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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화제] 창간 10주년 맞은 『과학사상』 어제와 오늘
[출판화제] 창간 10주년 맞은 『과학사상』 어제와 오늘
  • 권희철 기자
  • 승인 2002.05.07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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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05-07 13:31:36

“‘과학사상’ 초창기에는 물리학을 많이 다뤘습니다. 20세기는 물리학의 시대였으니까요. 때문에 우리도 물리학적인 접근을 많이 했던 겁니다. 그런데 20세기 후반기에 들어서면서 생명과학, 유전공학 등이 발전하게 됐습니다. 이에 맞춰 생명과학 분야에 대한 논의를 활발히 해야 되겠다 생각했지요. 정보과학의 문제를 다루게 된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통권 40호 출간으로 10주년을 맞이한 ‘과학사상’의 편집인 김용정 동국대 명예교수(철학)는 10년 동안의 변화를 이렇게 설명한다. ‘과학사상’이 시대와 학문의 흐름에 게을리 하지 않고 나름대로 철저히 대응해 왔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과학사상’은 금곡재단의 후원 아래 ‘과학의 대중화’, ‘과학의 인간화’를 표방하면서 1992년 창간됐다. 신과학 이론을 소개하는 것은 물론 신과학운동을 대중적으로 확산시킬 필요가 있다는 게 초기 ‘과학사상’의 문제의식이었다. 이는 제1호 창간사에서 확인할 수 있다. “뉴턴 이래의 기계론적 세계관은 환원주의적 진리 탐구의 방법으로 정립돼 과학적 방법의 모델이 됐다. 그러나 새로운 유기체적 우주관에서는 진리 탐구의 방법으로 환원주의적 방법 이외의 전일적(holistic) 접근이 불가결하다고 본다.”

한국에서 신과학 논의는 1978년 프리초프 카프라의 ‘현대 물리학과 동양사상’(범양사 刊) 번역에서 비롯됐다. 김용정 교수는 “서양의 과학과 동양의 정신문화를 매개시켜 과학문명이 다하지 못하는 정신문화의 모자란 점을 채워나갈 수 있게 됐다”며 카프라 번역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결국 이 책의 성공이 훗날 ‘과학사상’ 창간의 밑거름이 됐다는 설명이다. 이후 문제의식도 이와 다르지 않다. “발전 일변도의 사상체계만 갖고는 안됩니다. 이에 정신문화적 측면과의 접목을 구현하면서 현재 과학문명에 비판적 기능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아울러 대중들에게 과학을 보다 서술적으로 해설해 이해시켜주자는 목적도 지금까지 ‘과학사상’의 일관된 입장이었습니다.”

전일론을 강조하는 신과학적인 사유는 대중적으로 널리 확산되기도 했다. 반면 이를 부정적으로 해석하는 입장도 만만치 않았다. 이에 지난 10년간 ‘과학사상’에서도 여러차례 논쟁이 불거지기도 했다. “신과학이 전통적인 과학과 따로 있는 것은 아닙니다. 양자역학이나 상대성이론 등이 고전 물리학적 사고와 현격하게 다르다는 점을 강조했을 뿐, 고전 과학을 무조건 반대하는 것처럼 확대 해석되기도 했죠.” 과학문명과 정신문화를 접목시키자는 것일 뿐, 신과학‘주의’는 아니라는 게 김 교수의 변이다. 김 교수에 따르면 신과학의 장점은 현실에도 적용된다. 산타페 연구소 등 신과학의 시스템학 접근 방법을 들며 대학의 현실을 꼬집는다. “대학 안에서 각 과들은 인접학문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도 잘 모릅니다. 위기가 올 수밖에 없는 것이지요. 과학에서도 ‘기득권’을 가진 자들의 패권주의 때문에 학제간 교류가 어렵습니다. 서로 자기 전공만을 고집하다보니 소통이 안 되는 것이지요.”

‘과학사상’의 초기 편집인으로 김용준 고려대 명예교수(화학공학)가 1호부터 12호까지 참여했고, 이후 13호부터 지금까지 편집인은 김용정 교수가 맡고 있다. 김용정 교수는 앞으로 사회과학적 접근을 시도할 계획이라고 전한다. 이를테면 인간복제의 윤리 문제를 다룰 때 경제학적 접근도 수용하겠다는 것이다. 편집주간으로 참여하게 된 김명식 박사(고려대 철학연구소)도 ‘과학사상’에 필요한 변화를 ‘학제간 연구’에서 찾는다. “최근 생명복제, 환경문제 등 학제적인 문제에 대한 관심이 높습니다. ‘과학사상’에 주어진 역할은 자연과학과 인문·사회과학의 만남과 대화를 주선하는 것이라 생각해요. 이른바 자연과학과 인문과학간의 대화 단절을 의미하는 ‘두 문화’의 문제를 극복하고, 인문·사회과학자들과 자연과학자들의 의사소통을 도와보려 합니다.” 40호 특집에서 이미 ‘부분과 전체’라는 주제 아래 생물학, 공학, 철학 등의 연구자가 모여 학제적 접근을 시도하고 있다.

권희철 기자 khc@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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