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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강의시간] 강의 직전부터 최후의 일각까지
[나의 강의시간] 강의 직전부터 최후의 일각까지
  • 이희재 광주대/중국어학과
  • 승인 2010.05.31 13: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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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강의를 듣는 학생은 신입생의 교양과목에서부터 고학년의 전공과목까지 다양하다. 또 성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유학강의도 한다. 다양한 층의 수강자들만큼이나 강의방식도 다양하다. 저학년의 경우는 영상자료나 파워포인트를 활용하며, 고학년 강의에는 전혀 기자재에 의존하지 않고, 필기도 최소화한다. 그러나 기자재를 이용하는 경우는 반드시 사전 학습을 행한다.

강의에 대한 반응도 다소 차이가 있다. 어쨌든 중요한 것은 수강생들이 감성세대라는 점을 고려하고 있다. 동시에 ‘강의목표가 무엇인가’라는 주제의식을 견지하면서 체계적인 이해를 돕도록 노력한다. 학생들의 강의평가를 참고해 보자면, 영상자료를 활용한 경우 훨씬 강의주제에 대해 잘 이해했다는 반응이 있다. 언어로서 설명할 수 없는 차원을 특정한 영상매체가 자연스럽게 의사소통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다. 동양문화론과 같은 포괄적인 교양과목에서는 이런 시청각자료를 많이 활용하고 또 수강자들의 견해를 정리하게 한다.

중국어과가 중심이 된 중국사상은 우선 교재를 선정하고, 교재의 틀에 따라 수강자들이 발표를 하도록 한다. 그 학생이 준비한 발표에 대해 논평을 하는 것이 강의의 시작이다. 토론식 수업은 아니지만 학생이 먼저 강의의 물고를 튼다는 점에서 분위기는 일방적이라기보다는 상호적이고 대화할 준비가 된다. 강의노트는 따로 준비하진 않지만, 그 강의분야에 대한 자료는 계속해서 축적하고 있기 때문에 교재의 주요언어를 더듬어 가며 그 배경과 체계를 설명하고 있다. 강의의 줄거리는 교재에 바탕을 두고 있지만 강의내용은 비교적 자유롭다. 강의내용과 관련된 연구동향, 학회 동향 등 학생들이 체험하지 못한 것들을 그때 그때 자유롭게 소개한다. 

사진제공: 광주대 중국어학과


강의내용 면에서는 최신의 연구주제와 느낌 등에 대해서 상당부분 이야기 한다. 강의도 일종의 영화나 드라마와 같은 즐거움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미 알고 있는 지식을 중언부언하는 것은 이야기하는 본인도 지루하고 이를 듣는 학생들도 견디기 어려운 시간이 될 것이다. 그래서 본인 스스로도 새로 접한 최신의 지식을 얻으려고 부단히 노력한다. 연구와 강의는 분리돼 있는 것이 아니라 연구 자체가 강의안을 갱신하는 새로운 자료수집이라고 생각한다. 연구는 강의를 고려해 주제가 정해지며, 또한 강의시간의 미흡한 부분을 연구를 통해 보완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학생들의 반응을 잘 읽고 세월이 축적되면서 강의는 물 흐르듯 자연스러워지지만 잘못하면 안이한 자세가 되기 쉽다. 처음 강의에 임하면서 노심초사하던 그 마음으로 임할 수 있다면 힘들기는 해도 좋은 강의가 될 수 있다. 그런데 세월이 갈수록 긴장도가 떨어지고 일종의 여유를 갖게 된다. 
교수와 학생은 말없이 대화한다. 학생들의 반응을 통해 의사소통의 여부는 늘 체크되는데 때로는 불통이 되는 수도 있다. 그런 불통이 느껴질 때는 참으로 답답하고 막막하다. 수많은 세월이 흘렀지만 지금도 그런 답답한 시간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의사소통이 잘되는 강의도 있다. 대체적으로 그것은 사전에 긴장을 하는 강의라고 보면 된다. 마치 드라마를 만들어 놓고 시청자의 반응을 보는 제작자처럼 강의 직전부터 최후의 일각까지 긴장을 늦추지 않고 임하는 강의는 듣는 자에게 만족을 줄 수밖에 없다. 좋은 강의를 위한 안간힘과 긴장은 수강자들의 흡족한 반응이 나올 때 모두 행복한 이완으로 풀어진다.

일찍이 공자는 ‘敎學相長’의 자세로 가르쳤다. 이것은 가르치는 자와 배우는 자가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함께 진리를 탐구하는 자세를 말한다. 할 수 만 있다면 자유로운 문답 가운데 사제가 함께 공부하는 것이 최고의 강의가 아닐까 생각해 보지만, 현실에서는 그런 경지에 이르지 못했다.

 

이희재 광주대/중국어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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