국 박사를 비교했을 때 과연 더 나은 인재를 키우고 있는가? 이 질문에 우리가 대답할 수 있느냐가 굉장히 중요한 문제 같다.


신정현 : 서울대 졸업생 가운데 서울대 대학원에 오는 학생과 외국 유학을 가는 학생 사이에는 우선 외국 유학을 선택하는 학생 자체가 평균적으로 질이 훨씬 높다. 그러면 왜 외국 유학을 선택하는가. 학교에서 제공하는 인프라가 훨씬 우수할 뿐 아니라 한 사람 한 사람에게 투자하는 비용도 외국 대학이 훨씬 크다. 박사과정의 경우 외국 대학은 생활이 완전히 보장된다. 그런데 서울대조차 박사과정은 60만원, 석사과정은 40만원을 준다. 이 생활보조금으로는 도저히 대학원에 와서 박사 공부를 할 수 없다. 여기서 나오는 프로덕트(product)를 단순 비교한다는 것은 난센스다. 두 번째는 커리큘럼이다. 영문학의 경우 영미 대학의 커리큘럼을 우리나라 대학 전체가 모방하고 있다. 우리가 길러내는 인재가 영미 대학의 영문학과에서 길러내는 인재와 유사한 형태의 전문지식을 갖고 나오면 안 된다고 생각하는데, 거의 유사한 형태의 커리큘럼을 갖고 있다. 이 커리큘럼을 가지고는 경쟁할 수가 없다. 우리 경쟁력이 뒤질 수밖에 없다.

사회 : 역시 대학원 교육이 질적으로 한 단계 격상되려면 재정적인 지원이 필요할 것 같은데.

오대현 : 정부도 그동안 초중등 교육에 비해 고등교육 투자가 좀 미흡하지 않았나 하는 문제의식에서 고등교육에 대한 재정지원을 좀 더 확충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지금 마련하고 있는 것도, 재정지원 10개년 계획을 짜서 좀 체계적으로 확충해 나가면서 여건 문제가 교육의 질을 저하시키는 데에 걸림돌로 작용하지 않도록 개선해 나가려고 한다. 

신정현 : 정책적 차원에서 투자도 필요하지만 국민적 동의가 필요한 부분도 있다. 지난해 미국 필라델피아에 있는 한 사립대에 간 적이 있는데, 대학원생이 전부 장학금을 받고 있었다. 답은 간단했다. 사립대라 학부 수업료가 굉장히 비싼데, 그 비싼 수업료를 받아 대학원 박사과정에 들어오는 학생들의 생활비를 지원한다고 한다. 우리도 학부 등록금을 받아 대학원에서 고급인력을 교육하는 데 쓸 수 있도록 하는 부분에 국민적 동의가 있어야 대학원 교육이 질적으로 크게 향상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민경찬 : 여건을 만들어 간다고 하는데 실제로 어떤 여건이 필요한지 우리 스스로 정돈돼 있는가, 재정만 확보되어 있으면 되는 것인지.. 교육의 질을 높이려면 우선 다양한 관점에서의 소프트웨어가 준비되어야 한다. 미국 대학원장협의회에 가보면 3박4일 동안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여러  세션들이 동시에 진행될 정도로 할 이야기가 많다. 학생들이 공부하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데 고려해 주어야 할 요소들이 그만큼 많다는 말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우리는 먼저 어떠한 요소들이  필요한지 정확하게 진단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요소들이 준비될 때 학생들이 교육과 연구에 몰입할 수 있는 환경’이 제공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우리 학생들이 공부하는 시간을 선진국 대학원 학생들과 비교해봐야 한다. 이 부분을 어떻게 높여나갈 것인지 정확하게 진단해야 한다. 이 내용은 또한 우리 대학에서 학문적인 분위기를 숙성시키는 일과도 연계된다. 현재 우리 대학들의 관심이 주로 어디에 가 있는가. <더 타임스>, <중앙일보> 및 각종 평가에서 사용하는 지표, 순위에 가 있는 것은 아닌지. 그 평가지표를 위해 발표논문의 숫자를 중시하다보니, 교수들이 근원적인 문제에 평생 달려들 수 있는 분위기가 아닌 것이다. 그러므로 학생은 공부에, 교수는 연구에 몰입할 수 있는 환경, 문화를 어떻게 만들어 나갈 것인가가 중요하다. 여기에서 질의 문제가 풀리는 것이지, 재정만 투자된다고 해결될 것은 아니라고 본다. 

