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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경부 ‘후불 연구비시스템’ 단독 추진 … 대학들, “혼란 우려”
지경부 ‘후불 연구비시스템’ 단독 추진 … 대학들, “혼란 우려”
  • 박수선 기자
  • 승인 2010.05.31 11: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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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전국대학교 산학협력단장 협의회 세미나

지식경제부가 새롭게 추진하고 있는 ‘통합연구비시스템’이 논란을 빚고 있다.
지식경제부가 추진하고 있는 HI-R&D(Hub for Innovation R&D)는 국세청과 은행·카드사 등과 연계해 연구비 사용을 실시간 조회할 수 있는 연구비 관리 시스템이다. 지식경제부가 관리하는 HI-R&D계좌를 통해 사용할 때마다 연구비를 나눠주는 ‘후불’방식이다. 지정한 카드사가 아닌 다양한 카드사와 연계할수 있고, 법인카드도 사용 가능하다. 전자 증빙과 온라인 정산이 가능해지면서 정산절차도 간편해진다.

지난 26일부터 사흘간 제주에서‘전국대학교 산학협력단장·연구처장 협의회’ 춘계세미나가 열렸다.  사진 = 박수선 기자


지금까지 연구비는 협약을 맺으면 연구를 담당하는 기관에 일괄적으로 ‘선불’지급했다. 연구자들이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었지만 금융실명제 때문에 연구비를 어디에 얼마나 썼는지 확인할 수는 없었다. 지식경제부의 시스템은 연구비 지급은 사전에 철저히 통제하고 집행과 정산 업무는 간소화하는 것으로 요약된다.

지난 26일부터 사흘간 제주에서 열린 ‘전국대학교 산학협력단장·연구처장 협의회’ 춘계세미나에서 지경부의 새 연구비 관리 시스템 도입을 놓고 논란이 벌어졌다.

최근 R&D 예산은 그 증가폭에 비해 드러나는 성과가 미흡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번 연구비시스템도 이런 맥락에서 나왔다. 이창한 지식경제부 산업정책기술관은 세미나에서 “성과가 기대만큼 나오지 않아 그 이유에 대해 여기저기 보고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지금까지 R&D사업 관리가 형식적으로 진행돼온 점도 있었다”고 평가했다.

지식경제부가 연구비 통제를 한층 강화한 시스템을 들고 나온 직접적인 이유는 연구비 유용 사건이 컸다. 정동희 지식경제부 산업기술개발과장은 “사건을 조사하는 기관에서는 ‘조사하면 다 걸린다’는 인식이 팽배하다”면서 “연구비 유용의 유형을 보니까 다른 과제에 쓴 경우가 많은데 이런 문제를 시스템개선으로 고쳐나가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지식경제부는 당장 오는 6월부터 시범사업을 시작하고 시스템 연계를 희망하는 연구기관에도 확대하겠다는 계획이다.

대학들이 지식경제부 R&D사업에 컨소시엄 형태로 참여하는 경우가 많아 이 시스템을 도입하면 대학에 미치는 영향이 클 것으로 보인다. 지식경제부는 현재 △광역경제권선도산업육성사업 △지역산업기술개발사업 △표준기술력향상사업 △공동연구기반구축사업 등을 담당하고 있다.

하지만 현장 반응은 지식경제부가 마련한 HI-R&D를 반기는 분위기는 아니었다. 연구비 유용의 ‘진원지’로 지탄 받는 데 억울하다는 것이다.

윤기봉 중앙대 산학협력단장(기계공학부)은 “연구비 유용이 크게 불거진 곳은 기업과 출연연”이라며 “대학은 연구비를 관리하는 데 전문기관 수준에 올랐고, 설령 문제가 불거진다고 해도 인건비 문제가 대부분”이라고 지적했다. 학생 인건비 풀링제를 실시하면서 그동안 불투명했던 인건비 지급이 상당부분 해소됐다는 주장이다.

또 R&D사업의 큰 축을 담당하는 지식경제부와 교육과학기술부의 관리시스템이 달라진다는 점에서도 우려가 나왔다. 이날 세미나에서 ‘산학협력 선진화 방안’을 발표한 박항식 교육과학기술부 기초연구정책관은 “2009년에 교과부 기초연구사업 부당집행액은 전체 연구비 대비 0.01% 수준으로 대학들이 연구비 관리를 잘 하고 있다”며 “현재 운영하고 있는 연구비관리시스템을 손질해 연구비 집행을 실시간으로 모니터하고 연구비 집행관리 편의성을 높이는 쪽으로 개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박성현 한국연구재단 기초연구본부장은 “지식경제부와 교육과학기술부의 R&D 관리가 따로 노는 것 같아 불안하다”면서 “그렇지 않아도 이번 정부 들어 국가연구개발사업을 총괄하는 컨트롤 타워가 실종됐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상황인데 이런 방향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제주=박수선 기자 susun@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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