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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운찬 국무총리 초청 특강 전문
정운찬 국무총리 초청 특강 전문
  • 김유정 기자
  • 승인 2010.07.16 16: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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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신문 주최 '제9기 전국 대학언론 기자학교' 특강

정운찬 국무총리 초청 특별강연 전문

(2010년 7월 15일(목) <교수신문> 주최 제9기 전국 대학언론 기자학교  '창의적 인재 육성과 3화 정책' 특강)

환영해줘서 감사하다. 오랜만에 대학에 오니 마음이 푸근하고 흥분된다.
오늘 상당히 의욕을 갖고 왔다. 오늘부터 여러분에게 한국 교육정책에서 과거의 3不 정책을 떨쳐버리고 앞으로는 3化 정책을 실시하자고 주장하고 싶다. 잘 알다시피 3불 정책은 대학입시 정책이다. 대학입시에서 본고사 보지 말고, 고교등급을 매기지 말고, 기여입학제를 하지 말라는 것이다. 3불 정책은 이름부터 부정적 느낌을 주는 정책이다. 정책에 영향을 받는 이들은 규제를 풀려고 노력하는 게 자연스러운 건데, 본고사를 보지 말고 고교등급을 매기지 말라는 것은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고 생각한다. 거의 없어진 정책이란 말이다.

앞으로 한국 교육정책은 보다 광범위하게 정의되고, 수립해 집행해야 한다. 3화 정책은 대학자율화, 고교 다양화(고교 설립과 교육과정 다양화), 학력차별 완화 세 가지다. 3화 정책을 앞으로 한국 교육정책의 기본으로 삼았으면 하는 희망이다. 나와 교과부나 대통령의 생각이 비슷할 것이다. 

대학자율화는 쉽게 얘기하면 대학이 어떤 학생을 어떤 방법으로 뽑아 무엇을 어떻게 가르칠 것인지, 무엇을 연구하고 연구결과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를 자유롭게 결정하도록 하자는 것이다. 고교다양화는 치열한 입시경쟁에서 나타난 평준화의 부작용을 완화하려는 것이다.  창의성 교육을 위해선 고교가 다양화돼야 한다는 취지에서 나왔다.

고교 다양화는 먼저 학교 설립 형태의 다양화다. 일반적으로 알려져 있는 고교, 즉 일반고를 비롯한 과학고와 외국어고 등 특수목적고 이외에도 최근 자립형 사립고, 이른바 자유형 공립고, 자유형 사립고가 있다. 이처럼 특성화된 교육과정과 프로그램을 운영할 수 있는 학교를 확대하고 있다.

현재 자유형 사립고 43개, 공립고 44개를 지정한 상황이다. 앞으로 자율형 공립고를 100개, 사립고를 100개까지 확대할 계획으로 알고 있다. 아직 생소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마이스터 고등학교도 있다. 마이스터 고등학교를 통해 일과 학습을 병행해 전문기술 직업분야에서 직장인으로 성공할 수 있다. 현재 21개를 지정했고, 앞으로 50개까지 확대할 생각이다. 또한 교육낙후지역에 기숙사 시설이 있는 기숙형 고등학교를 통해 방과 후에도 사교육에 의존하지 않고 집중적으로 지도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2008년부터 150개교를 지정하려고 하는 중이다. 이처럼 설립형태를 다양화하고, 무엇을 어떻게 가르칠 것인 지에도 훨씬 더 많은 자율을 부여하는 것이 고교 다양화, 설립 및 교과 운영의 다양화라고 이해하면 된다.

고교다양화, 대학자율화 같은 교육의 변화만으로는 창의성 교육을 제대로 하기 힘들다는 생각에서 하나 더 보탠 것이 학력차별 완화다. 모든 사람들이 학력이나 학벌이 아니라 능력에 따라 사회에 진출하고 일에 대한 능력과 성과를 평가받을 수 있는 풍토를 조성하기 위해 지난 2일 학력규제 개선방안을 발표한 바 있다. 공공부문 채용, 승진 보수 등 인사규정에 남아 있는 학력규제를 모두 폐지하고 국가기술자격증 취득 요건 상 학력요건을 대폭 완화하거나 또는 폐지해 국가자격증 제도가 학력을 대체해 사회에 진출하는 창구역할을 할 수 있도록 했다. 

이렇듯 대학자율화, 고교다양화, 학력차별 완화가 한국교육의 3화 정책이다. 3화 정책의 목적이 무엇일까. 바로 창의성 교육을 하자는 것이다. 대학생 기자들이 창의성 교육이 왜 필요하냐고 질문한다면 현재 한국경제, 한국사회 전체가 안고 있는 문제를 잠시 설명해 여러분들의 이해를 돕고자 한다. 한국의 앞날이 어떻게 될 것인지에 대한 걱정이 많이 있다. 나는 10년 후 한국이 어떻게 됐으면 좋을지 그림을 그려봤다. 첫째, 민주주의가 좀 더 성숙했으면 좋겠다. 둘째, 한국 경제가 지속적으로 성장했으면 좋겠다. 셋째, 국가의 품격이 높아졌으면 좋겠다.

