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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대동사상에는 ‘대동’과 ‘경쟁’의 상호모순 혼재돼 있나
그의 대동사상에는 ‘대동’과 ‘경쟁’의 상호모순 혼재돼 있나
  • 우주영 기자
  • 승인 2010.05.24 15: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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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은식 연구의 쟁점은

백암 박은식은 애국계몽운동을 주도한 개혁론자이자 민족혼을 강조한 역사학자다. 또한 정치가로서 상해 임시정부 2대 대통령을 지냈다.

박은식에 관련해 가장 많은 연구가 이뤄지고 있는 곳은 역사학계다. 박은식이 주장한 애국계몽운동이나 자강운동에 관한 연구가 다수다. 그의 근대적 역사서술 방식이 근대사 영역 개척에 어떻게 기여했는지도 주목한다. 신용하 이화여대 석좌교수가 쓴 『박은식의 사회사상 연구』(1974, 사회사상사)는 학계에서 박은식에 대해 전문적으로 다룬 최초의 연구다. 단국대 동양학연구소에서 출판한 『박은식전서』(1974)를 토대로 대한제국 당시 박은식의 애국계몽운동을 검토했다.

정치학에서는 우남숙 우석대 교수(정치학)가 박은식의 자강사상을 연구(「자강독립 사상 연구」, 1994)했다. 자강사상은 대한제국기 일군의 지식인들이 국권회복을 위해 전개한 실력양성운동의 용어 중 하나다. 사회진화론에 입각해 경쟁의 관점에서 현실세계를 인식한다. 따라서 약자가 강자가 되기 위한 분투를 견인하는 의의 이면에 약자에 대한 강자의 지배를 인정한다는 점이 한계로 지적된다.

박은식의 대동사상은 역사학 분야뿐 아니라 철학 분야에도 논쟁의 여지를 남긴다. 박은식의 사상에 대동과 경쟁의 상호모순이 혼재돼 있다는 주장이다. 노관범 경제인문사회연구회 연구위원은 「대한제국기 박은식과 장지연의 자강사상 연구」(2007)를 통해 박은식의 대동사상이 유가적인 유토피아에 근접한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주장한다. 박정심 부산대 교수(철학)는 「백암 박은식의 철학사상에 관한 연구: 사회진화론의 수용과 양명학적 대응을 중심으로」(2001)에서 박은식의 대동사상이 지닌 문제점을 검토했다.

박은식의 사상적 무게에 비해 철학 분야의 연구는 많지 않은 편이다. 박정심 교수는 “기존의 유학적인 사유구조의 맥락에서 본다면 근대 철학은 부재하는 것에 다름없다. 국내 학계는 서양의 근대성 논의가 들어오자 역으로 우리 근대를 주목하기 시작했다. 비단 박은식 연구뿐 아니라 근대 철학 자체가 공백상태다. 한국 근대철학에 대한 수요에도 불구하고 연구자가 없다”고 지적한다.

박은식은 철학분야에서 선정된 인물 중 유학과 근대철학의 과도기에 존재하는 인물이다. 근대 철학에 대한 학계의 기반이 약함에도 불구하고 박은식이 근대국가 만들기에 혜안을 보여준 인물로 선정됐다. 근대철학 연구에 대한 철학 연구자들의 갈증이 반영된 결과는 아닌지 박은식 연구가 국내 철학계에 던지는 과제가 적지 않다.

우주영 기자 realcosmos@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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