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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강의시간] 제자를 가슴에 품는다는 것
[나의 강의시간] 제자를 가슴에 품는다는 것
  • 김재원 신라대·국제관광경영학과
  • 승인 2010.07.12 13: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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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부에서 관광경영학을 전공해 약 20여년을 항공사에 근무하면서 많은 사람들을 만났다. 외국적 항공사였기에 우리나라 사람 뿐 아니라 외국인들의 직장문화와 인간관계 등을 다양하게 접할 수 있었다. ‘人事가 萬事’라는 말이 있듯이 항공사의 특성상 인적 서비스가 주요한 서비스 질을 결정하게 된다.

최근 대학가에서는 소위 스팩(specification)이라 해 취업을 위한 자격들을 준비하기에 바쁘다. 하지만 정규강의만으로는 기업체에 적합한 인재를 교육시키기에 물리적 한계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사진제공: 신라대 국제관광경영학과


대학 강단에 선 지 만3년이 됐다. 기업체와 가장 큰 차이는 의사결정과정에서의 신속함과 역동성이 부족하다는 데 있다. 학과 커리큘럼을 손질하기 위해서는 교수님들의 의견교환과 보이지 않는 긴장감(?)으로 변화를 주는 데 시간을 소모하게 된다. 산업화 사회에서 정보화 사회로 전환한 현대사회의 가장 큰 화두는 ‘변화’일 것이다. 십 수 년 전의 ‘삐삐’가 휴대폰 단말기의 진화와 더불어 추억 속으로 사라져 버린 것처럼.

대학의 교육환경을 보다 다이나믹하게 만들어 나갈 때 비로소 학생과 기업체의 만족을 이끌어 낼 수 있을 것이다. 요즘 많은 교수님들의 입에선 “스승의 자리가 없다”고들 한다. 학생들에게 교수에 대한 존경심을 기대하기엔 너무 사치스런 일이 돼버렸는지도 모른다. 예전에 교수님들이 학창시절에 느껴봤던 존경하는 교수님… 선생님의 자리는 과연 회복할 수 없는 것일까.

여러 가지 환경이 뒷받침 돼야 하겠으나 교수의 학생사랑 즉, 제자를 사랑한다는 강한 의지의 회복이 우선이라 생각한다. 어떻게 관심과 열정을 학생에게 쏟아 부을 수 있을까. 그것은 그들과의 진실한 만남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필자의 경우, 개강이 되면 1주차 강의에 나의 에너지를 집중적으로 쏟아 붇는다. 간혹 교재소개나 학습지도에 따른 가볍게 시작하는 교수님이 계실 것이다. 그러나 개강 초에 학생들의 마음을 사로잡지 못하면 결코 종강하는 시간까지 만족한 수업을 이끌어 가지 못한다.

개강 2주 후 간단한 자기소개서를 작성하게 만든다. 본인소개와 진로 및 희망직종 그리고 과목에 거는 기대, 관심분야와 교수에게 바라는 것을 적게 만든다. 사진과 함께 제출된 소개서는 나의 책상위에 항상 놓여 져 있으며 학기중간 쯤이면 대부분의 학생들 이름을 외우게 된다. 강의시간 학생들의 이름을 불러가며 강의가 진행되다보면 교수와 학생 간엔 어느새 친밀감과 신뢰감이 싹터 있는 것을 발견한다. 이것은 학생과 교수의 중요한 소통의 도구(tool)가 되고 있다.  

작년부터 기존 강의시간 외에 0교시라는 수업을 통해 아침 8시부터 학교에 출근해 몇몇 학생들과 영어공부를 시작했다. 단어 암기를 중심으로 시작했으며 점차 프로그램을 다양화 시켜 나갔다. 영어에 대한 노출을 강화시켜 ‘관광통역안내사 자격증반’을 만들어 그들과 함께 목표와 비전을 공유해 나갔다.

참여한 대부분의 학생들이 감사한 마음을 가지기 시작했다. 그것은 교수님이 자기들을 위해 아침 일찍 출근해 과외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는 사실이 그들로 하여금 감사함을 느끼게 했던 것이다. 오는 여름방학에는 신라대 상경대학의 글로벌 존(Global Zone : 외국어 카페 형태의 공간)에서 20여명의 학생들과 함께 뒹굴 것이다.

우리나라의 지방대학은 서울중심의 교육환경으로 인해 입학부터 취업 등 모든 면에서 위기를 느끼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런 열악한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학생들에게 가능성과 결코 포기하지 않는 도전의식을 키워주는 것이 중요하다.

어떻게 할 것인가. 서울지역 대학생들보다 몇 배의 노력이 더 해 질 때, 공부의 양을 늘려 나갈 때, 학교 퇴근길에 밤하늘의 별을 헤아리며 정문을 빠져 나갈 때 비로소 긍정의 힘으로 우리에게 다가올 것이다.

필자가 첫 주례를 맡았던 제자가 있다. 2년 전 졸업해 영국 범모스대에 유학해 런던 LG에 근무하는 제자다. 그 제자는 외국생활의 고달픔을 한국에서 코피 흘려가며 공부했던 대학생활과 0교시 과외(?)를 받기 위해 눈 부비며 자명종 시계를 이불 속에 품고 자야만 했던 그 시절의 추억이 지금 영국에서 성공적인 삶을 살아갈 수 있게 만든 원동력이라며 최근에 근황을 알려왔다.

결국 제자를 가슴에 품고 그들의 진정한 길잡이가 돼주는 것이 잃어버린 스승과 제자의 길을 회복시켜 주는 길이라 믿는다.

김재원 신라대·국제관광경영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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