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적으로 자격이 안 되는 학생이 박사논문을 쓰기 때문에 생겨나는 문제다. 자격시험의 공동관리가 필요하다.”(신정현 서울대 교수) “대학원에 들어갈 때의 질 관리에 좀 문제가 있다. 입학단계에서 학생들의 질을 한 번 점검하면 어떨까 한다.”(민경찬 연세대 교수)
국내 대학원의 학문적 경쟁력을 국제 수준으로 올릴 수 있는 방안은 없을까. <교수신문>이 대학원 교육 내실화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지난 7일 마련한 전문가 좌담에서 참석자들은 이른바 ‘입구관리’냐 ‘출구관리’냐를 놓고 공방을 벌였다.
<교수신문>이 ‘문제는 대학원이다’ 시리즈를 마치면서 마련한 이번 좌담에는 국가 교육과학기술자문회의 자문위원인 민경찬 연세대 교수(61세, 수학), 전국대학원장협의회장을 맡고 있는 이상원 숭실대 대학원장(57세, 화학공학), 신정현 서울대 교수(61세, 영문학), 오대현 교육과학기술부(이하 교과부) 대학원지원과장이 참석했다.
대학원 교육을 내실화하기 위해 신 교수는 이른바 ‘출구관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영어에 대한 이해도 안 되고, 글에 대한 이해도 안 되는 사람이 문학박사 학위를 받으려고 논문을 쓰고 있다”는 것. 신 교수는 “박사학위를 주기 전에 자격시험을 치는데 이 자격시험을 공동으로 관리해서 합격한 사람만 논문을 쓸 수 있도록 컨트롤할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반면 교육과학기술부가 추진하는 ‘대학원 교육 선진화 방안’ 마련에 참여하고 있는 민 교수는 ‘입구관리’를 조금 더 강조했다. “지금은 재정 문제 때문에 그냥 입학정원을 채운다는 생각에 대학원 입학 단계에서 질 관리가 안 되고 있다. 이른바 한국형 대학원입학시험(GRE) 제도를 도입해 대학원에 들어올 때 학생들의 질을 한 번 점검할 수 있는 단계가 필요하다.”
민 교수는 특히 “학부교육 선진화 선도대학 사업과 같은 프로그램을 대학원에도 만들어야 한다는 걸 제안하려 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민 교수는 “지금까지 정부 차원에서 재정지원을 할 때 항상 대학 전체를 보고 평가했는데, 그걸 프로그램이나 전공별로 해 달라고 제언하려 한다. 한국형 GRE도 대학 전체가 아니라 어떤 전공은 쓰고, 어떤 전공은 안 쓰면 된다”라며 “정보공개나 재정지원을 프로그램, 전공별로 해야 자연스레 구조조정도 가능하지 전체적인 구조조정은 불가능하다”라고 덧붙였다.
오 과장은 “글로벌 박사 양성 프로젝트 사업을 검토하고 있는데 지원 대상을 아예 개인 단위, 교육·연구 거점 단위로까지 검토하고 있다. 대학보다 낮은 학과·전공 단위에서 먼저 구조조정이 일어날 수 있는 그런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이 원장은 “기초분야는 대학원 정원은 갖고 있는데 학생이 없는 곳이 많다. 꼭 육성해 줘야 하는 분야는 정부 차원에서 정책적 배려가 필요하다”라며 “박사학위를 받은 후 취업시켜야 한다는 강박 때문에 교수가 풀타임 학생 받기를 주저하는 면도 있다. 그런 면에서도 정부 차원의 지원이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권형진 기자 jinny@kyosu.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