사회 : 그래도 기본적으로 필요하지 않나.

민경찬 : 물론 필요하다. 그런데 그게 아까 말한 것처럼 어떤 여건이 필요한지 분명해져야 하고 재정도 거기에 맞춰 투자해야 한다. 무조건 재정을 투입한다고 해서 되는 게 아니라, 대학이 무엇을 위해 활용할 것인지를 깊이 고민하게 하여야 한다. 이러한 환경이 될 때 실질적인 영향력이 있다고 본다.

이상원 : 이공계는 연구비에서 학생을 지원하는 여건이 예전보다 확실히 좋아졌다. 특히 연구비가 많은 분야, IT라든지 바이오 분야는 학생들에게 지원해 주는 것에 대해 크게 고민들을 안 한다. 오히려 어떻게 하면 좋은 학생을 데리고 와서 오래 데리고 일을 시키느냐 하는 게 문제지. 잘 나가는 데는 내버려 둬도 잘 나간다. 그런데 인문·자연과학 같은 기초분야는 대학원은 존재하는데 학생이 없는 곳이 많다. 진짜 지원해줘야 하는 분야, 꼭 육성해 줘야 하는 분야, 그런 분야는 정부 차원에서 정책적으로 배려할 필요가 있다. 또, 지금 파트타임 학생이 굉장히 많다. 교수도 어떤가 하면, 박사학위를 받은 다음에 취업시키는 어려움 때문에 파트타임 학생은 쉽게 받는다. 그런데 풀타임은 꼭 필요한데도, 박사학위 준 다음에 그에 걸맞은 취직을 시켜야 한다는 강박 때문에 좀 주저하는 면이 있다. 그런 면에 있어서도 정부 차원의 지원이 필요할 것 같다. 박사학위를 받으면 정부 차원에서 길을 만드는 데 협조해 주든가 하는.

한국형 GRE vs 공동 자격시험


사회 : 대학원 교육의 마지막 결과는 학위논문 심사와 지도인데, 부실심사니 대필 의혹이니 이런저런 이야기가 많다.


신정현 : 박사학위를 주기 전에 시험을 치는데, 그 자격시험의 공동관리가 필요하다. 기본적으로 자격이 안 되는 학생이 박사논문을 쓰기 때문에 생겨나는 문제다. 이공계 쪽은 문외한이라 잘 모르겠고, 적어도 인문계 쪽은 박사학위를 받을 정도면 이 정도의 자격은 갖춰야 한다, 공동 관리를 해서 전문인력이 지나치게 많이 양산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

사회 : 그러니까 ‘국가박사학위제도’ 비슷한?


신정현 : 아니, 논문은 어디 가서 써도 좋다. 다만 자격시험은 공동 관리를 해서 이 자격에 합격한 사람만 논문을 쓸 수 있도록 컨트롤 할 필요가 있다.

사회 : 그렇게 하면 입구관리에는 실패했지만 출구관리는 좀 가능하지 않을까 싶다.

신정현 : 상당 부분 가능하다. 지금은 어떤 형태의 컨트롤도 안 되기 때문에 영어에 대한 이해도 안 되고 글에 대한 이해도 안 되는 사람이 문학박사 학위를 받으려고 논문을 쓰고 있다. 이런 것들은 기본적으로는 자격시험으로 만들어야 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이상원 : 논문 지도교수나 심사위원, 그 단계에서 걸러져야 되는 문제다. 걸러지지 않은 것은 내부적인 문제라든지, 또 다른 문제가 있겠지. 출구에서 제한하는 것, 경험이 있다. 80년대에 졸업정원제라고. 박사과정에 재학 연한도 두고 그랬는데 나중에 또 연장되고 그랬다. 한국 사람들 정서가 일단 들어오면 매몰차게 하기 어렵다. 출구에서 컨트롤하는 것, 좋은 말인데 실제 시행하다 보면 굉장히 어려움이 많을 것이다.

신정현 : 학생과 교수가 일대일로 만날 때는 어렵다. 그런데 객관적으로, 자격시험을 공동화시켜 놓으면 그건 일대일 관계가 아니다. 자기가 떨어진 게 이 교수한테 떨어진 게 아니라 자격시험에 떨어진 게 된다.

