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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품 요구·논문 대필, 이제는 고질적 부조리 끊자
금품 요구·논문 대필, 이제는 고질적 부조리 끊자
  • 김봉억 기자
  • 승인 2010.05.31 11: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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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8년 이후 여덟번째 희생을 애도합니다

“시간강사를 그대로 두시면 안 됩니다. 21세기형 사회입니다. 능력위주로 해주세요.”
10년 동안 대학 시간강사로 지내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서 아무개 조선대 강사(45세, 영어영문학)가 ‘이명박 대통령님께’ 보내는 유서의 내용이다. 서 강사가 남긴 A4용지 5장 분량의 유서에는 대학과 교수사회의 고질적인 부조리가 담겼다. 교수임용 대가로 금품 요구, 지도교수 제자의 석·박사 논문과 한국연구재단 논문 대필, 저자이름 끼워 넣기 문제가 그것이다.

 

1998년 이후 벌써 8명의 대학 강사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조선대에 마련된 분향소에서 학생들이 고인을 애도하고 있다. 

사진제공 : 한국비정규교수노조 조선대 분회

서 강사는 유서에서 “대략 2년 전 전남 강진의 사립전문대학에서 ‘6천만 원’, 두 달 전 경기도의 사립대에서 ‘1억 원’ 등 두 번의 제의를 받았다”고 폭로했다.

서 강사는 또 “교수님과 함께 쓴 논문이 대략 25편, 함께 발표한 논문이 20편, 교수님 제자를 위해 쓴 논문이 박사 1편, 학진논문 1편, 석사 4편, 학진발표논문 4편”이라며 “(지도)교수님은 이름만 들어갔다”라고 했다.

교육과학기술부는 신규 임용시 금품 요구했다는 두 대학과 조선대의 논문 대필 문제를 조사해 문제점이 발견될 경우 엄중 조치하겠다고 밝혔다.

교과부는 지난 28일 경기도의 한 사립대를 현장 조사했고, 관련 자료를 수집했다. 교과부 관계자는 “실제 금품을 받은 사람까지 조사가 확대될 것인지는 경찰 조사 이후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전남 강진의 사립전문대학 총장은 지난 2008년 교수 임용 과정에서 지원자 4명에게 모두 4억 원을 받은 혐의(배임수재)로 지난 4월초에 이미 구속 기소됐다.

논문 대필 문제와 관련해서는 조선대가 진상조사위원회를 구성해 조사에 나서기로 했다. 설헌영 진상조사위원장(철학과)은 “자세히 조사하겠다. 연구윤리에 문제가 있다면 연구윤리조사위원회에서 다루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한국연구재단 ‘한국연구업적통합정보’를 살펴보면, 서 강사가 유서에서 언급한 조 아무개 지도 교수(64세)는 지난 2004년 2월부터 2009년 3월까지 총 18편의 논문을 등록했다. 이 가운데 17편은 서 강사와 함께‘공동저자’ 명의의 논문이었다. 조 교수의 제1저자 논문은 5편, 참여저자 논문은 12편이었다.

조 교수는 <교수신문>과의 전화 통화에서 “모든 것을 세미나를 통해 공부하고 토의해 왔고, 논문을 발표할 때마다 일일이 지도를 했다”며 “연구비를 신청할 때는 전임교수가 신청할 수 있기 때문에 그 때는 내가 제1저자로 했고, 나머지는 교신저자로 했다”라고 해명했다. 조 교수는 제자들의 석·박사 논문 대필과 관련해 “함께한 세미나 멤버들이니까 서로 도와가며 학위 논문을 준비하라고 했는데, 이런 것도 대필이라고 하느냐”고 되물었다. 조 교수는 “나도 모든 것을 밝히고 싶다”며 “그동안 (서 강사를) 제자로 여기며 키워 왔는데 은혜를 원수로 갚는 격”이라며 억울하다는 심정을 밝혔다.

정재호 한국비정규교수노조 조선대 분회장은 “강사의 교원지위 회복이 근본 대책”이라며 “이번 일을 계기로 교수임용 투명성을 강화하고 음성적인 임용비리는 반드시 개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봉억 기자 bong@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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