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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이 살아남은 비결, 그들의 감춰진 비밀
그들이 살아남은 비결, 그들의 감춰진 비밀
  • 최익현 기자
  • 승인 2010.05.31 14: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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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의 책] 『식물의 역사』·『양치식물의 자연사』(지오북, 2010)

식물의 공통 조상이 출현한 것은 대략 35억 년 전의 일이다. 생존을 위협하는 외부의 적과 맞서기 위해, 더 많은 후손을 널리 퍼뜨리기 위해 식물은 끊임없이 변화할 수밖에 없었다. 이들은 과연 어떻게 자신의 역사를 만들어왔을까.

『식물의 역사』(이상태 지음, 지오북)·『양치식물의 자연사』(로빈 C. 모란 지음, 김태영 옮김, 이상태 감수, 지오북) 두 권 모두 긴 지구의 진화 역사에 동참한 ‘식물’의 자연사를 조명하는 흥미로운 책이다. 앞의 책은 대학에서 30여 년 간 식물분류학을 연구하고 후학을 양성해온 이상태 성균관대 명예교수의 땀이 깃든 것이고, 뒤의 책은 세계적인 양치식물 전문가이며 2001년부터 현재까지 ‘뉴욕식물원’의 양치식물 담당 큐레이터 로빈 C. 모란의 것이다.

식물의 탄생은 지구의 모습을 획기적으로 변화시키는 중대한 사건이었다. 비록 지구가 식물 탄생의 어머니 역할을 한 것은 분명하더라도, 이 새로운 ‘자식’을 쉽고 편안하게 살아 갈 수 있도록 적합한 환경을 제공해준 것은 아니었다. 지각이동, 기후변화를 비롯한 대변동, 더위, 추위, 동물과 같은 크고 작은 위협들은 식물이 살아가는 데 장애물이었다. 그러나 식물은 다른 식물을 이용하기도 하고, 때로는 다른 생물들과 전략적 제휴를 맺기도 하면서 생존해왔다. 포자에서 종자로의 변화는 오랜 세월 정교하게 이루어낸 식물의 놀라운 노력의 산물이자 환경에 적응하기 위한 획기적인 발전이었다. 

식물은 생존을 위해 다른 식물의 성장을 방해하기도 한다. 이를 타감작용이라 한다. 호두나무(위), 유칼리나무(아래)가 타감작용을 활발하게 하는 대표적인 식물이다.  사진제공=GEOBOOK

저자는 이와 같은 식물의 진화의 역사를 한눈에 파악할 수 있도록 식물의 형태적, 분류학적 특성을 함께 다룸으로써 식물의 계통적 분류체계와 진화 메커니즘을 설명해냈다. 광합성을 ‘기적과 같은 생명의 출현’ 배경으로 설명하는 데서 시작해, 세포→녹조류→육지로 올라온 식물들→대엽식물 순의 진화적 역사를 정리하는 한편, 한층 더 정교해진 종 번식 메커니즘과 환경 적응 양상, 생존을 위한 다양한 투쟁과 공생을 조명했다. 저자는 “식물에 관심을 갖고 있는 비전공자들이 식물의 진화와 적응에 대해 좀 더 폭넓게 이해하고, 식물과 생태계를 보존하는 데 일익을 담당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양치식물의 자연사』는 양치식물의 생태에 관해 국내에서는 처음 간행된 책이다. 양치식물의 번식과 식물 계통분류상의 위치, 생존 생태, 지리적 분포, 발생역사, 진화 그리고 인간 생활과의 연관성 등 모든 생태적 측면을 다뤘다. 국내에서 발간된 책으로는 한국 양치식물 331종 1천200여컷의 컬러사진을 수록한 『한국양치식물도감』(한국양치식물연구회 지음, 지오북, 2005), 분류도감인 『한국양치식물지』(박만규, 1961), 원예재배도감인 『꽃보다 아름다운 고사리의 세계』(김정근 외, 플래닛미디어, 2007)가 전부다.

이 책에는 석송류나 물부추류와 가깝다고 알려져 있던 고사리류가 DNA 분석을 통해 계통분류를 엄밀히 진행한 결과 오히려 종자식물에 더 가깝다는 것, 최초의 고사리류 화석은 3억4천500만 년 전의 것이지만 현재 자생 중인 1만2천여종의 고사리류 중 80%는 7천500만 년 전에 처음 등장했으며 불과 1만8천년 전에 발생한 것도 있다는 새로운 내용들 담고 있다.

저자는 베네수엘라의 코스타리카, 유틀라 반도의 칼가르드 호수 등 열대지방에서 극지방에 이르기까지 어디나 분포하는 양치식물을 따라 대륙을 넘나든다. 또한 6천500만 년 전 멕시코 유카탄 반도에 대형 유성이 충돌하면서 지구 표면이 거의 다 불타버린 뒤 처음으로 지구를 푸르게 덮었던 식물이 양치류였다는 고사리스파이크 이야기와 2천500만 년 전에 멸종한 양치식물의 일종인 鱗木이 산업혁명의 견인차가 된 석탄의 원료였다는 이야기 등 지구역사와 함께 해온 양치식물의 역사를 흥미롭게 풀어내고 있다.

최익현 기자 bukhak64@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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