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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뇰로 교수 강연 스케치] 칸트의 세계시민주의 한계 비판 … 탈식민적 성찰의 계보학 제시
[미뇰로 교수 강연 스케치] 칸트의 세계시민주의 한계 비판 … 탈식민적 성찰의 계보학 제시
  • 우주영 기자
  • 승인 2010.06.07 14: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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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뇰로 교수의 학문적 스타일은 무척 개방적이었다.  그 자신 라틴아메리카 권위자이면서도 자신의 관점을 ‘전달’하기보다, 지혜를 함께 모색하는 동반적 관계를 강조한 것은 단순한 겸양의 수사만은 아닌 듯하다. 그의 이런 태도는 서울대와 부산대에서 행한 두 강연 ‘인식적 불복종과 탈식민적 선택’, ‘세계시민주의적 로컬리즘’에 그대로 스며들어 있다.

 지난달 27일 서울대 산양인문학술정보관에서 열린 강연은 탈식민적 사유가 왜 필요한지 짚어보는 자리였다. 탈식민주의에 따르면 서구 제국주의의 근대성 논리 이면엔 식민성이 존재한다. 그동안 미뇰로 교수는 근대성보다 식민성에 주목해 서구 중심의 인식으로부터 벗어나는 탈식민적 전환을 주장해왔다. 미뇰로 교수는 세계화의 구조적 실체는 사회적, 지역적 관계들의 승패로 나뉜다고 분석했다. 오늘날 세계화는 하나의 지역이 전 지구적으로 자신의 영향력을 행사함으로써 다른 지역들을 지방화하는 과정이다. 탈식민적 세계시민주의는 유럽중심 헤게모니의 대항이 될 수 있다. 미뇰로 교수는 경계들, 즉 식민적 차이에 자리 잡고 있는 탈식민주의야 말로 세계시민주의의 주변들로 부터 생성되는 제안이라고 제시한다. 더불어 탈식민주의 이론의 개념을 정리하며 성찰의 계보학을 제시했다. 식민 경험이 있는 지역에서 나온 이 같은 작업이 근대 극복에 동력이 될 것이라는 낙관이다.

 5월 31일, 부산대 인덕관에서 열린 강연은 세계시민주의의 현재적 의미와 어떻게 세계시민주의가 가능할지 모색한 자리였다. 미뇰로 교수는 “서구의 로컬리즘의 이론적 배경이 된 칸트의 세계시민주의는 단일-보편성으로 인한 한계를 지닌다”고 비판한다. 탈식민적 로컬리즘은 복수-보편성을 지향하고, 때문에 탈식민적이어야 마땅하다. 그는 탈식민적 로컬리즘을 바탕으로 어떠한 지배-지구적 구상도 없는 조건에 지구적인 합의가 있어야 세계시민주의가 가능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1990년대 이후 신자유주의의 병폐를 극복하기 위한 라틴아메리카의 각종 사회운동은 국내 학계와 사회에도 시사하는 바가 컸다. 그 사회운동의 동력이자 이론적 패러다임으로서 탈식민주의가 제시하는 대안은 무엇인가. 미뇰로 교수의 방한을 추진한 우석균 서울대 라틴아메리카연구소 HK교수는 “국내 학계는 특정 서구 지역의 학문과 시각에 편중돼 있다. 그로 인해 놓치는 문제의식이 무엇인지 이번 미뇰로 교수의 강연을 통해 되새겨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우 교수의 지적처럼 국내 학계의 기울어진 시각에 균형점을 찾기 위한 답 역시 복수-보편성에 있는 건 아닌지 이번 미뇰로 교수의 방한이 갖는 시사점이 크다.

우주영 기자 realcosmos@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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