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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의 감정섞인 언행 견디는 일 가장 힘들어”
“교수의 감정섞인 언행 견디는 일 가장 힘들어”
  • 권형진 기자
  • 승인 2010.07.12 13: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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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사과정 원생이 털어놓는 국내 대학원 현실은…

‘대학원 교육 질적 제고 방안’을 위한 의견조사에서 몇몇 박사과정 학생은 국내 대학원 교육의 문제점에 대해 직접 몸으로 느낀, 보다 생생한 현실을 전해왔다. 이 가운데 국내 박사과정 학생 2명과 해외 박사과정 학생 2명의 이야기를 옮긴다. 좋은 질문 속에 답이 있듯, 대안 역시 정확한 문제 인식에서 출발하는 법이다.

교수가 먼저 국내 박사 차별


외국 학생은 대학원에 다니면서 논리적으로 사고하는 방법과 연구를 수행할 수 있는 능력을 기른다. 반면 국내 대학원생은 지도교수를 따라 연구를 진행하고 학점을 따거나 논문을 쓰는 것만이 목표가 된다. 활발하게 연구를 수행하는 지도교수를 모신 경우라면 조금 다르겠지만, 대부분 스스로 아이디어를 내고 연구를 수행하기보다 지도교수가 연구책임자로 있는 연구의 연구원으로 ‘잡일’을 하고, 논문 업적을 쌓을 기회도 적다. 학비나 생활비 등의 경제적 문제와 개인의 연구 공간이 없음으로 인해 모든 시간을 온전히 연구에 쏟지 못하고 버려야 하는 부분이 많다. 졸업 후 시간강사가 된다 해도 급여 수준도 낮고 연구 공간도 없다. 이런 상황에서 연구 업적과 영어 능력을 중시하니 외국 학위 소지자에게 밀릴 수밖에 없다.

모 교수님의 경우, 외국 학위 소지자를 임용했을 때에는 강의 준비를 하고 적응을 하는 데에 시간이 필요하다며 첫 학기에 한 과목(3학점)만 진행하도록 용인하면서, 국내 학위 소지자에게는 뽑아주었으니 21시간이라도 모두 수업을 소화하라는 식으로 이야기했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국내 대학원생도 연구를 수행할 수 있는 능력이 있고, 혹은 연구를 수행하기 위해 함께 배울 수 있는 자격이 된다는 사실을 모두 인정하고 대학원 과정을 진행했으면 한다. 그렇지 못하다면 아예 국내에는 박사과정을 개설하지 않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 (서울지역 대학원 박사과정에 재학 중인 L씨)

왜 그때 유학을 안 갔을까…


국내 대학원에서 가장 큰 문제점은 교수가 학생에게 비도덕적인 말과 행동을 일삼는 것이다. 개인적 감정으로 학생에게 정신적 충격을 주는 행위는 연구 능력이 우수한 학생이 한국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하는 것을 중도에 포기하게 만들고, 결국 해외로 우수 인재를 빼앗기는 결과를 초래한다. 많은 학생이 연구 능력이 탁월한 교수, 한국에서 영향력이 큰 교수라는 등의 이유로 일어나지 말아야 할 일을 겪으면서도 어디에도 이를 말할 수 없어 힘들어 하고 있다. 박사과정에 있으면서 가장 힘든 것이 무엇이냐는 대화가 나올 때면, 교수님의 비인간적인 말과 행동을 견뎌야 하는 것이라고들 한다. 공부가 힘들어서 박사과정을 포기하겠다는 말은 자주 듣지 못했으나 교수에게 받는 정신적인 스트레스를 견디기 힘들어 포기하겠다는 말은 매우 자주 듣고, 또 말하고 있다.

위에서 언급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교수님과 허심탄회하게 대화하라’와 같은 충고는 많은 경우 비현실적인 이야기다. 그런 말은 마치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하고 박사과정을 포기하고 나가라’, 또는 ‘알 수 없는 이유로 논문 및 연구 실적이 훨씬 못한 친구들보다 수 년 더 박사과정에 남게 될 가능성이 많지만 그래도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해라’와 유사한 이야기다. 오늘도 동료들과 이야기했다. ‘내가 왜 그때 외국에서 박사과정을 시작하지 않았을까….’ (박사과정 졸업을 앞둔 P씨)

외부 익명심사로 박사논문 질 높여야


‘시간강사’의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대학원 교육에 관해 논의하는 것은 사상누각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대학원 졸업 후, 특히 박사과정 졸업 후 어느 정도 가시적이고 안정적인 미래가 담보돼야 유능한 학생들의 입학을 유도할 수 있고, 또 대학원 교육의 질 역시 높아지리라 생각한다. 박사 이후의 미래가 불투명하게 보장된 현 상태에서 대학원 박사과정의 발전방안과 교육의 질을 논의하는 것은 선후가 맞지 않는 논의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국내의 박사논문의 질적 제고에 대해서도 언급하고자 한다. 모든 인간사회가 그러하겠지만, 학계 역시 대학·교수·학회 사이에 각종 이해관계가 얽히고 얽혀 간혹 자신과 다른 기관의 우수한 교수를 폄하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심지어 학생이 연구하는 분야의 전공 교수가 학생의 소속기관에 없는데도 지도교수는 전공 분야의 외부교수를 심사위원으로 위촉하지 못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석사나 박사과정 학생의 전공이 아닌 자신과 친분이 있는 교수가 심사위원에 참여해 심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기도 한다. 그래서 학위논문 심사에 대학원 차원에서 익명심사 형식으로 몇 개의 논문을 고르든지, 아니면 전부를 전국 대학의 해당 전공교수에게 무작위로 선별해 보내는 것을 생각해 볼 수 있다. 만약 박사논문의 경우 심사위원이 5명이라면 최소 2명 정도에게는 외부에 익명심사를 보내 논문의 수준과 공정성을 보장받도록 하는 방법이다. (석사 후 중국 유학 중인 K씨)

석사는 수업 위주로, 파트타임 박사 없애야


국내 대학원의 질적인 수준을 높이기 위해서는 석사과정의 경우 미국·유럽처럼 연구실 중심이 아닌 수업 위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 국내 석사학생의 경우 기본적인 지식 없이 연구에 참여해 교수의 일을 돕는 경우가 많은데, 이 경우 기본적 실력 양성에 장애를 가져올 수 있다. 또한 대학원 수업이 학부 수업에 비해 질이 상대적으로 낮은 경우가 많고, 이는 대학원 중심의 대학이 되기 위해 국내 대학이 풀어야 할 중요한 문제다. 따라서 석사는 연구실 위주가 아닌 수업위주(학사관리 강화를 통해)로 운영하고, 학생이 논문을 작성할 때(마지막 학기) 지도교수를 선택하도록 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이는 학벌을 세탁하기 위한 수단으로 석사과정에 진학하는 것을 탈피하기 위한 방법이 될 수도 있다. 박사과정의 경우, 기존 랩 중심으로 운영하되 파트타임 박사제도를 없애야한다. 전체적으로 볼 때 파트타임 박사는 국내 박사의 질을 낮게 만들고 있다. (미국 유학 중인 P씨)

 

정리 = 권형진 기자 jinny@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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