민경찬 : 공동 자격시험을 도입하려면 대학이 동의가 필요한데 쉬울 것 같지는 않다. 그러나 대학원 입학단계에서의 질 관리가 필요한 시점인 것 같다. 만약 재정 문제로 입학정원을 채운다면 결국 대학 스스로 발목 잡힐 일이 될 것이다. 그런 면에서 소위 한국형 대학원입학시험(GRE)제도를 도입해 입학단계에서 학생들의 질을 한 번 점검하면 어떨까하는 생각이다. 대학 또는, 전공영역에 따라 선택적으로 대학원 진입장벽을 적절한 수준에서 조정할 수 있는 단계가 필요할 것 같다. 이와 동시에 대학들이 준비해야 할 일이 있다. 현재 학부에 대하여 여러 가지 정보가 공시되고 있는데, 대학원도 정보, 특히 수요자가 필요로 하는 자료를 내놓는 일이다. 학생이나 기업, 정부에서 원하는 정보가 다를 것이다. 다양한 관점에서 소비자들이 대학원의 질을 볼 수 있도록 한다면, 입학생들의 질도 달라지고 대학들이 더욱 체계적으로 대학원의 질을 높이는데 관심을 기울일 것이다. 졸업할 때 대학 전체가 시험을 같이 보자는 제안은 학교 안에서 동의 얻기 어려울 것 같다. 그러므로 정보 공시를 통해 대학원 교육의 질을 높여가도록 하는 방안을 제안해본다.

사회 : 재정 문제 때문에 오히려 진입단계에서 관리하는 게 더 어렵지 않겠나.

민경찬 : 대학 또는 전공영역에 따라 선택할 일이다.

오대현 : 한국형 GRE를 하게 되면 정보공시 측면에서 학생에 대한 정보가 될 수 있다. 자신 없는 대학은 도입할 수 없다. K-GRE에 대한 정보를 못 주면 기업이나 사화에서 봤을 때 ‘저 대학은 진입관리를 안 하는 대학’이라는 식으로 인식될 수 있다.


이상원 : 한국형 GRE, 좋은 대안일 수 있는데 아마 반대하는 대학이 많을 거다. 이런 점을 생각해 봐야 한다. 대학원생이 안 오니까 많은 대학이 입학할 때의 문턱을 상당히 낮춰 놨다. 시험도 없애고, 심지어 요즘은 영어시험도 안 본다. 시험 부담을 줄여 주면 학생이 많이 온다. 지역대학이나 중하위권 대학에서는 동의하기 어려울 것이다. 시스템을 갖다 쓰라고는 하지만 자기 대학에 불리한 일에 왜 동의하겠나.

민경찬 : 그동안 우리가 대학원 문제를 논의할 때, 대개 대학 전체를 바라보고 이야기를 했다. 그러나 이제는 프로그램이나 전공의 관점에서 다루어야 한다. 그 특성들이 다르기 때문이다.  KGRE도 전공에 따라 자율적으로 선택하도록 하면 된다. 대학 전체를 보면 획일화가 되는 일이다. 재정지원도 프로그램이나 전공 단위 또는 교수나 학생 개인에게 직접 연결시키는 것이 좋겠다. 훌륭한 교수, 훌륭한 학생이 그 학과, 학부의 경쟁력을 높인다. 대학 전체로 지원하면 선택과 집중이 어렵다. 정보 공개 문제도 마찬가지이다. 대학이 자율적으로 원하는 프로그램, 전공별로 추진하면 된다. 이는 자연스럽게 프로그램별, 전공별 단위의 구조조정이 이루어지도록 유도할 것이다.

 

학과·개인 단위 지원으로 구조조정 유도


이상원 : 참 반대하기 어려운 얘기가 바로 ‘선택과 집중’이다. 어떤 분야나 선택과 집중을 해야 되는데, 그렇게 되면 대학 안에서도 그렇고 대학 전체적으로도 ‘부익부 빈익빈’ 현상을 가속화시키는 게 또 선택과 집중이다.


민경찬 : 이 경우는 조금 다르다고 본다. 이는 본부에서 주도하는 것이 아니라 전공별로 선택하는 일이다. 


이상원 : 이런 비교를 하면 어떨지 모르겠다. 사실 우리는 공학인증 트랙 들어가기 싫었다. 그런데도 울며 겨자 먹기로 공학인증제를 하는 이유가, 다른 대학은 다 하는데 들어가지 않으면 이 대학은 뒤떨어지는 곳이라는 인식을 당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금 보면 서울대가 공학인증 안 한다고 나온다. 조금 있으면 아마 연·고대도 안 한다고 할 거다. 그와 비슷하리라 본다. 한국형 GRE, 필수가 아니고 선택이라 해도 정보공시가 되고 나면 울며 겨자 먹기로 이걸 또 선택해야 되는, 그런 곳이 생기게 된다.


