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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임호일 교수의 기고문(12월 4일자)에 대한 반론
[기고] 임호일 교수의 기고문(12월 4일자)에 대한 반론
  • 조관희 상명대
  • 승인 2000.12.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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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문의 종속성·대학원 부실이 국내 대학원 위기 초래
조관희 / 상명대·중문학

일전에 서울대 대학원 미달 사태로 작은 파문이 일었다. 언론들은 졸업후의 취업난 때문에 석박사 학위 과정 진학자가 많이 줄었다고 진단했고, 서울대 관계자는 아마도 처음 시행된 영어 시험인 TEPS에 대한 낯설음 때문으로 풀이했다. ‘교수신문’에 글을 기고한 임호일 교수(동국대·독일학) 교수는 이것이 학문의 질을 저하시키는 학부제 때문이라고 통박하였다.

학부제·취업난은 근본원인 못돼
학부제와 취업난이 작금의 사태에 대한 근본 원인이 아니라는 것이 아니라, 이것 말고도 보다 근본적인 문제가 더 있다는 것이다. 본격적인 논의를 진행하기 전에 한 가지 짚고 넘어 갈 것이 있다. 그것은 국내의 대학원들이 미달 사태를 면치 못하고 있다면, 그와 반대로 해외로 유학을 떠나는 학생들 역시 줄어들었는가 하는 점이다. 내가 보기에는 전혀 그렇지 않다. 미국은 말할 것도 없고, 중국과의 수교 이후 중국으로 유학을 떠난 학생들의 수효는 너무 많아 집계하기도 어려운 실정이다.
이런 사태가 벌어지게 된 것은 원인 중 첫 번째는 우리 학문의 대외종속성이다. 근대 초기의 유학은 어쩔 수 없었다 치고, 문제는 초기 유학생들이 돌아와서도 전혀 주체적인 입장에서 자기 학문을 하지 못한 데에 우리 학문의 취약성이 있다는 것이다. 두 번째는 국내 대학원에 진학한 학문후속세대들이 겪는 좌절감이다. 그들이 겪는 좌절감은 우선 부실한 대학원 교육에서 찾아 볼 수 있다. 아무 것도 새로울 것 없는 수업과 그에 대해 일말의 부끄러움도 느끼지 않는 교수들이 학생들에게 줄 수 있는 것은 학문에 대한 애정과 자부가 아니라 열패감과 자괴감뿐이다. 나아가 평소에 교수들은 조교를 비롯한 지도학생들을 자신의 몸종 부리듯 한다. 별로 배우는 것도 없으면서 교수들 심부름이나 하다 보면 내가 대학원을 왜 다니고 있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들게 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는 앞서 언론에서 진단한 바 있는 취업난이다. 박사라도 다 같은 박사는 아니다. 국내 박사와 해외 박사는 태생부터가 다르다. 입시철이 되면 대학들은 자신의 학교를 홍보하기 위해 그해에 뽑은 해외박사 출신 신임교수들의 명단과 그들의 프로필을 자랑스럽게 내세우고 있다.

교수의 처절한 자기반성에서 출발해야
혹자는 해외대학 수준이 우리보다 뛰어나고, 그만큼 그곳에서 공부하고 온 사람이 국내박사들보다 나은 게 당연한 것 아니겠냐고 말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국내의 대학 수준이 못한 것이 사실이라면 뒤집어 생각할 때 그 원인은 학생에 있지 않고 선생에게 있는 것은 아니겠냐고 반문하고 싶다. 국내의 대학원생과 해외 유학생이 근본적으로 학력이나 자질 면에서 확연한 차이가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런데 결과적으로 그들이 주장하는 대로 국내 박사와 해외 박사 사이에 수준 차이가 생겼다면 그것이 어찌 학생의 문제 겠는가? 말 그대로 누워 침 뱉기 아닌가?
나는 이제라도 국내의 대학원 중심 대학을 지향하는 대학의 교수들이 처절한 자기반성을 통해 국내 대학원의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유능한 학생이 있으면 무작정 해외로 유학을 보낼 것이 아니라 국내에서도 잘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주고 더불어 학문 연구에 매진하는 모습을 보여줄 때, 우리의 학문 후속세대들의 발걸음을 되돌릴 수 있을 것이다.
otzdem@sinology.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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