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對談 통해 그려낸 우리시대 ‘관찰자’의 모습 … 그들의 매력은 어디에?
對談 통해 그려낸 우리시대 ‘관찰자’의 모습 … 그들의 매력은 어디에?
  • 최익현 기자
  • 승인 2010.06.07 14: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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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의 책] 곽준혁 지음, 『경계와 편견을 넘어서』(한길사, 2010)

이 책은 한길인문학문고 ‘생각하는 사람’ 시리즈의 첫 출간물이다. “번역 도서의 비중이 높은 한국 출판계의 현주소를 반성하고, 국내 인문학 저술의 집필을 장려하며, 나아가 한국 인문학의 세계적인 위상을 높이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마련된 기획이다. 흥미로운 대목은 이 문고의 위상을 “지나치게 전문적이고 지엽적인 학술 저작은 지양하고, 오늘의 시대담론을 담아내고 대중 독자와 충분히 소통이 가능한 주제의 교양 인문학을 지향”하는 데 두고 있다는 점이다. 각 분야에서 탁월한 업적을 남긴 원로학자의 학문적 에센스를 소개하는 한편, 40~50대 젊은 연구자들의 최근 연구 성과들을 적극 기획해냄으로써 학문과 사상, 이론의 통섭적 인식을 꾀한다는 발상이다.


이 책 『경계와 편견을 넘어서』는 ‘희망없는 현실주의’에 사로잡힌 한국사회가 정치·사회적 갈등을 극복하고 새로운 가치와 정치적 이상을 고민할 수 있는 계기를 정치철학자들과의 대화를 통해 제공하려는 문제의식을 담고 있다. 플라톤이 대화록에서 소크라테스의 입을 빌려 자신의 생각을 전달했던 것처럼, 이 책은 대담 형식을 통해 다섯 명의 정치철학자들의 사상을 체계적으로 소개하고, 이들과의 대화가 갖는 한국적 함의를 제시함으로써 독자들에게 이들에 대한 객관적 평가를 유도하고자 하는 새로운 학문적 시도이다. 이 대담들은 고려대 아세아문제연구소의 <아세아연구>, 그리고 지금은 닻을 내린 계간 <비평>등에 게재됐었다.


저자 가 만난 다섯 사람은 공화주의 이론의 새로운 토대를 다진 필립 페팃(1945~, 미국 프린스턴대·정치사상), 다문화·탈민족시대의 민족주의 이론가 데이비드 밀러(1946~, 영국 옥스포드대 너필드 칼리지·정치이론), 쟁투적 다원주의를 주장하는 급진 민주주의 이론가 샹탈 무페(1943~, 영국 웨스트민스터대·정치철학), 민주적 교육 이론가이자 실천가인 에이미 것만(1949~, 미국 펜실베니아대·정치철학), 자유로운 선택이 가능한 조건에 주목한 자유주의자 마사 너스바움(1947~, 미국 시카고대·정치철학) 이다.


저자가 이들을 선정한 이유는 “정치권력으로부터 스스로의 본분과 비판적 견해를 지켜내는 학자적 의연함이 매력적이었고, 스스로 경험하고 체득한 전통과 대립되고 상충하는 요구들을 수용하고자 몸부림치는 모습에서 배우기를 원했으며, 이러한 노력을 통해 만들어진 정치사회적 구상들이 우리의 이념적 지평을 넓혀줄 수 있다고 믿”어서였다. 공화주의가 공화가 아니라 자유에 주목하고, 민족주의자가 영광이 아니라 공존을 열망하고, 급진주의자가 혁명이 아니라 절차에서 해답을 찾고, 자유주의 교육의 핵심이 시민적 덕목으로 채워지며, 자유주의자가 경쟁이 아니라 재분배를 요구하는 모습에서 우리 시대가 요청하는 진정한 ‘관찰자(theoros)’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는 데 있다.

최익현 기자 bukhak64@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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