민경찬 : 오늘의 시대에 대학들이 놓치고 있는 부분 두 가지가 있다. 대부분의 대학들은 각 대학자신의 평판 높이기에만 관심이 있는 것 같다. 주로 지표중심의 평가점수, 순위, 평판도에 중점을 두다보니, 교육을 통한 한 학생의 변화, 한 교수의 힉문적 삶의 질을 고려할 여유가 없어진 것 같다. 여러 관점에서 제도에 관련된 다양한 그리고 치열한 논란들이 과연 한 학생의 변화에 얼마만큼 도움을 주는지, 교수의 교육과 연구에 대한 역할을 바르게 이끌고 있는지에 대하여 계산을 해보아야 한다. 대개의 경우 한 학생의 변화와는 상관없는 논쟁들이다. 이 과정에서 교육의 질 문제가 생긴 것이다. 이는 바로 미래 사회에서의 개인의 삶의 질, 국가의 경쟁력을 염려하게 하는 일이다.  다른 하나는, 우리 대학 사회에 국가와 사회에 대한 고민이 얼마나 있느냐 이다. 10년, 20년 후 우리 사회가 지금만큼 잘 살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할 수 있는가. 중국의 급격한 부상 등 전 지구적 전환의 시대에 우리의 미래에 대해 누가, 얼마나 고민하고 있는가. 지식의 창출과 지식의 전수는 물론 역사의식, 시대정신, 올바른 가치관을 세우는 일인데 대학이 해야 할 일이 아닌가. 우리는 100년 후를 바라보며 국가의 정체성과 비전을 바로 세우며 준비해야 한다. 100년이란 세월은 그리 긴 시간이 아니고, 또한 엄청난 변화가 있을 수 있음을 인식하여야 한다.


사회 : 결국 입구관리, 출구관리가 되지 않은 경우 교육 과정에 대한 성실성, 수월성을 어떻게 담보할 것이냐의 문제로 돌아가는 것 같다. 교육의 측면에서 본다면, 들어오는 학생이 누구냐에 관계없이 어떻게 잘 교육시킬 것이냐가 현실적으로 굉장히 중요한 문제다.


민경찬 : 그래서 현재 논의되고 있는 것 중의 하나는, 대학원에도 소위 학부교육 선진화 선도대학 사업과 같은 프로그램을 만들어야 한다는 걸 제안하는 일이다.


이상원 : 선도 대학원 사업. 그런 제도, 펀드를 만드는 건 좋다. 결과는 뻔하다. 지표가 높은 대학에 집중적으로 갈 수밖에 없다. 우리가 생각할 수 있는 대학 서열이 머릿속에 있는데 결국 그런 데로 갈 거다, 그런 결과가 나오는 지원 방법 말고, 어느 대학에는 이 분야가 참 강점이라고 한다면 분야별로 해 가지고….


오대현 : 그 부분에 대해 우리가 생각하고 있는 건, 분야보다 더 들어가서 개인 단위로 지원하는 것까지 지금 생각하고 있다.


민경찬 : 전체적으로 우리나라 평가시스템이 큰 문제라 본다. 국가 교육과학기술 자문회의에서도 올해 중점을 두고 있는 과제 중 하나가 대학평가 시스템이다. 평가의 개념부터 바꿔야 한다. 지금 우리의 평가는 대부분 계량적인 지표로 이루어진다. 예를 들어 ‘우수한 대학’이란. <중앙일보>, <더 타임스> 등의 평가에서 몇 위냐에 달려있다. 그런데 그 지표 내용이 교육의 질, 연구의 질 그리고 대학의 본질과 어떤 관계가 있나. 미국이나 선진국 대학은 그 지표, 순위는 대학의 일부, 수집 가능한 자료 중심이기 때문에 참고사항이지, 우리만큼 민감하거나 절대적이지 않다.

예를 들어 월드뱅크의 ‘세계 최고 명문대학’의 정의를 소개하면, ‘연구를 통해 지식의 진보에 크게 기여하고, 가장 혁신적인 커리큘럼과 교수방법을 이용하여 가장 좋은 환경에서 강의하며, 연구를 학사과정의 교수에 있어 필요 불가결한 요소로 인정하는 대학으로, 동문은 졸업 후에 경쟁이 치열한 영역에서 성공하여 두각을 나타낸다’이다. 이게 바로 명문대학이다.