한국의 민주주의는 표면적·제도적으로는 세계 최고지만, 내가 생각하기로는 역지사지나 남을 배려하는 면에 있어선 한국의 민주주의가 덜 성숙했다. 두 번째, 지난 50년간 경제성장을 이뤘지만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성장해야 한다. 세 번째, 경제성장을 바탕으로 품격을 높여야 한다. 인격의 집적이 국가의 품격이다. 좀 더 착하게 살고 약속을 잘 지키고, 개인의 품격이 집적돼 국가의 품격이 지금보다 높아졌으면 좋겠다.

이 중 가장 급한 것이 지속적 경제성장이다. 성숙한 민주주의, 국가 품격을 개선하기 위해선 지속적으로 성장해야 한다. 이를 위해 두 가지가 이뤄져야 한다, 하나는 투자가 많이 이뤄져야 하는 것이고 두 번째는 현재의 여러 가지 양극화가 해결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무엇보다 투자를 많이 해야 지속적 성장이 이뤄진다고 말하고 싶다. 지난 10여 년간 투자가 저조했다. 다행히 올해는 대기업들이 투자계획을 많이 발표해 걱정이 좀 줄었지만, 역시 투자가 더 많이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경제정책에도 일관성이 있어야 한다. 과거에 정직하지 못 한 방법으로 돈 번 사람이 많아서 그런지 누가 돈을 벌었다고 하면 잘못 된 방식으로 번 것은 아닌 지부터 생각하는데, 이제 돈 잘 버는 사람이 칭찬 받아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이런 것들이 다 이뤄진다 해도 투자가 반드시 이뤄질 것인가. 반드시 그렇지는 않다. 이젠 과거처럼 외국의 기술을 가져다가 돈을 넣으면 되는 세상은 지났다. 외국기술을 적당히 투자해선 돈을 못 번다. 결국 첨단과학기술이 있어야 한다. 첨단 과학기술 지식을 창출·축적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선 연구 및 개발이 지금과는 바뀌어야 한다. R&D가 응용중심에서 앞으로는 기초중심으로, 또 장기적인 안목에서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여러분은 지금 세계에서 연구를 잘 하는 나라가 어디 있다고 생각하는가. 영국이 세계 최고 중 하나다. 러시아도 연구가 대단하다. 개발을 잘 하는 나라가 바로 한국이다. 둘 다 잘 하는 나라가 일본, 미국이 아닌가 생각한다. 우리는 앞으로 둘 다 잘 하는 나라가 돼야 한다. 원천기술이 있어야 한다. 연구 및 개발이 기초를 강화하고, 단기적 안목보다 장기적 안목의 강화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기 위해선 교육이 뒷받침 돼야 하고, 교육이 지금보다 더 창의적으로 바뀌어야 한다. 3화 정책으로 가야 한국 교육이 더 창의적으로 되고, 창의적이어야 첨단 과학기술을 창출·축적해 투자가 이뤄진다. 또한 그래야지만 지속적 성장이 이뤄지고 그 결과 성숙한 민주주의를 이루고 국가의 품격이 높아진다고 말하고 싶다.

한국의 교육제도는 바뀌어야 한다. 첫째 체육을 잘 가르쳐야 한다. 운동을 많이 하라. 체력이 훌륭한 리더십을 가져다준다. 조사해보니, 연구가 잘 돼 있는 나라와 체육교육 강화가 상당한 상관관계를 갖고 있었다.

둘째, 창의성을 키워야 한다. 창의성은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새로운 시각으로 사물이나 문제를 바라보고 기존 지식과 아이디어를 융합해 새로운 문제해결방법이나 지식을 창출하는 능력이다. 창의성을 키우려면 계속 질문해야 한다. 질문을 하려면 호기심이 필요하다, 호기심은 어디에서 나올까, 책을 읽고 여행을 가고 사람을 만나야 한다. 한국인은 질문을 잘 하지 않는다고 한다. 여러분도 질문을 잘 안 하지 않나. 엉뚱한 질문이라도 해야지 버릇이 된다. 제일 질문 많이 하는 이들이 유태인들이다. 유태인들은 어릴 때부터 그렇게 가르친다. 

마지막으로 기초가 튼튼해야 한다. 기초가 무엇인가, 기초는 언어다. 언어가 사고를 돕고, 사고가 사상이 되고 사상이 모여서 문화가 되고, 문화가 올라가면 자연히 국가의 품격도 올라간다.

이러한 교육을 받은 이들이 건전한 상식을 갖고 미래의 변화에 대처할 수 있는 능력을 갖는 인물이 될 거라고 생각한다. 이를 지원하는 교육제도는 과거의 것으로는 안 된다. 다른 생각을 하려면 자유가 있어야 한다. 그래서 대학은 자율화 돼야 하고 다양해야 한다. 속해 있는 사회, 조직이 다양해야 한다. 그래서 고등학교 역시 다양화해야 한다. 내가 서울대 총장재직 시절 지역균형선발제를 도입한 것도 서울대 구성원을 다양하게 만들어 싶어서였다. 서로 부대끼고 살면서, 친구들의 경험을 통해 창의적인 사람을 만들고 싶었다.

자유와 다양성 속에서 창의성이 생긴다. 대학 자율화, 고교 다양화, 그리고 공부 잘 못 해도 사회에 나가서 잘 활동할 수 있게 해주는 학력차별 완화라는 3화 정책을 통해 세상에 금방 적응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 이들을 키우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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