우리는 취업률 몇 퍼센트, 교수 대 학생 비율 등 몇 개의 계량적 지표로 우수대학이라 인정한다. 이는 평가시스템의 문제이다. 우리는 먼저 우리가 추구하는 대학의 모습부터 다시 그려야 한다. 대학원 문제로 돌아오면, 이제는 평가는 질적 평가체제로 전환시켜야 하며, 교수 개인, 학생 개인, 또는 학과, 학부 단위로 접근하자는 이야기이다. 이러한 접근은 새로운 그림들을 그릴 수 있게 할 것이다. 물론 이러한 평가방식은 많은 시간, 노력, 재정이 필요하지만, 결국 이러한 투자는 기대이상의 성과를 가져오게 할 것이다.

 

‘선도 대학원 사업’ 선정 어떻게 하나


신정현 : 나는 조금 다르게 생각한다. 사실 우리는 제도는 굉장히 많이 바뀌는데 실제로 제도의 변화를 통해 이룩한 성과는 얼마나 나아졌느냐 하는 의문이 늘 마음 속에 있다. 지난 30년 군사정권을 거치면서 대학 제도가 인위적, 자의적, 타의적으로 굉장히 많이 변했다. 이 변화 때문에 지금 대학이 어디로 가야 하는지 방향 설정을 하기 어려워졌다. 그렇다면 지금부터라도 제도를 바꿔 뭔가 하려고 하기보다 제도의 운영을 어떻게 다듬어 갈지를 검토해야 한다.


민경찬 : 나도 제도보다는 운영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기본적으로 철학과 진정성이 중요하다고 본다. 특히 연구와 교육의 관계를 새롭게 정리하여야 한다. 오늘의 교육은 미래의 연구라는 점을 인식하여야 한다. 다음 세대의 연구를 위해서라도 우리가 교육을 중시하여야 한다. 교육과 연구는 같은 개념으로 생각하고 대학원의 구성원들이 함께 고민해야 한다. 입구전략, 출구전략도 중요하지만, 이러한 인식에 대한 공감대를 만들어가는 작업부터 시작해야 교육의 질 문제가 풀려질 것이라 본다.


사회 : 대학원 평가에 있어서 개인 차원까지 이야기했는데, 좀 더 추가적인 이야기가 필요한 것 같다.

오대현 : 지금 글로벌 박사 양성 프로젝트라고 검토하고 있는데 지원 대상을 아예 개인 단위, 거점 단위로까지 검토하고 있다. 대학 단위에서 조금 더 하위 레벨로 가서 그 부분에서 좀 먼저 구조조정이 일어날 수 있는 그런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어떻게 선발하느냐는 나중의 문제이긴 한데, 어쨌든 개인으로 선발해서 지원하면 결국 그 학생이 어디로 가느냐에 따라 그 대학의 경쟁력이 달라질 수 있다고 본다.

민경찬 : 평가도 대학 단위로 하면 부작용 많다. 인문, 사회 계열과 이공계열의 특성이 다른데, 하나의 틀로 접근하면 문제가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인문학 분야는 인문학대로의 모델을 만들고 사회과학은 사회과학대로 모델을 만들어서 그 특성에 따라 적절한 시스템을 만들고 같은 분야 안에서 경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대학원 문제 해결, 필요한 자세는?

사회 : 끝으로, 대학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우리가 어떤 자세가 필요한가.


민경찬 : 먼저 대학원 문제를 깊이 있게 고민할 수 있어야 한다. 이제는 모든 면에서 양보다는 질로 전환시켜야 한다. 대학의 문제를 이야기 할 때, 단순히 대학만의 문제로서가 아니라 국가 전략의 문제와 연결해서 고민할 필요가 있다. 논문 숫자도 중요하지만, 우리가 어떤 가치를 지향하는 것이냐를 생각하여야 한다. 연구를 하더라도 이 연구의 결과가 어떤 가치를 갖는 것인가, 어디에 기여할 수 있는 것인가에 대한 일이다. 일본이 2005년에 과학기술 정책의 기본 방향, 목표를 ‘품격 있는 국가’로 정하였다. 특히 우리 대학원은 철학, 추구하는 가치의 문제를 늘 생각하면서 기본을 다져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대학원은 더더욱 기본으로 돌아가자는 이야기를 하고 싶다. 우리가 인재를 양성할 때, 근원적인 질문, 호기심이란 단어를 중요하게 생각하여야 한다. 노벨상 수상자들이 가장 강조하는 단어가 ‘호기심’이다. 호기심이 기반이 되는 연구, 호기심이 기반이 되는 교육이 이루어져야 그 다음의 성취를 기대할 수 있다. 그러므로 우리 교수들도 근원적인 질문, 연구하고 싶은 과제에 평생이라도 투자하며 몰입할 수 있는 환경이 되어야, 결국 선진화가 되고 우리 미래가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다. 이제는 본질적인 차원에서 고민을 하고, 가치지향적인 관점에서 미래를 준비하도록 이끌어야 한다. 미래라는 단어를 늘 생각해야 한다.

이상원 : 학부보다 한 단계 더 공부를 해서 석사를 마치고 또 한 단계 더 공부해서 박사를 마치면 그만큼 더 자기의 삶의 질이 나아진다고 하는 확신을 갖게 만들 수 있는 그런 방법을 찾는 데 앞으로도 더 노력을 해야 될 것 같다. 정부 차원에서는 지금은 그렇게 인기가 없는 분야라 하더라도 10년, 20년 뒤를 위해 파격적으로 밀어주는 정책도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신정현 : 대학의 훌륭한 인적자원이 어떻게 대학원에 갈 수 있도록 하는가를 생각하면서 정책을 펴야 한다고 생각한다. 훌륭한 인적 자원이 대학원에 갈 수 없도록 하는 데에는 여러 가지 문제가 있는데 전문인력 양성 제도로서 고시나 의학·약학 전문대학원에 편중되는 현상을 어떻게 지양할 수 있을까 하는 것을 정부 차원에서 고민을 해야 될 것 같다. 그 부분이 해결이 안 되고는 저희는 대학원 질을 담보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오대현 : 전체적으로는 어쨌든 수요―공급이라든지 그런 부분에서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고, 우선 진입 관리 부분이 어느 정도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그래서 대학원 설치 기준을 좀 강화하는 문제, 그리고 아까 말했던 K-GRE라든지 그런 부분을 통해 학생이 진입할 때 조금 더 생각을 하게 하는 그런 문제 등을 좀 고민하고 있다. 그 다음에 실제 운영 과정에서의 질 관리. 사실 학위 논문이란 게 결국 논문 지도가 잘 돼야 표절이라든지 그런 부분이 나오기 어려운 상황 아니겠나. 어쨌든 그런 부분에서 논문 지도가 좀 더 용이하게 될 수 있도록 표절 검색 시스템을 검토하고 있다. 한 교수가 논문 지도하는 학생 수를 제한하는 부분도 좀 필요하다는 생각에서 의견을 받고 있다. 평가라든지 대학의 구조조정 관련해서는 대학의 자율적인 노력이 제일 중요하다는 전제 아래 정부가 그런 부분을 유도할 수 있는 방향으로 지원할 수 있는 방안을 계속 추진해 나갈 생각이다.


사회 : 대학원 문제, 너무 오래 된 문제라 너무나 익숙한 문제인데 익숙한 문제로부터 벗어나지 못하는 것도 우리 대학의 문제가 아닌가 생각한다. 사실 교육이 잘 되기 위해서 여러 가지 제도도 필요하지만 교수만 잘 해도 되는 게 많이 있다. 대학 자체, 교수 자체의 자성도 필요한 것 같다. 또 대학원도 단순히 논문만 쓰는 것이 아니라 정말 교육을 잘 시키자는 이런 문제의식을 공유하는 것만 하더라도 좀 더 발전이 아닌가 싶다.  

 


 

○ 민경찬 연세대 교수
 △1949년生 △연세대 수학과 및 同대학원 졸업 △  이학박사(캐나다 칼튼대) △연세대 입학관리처장·  학부대학장·대학원장, 대한수학회장 △국가교육  과학기술자문회의 자문위원(현), 바른과학기술사  회실현을위한국민연합 상임대표(현)

○ 신정현 서울대 교수
 △1949년生 △서울대 영어영문학과 및 同대학원   졸업 △문학박사(미국 툴사대) △서울대 인문학연  구원장, 한국영어영문학회 총무이사 △한국아메리  카학회장(현)

○ 이상원 숭실대 교수
 △1953년生 △서울대 응용화학과 및 同대학원 졸  업 △공학박사(서울대) △숭실대 공과대학장 △숭  실대 대학원장(현), 전국대학원장협의회장(현)

○ 오대현 교육과학기술부 대학원지원과장
 △서울대 경제학과 △영국 서섹스대 석사(과학기술  정책학) △행정고시 41회 △교육과학기술부 과학  기술정책과(2009년), 대학원지원과장(2010년~ )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