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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급 교수 영입 어려워지고 중진들 이직 잦자 젊은 학자들 끌어안았다
스타급 교수 영입 어려워지고 중진들 이직 잦자 젊은 학자들 끌어안았다
  • 김유정 기자
  • 승인 2010.05.17 12: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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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버드대, ‘종신직’ 확대한 배경은

미국 최고 명문대로 꼽히는 하버드대가 젊은 교수들을 대상으로 종신직을 보장하기 시작해 주목을 받고 있다. 하버드대 테뉴어 심사는 엄격하기로 정평이 나 있기 때문에 카이스트, 포스텍 등에서 정년보장 심사를 강화하면서 하버드대 사례를 종종 언급하곤 한다. 미국 고등교육 전문지 <크로니클 오브 하이어 에듀케이션>은 최근호에서 “더 이상 나이 지긋한 교수들만 하버드대 종신직을 받지 않는다”며 조교수에게 종신직을 확대한 배경을 분석했다.

크로니클은 “다른 대학과 달리 하버드대에는 정형화한 테뉴어트랙 제도가 없었다. 젊은 학자들은 몇 년간 하버드대에 재직하면서 명성과 연구 성과를 얻은 다음 정년보장을 받을 수 있는 다른 곳으로 이동했다”고 보도했다. 하버드대는 학문적으로 이름을 떨치고 다른 대학에서 끊임없이 초빙 요청을 받고 있는 스타급 교수 일부에게 종신직을 보장해 왔지만, 지난해 41명의 교수에게 종신직을 제공했다.

이유는 무엇일까. 크로니클은 두 가지 배경을 언급했다. 우선 다른 대학에 재직하고 있는 스타급 교수를 데려오는 일이 예전에 비해 어려워졌다는 설명이다. 수잔 캐어리 심리학전공 주임교수는 “예전엔 하버드대로 교수들을 쉽게 데려올 수 있었지만 이젠 다르다”고 말했다. 맞벌이하는 부부가 늘면서 하버드대라고 해도 이직제의는 ‘덜 끌리는’ 제안이 됐다는 것이다. 리자베스 코헨 역사학전공 교수는 “대학에서 시니어 학자군을 찾는데 큰 비용을 투자하고 있지만, 기대만큼 성과를 얻지 못 한다”고 말했다. 

유능한 교수를 확보하려는 대학 측의 노력이 자연스럽게 젊은 교수들에게 종신직 기회를 확대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크로니클은 “하버드대 테뉴어트랙은 경험이 부족한 젊은 교수를 포기하는 대신 그 분야에서 석학의 위치에 있는 학자를 선호하는 방식으로 운영돼 왔다”며 “그 결과 하버드대 조교수들은 종신직에서 밀려나거나 심사에 도전해볼 생각도 하지 않고 다른 대학으로 떠났다”고 말했다. 

기사에 언급된 매튜 노크 교수는 지난 2003년 29세의 나이에 하버드대에 임용됐다. 주변에선 그가 테뉴어를 받을 수 없을 것이라고 말 했지만, 노크 교수를 비롯해 다른 조교수들은 지난 2005년 대학 측으로부터 테뉴어트랙이 대폭 확대된다는 말을 들었다. 그는 지난달 종신직을 받았고, 다른 젊은 학자들도 잇달아 테뉴어를 받았다.

하버드대 교수들은 “테뉴어제도를 적극 도입하면서 보다 역량 있는 젊은 교수들이 하버드대로 오길 희망한다”고 말한다. 대학에서도 이들을 위해 강의부담을 줄여주거나 다양한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육아비용을 지원해 주기도 한다. 젊은 교수들에게 투자해 능력을 발휘해주길 기대하는 분위기다.

크로니클은 그러나 몇 가지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여전히 일부 교수들은 하버드대에서 테뉴어심사를 기다리는 일은 “너무 위험하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한다. 한 교수는 종신직을 받았지만 그의 전공분야에서 자신이 ‘유일한’ 테뉴어 교수이기 때문에 오히려 더 불안하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듀크대 종신교수 제안을 수락해 자리를 옮겼다.

예전 제도에 익숙한 선배 교수들의 인식을 바꾸는 일도 쉽지 않아 보인다. 한 교수는 “하버드대 교수들이 자체승진을 통해 규모를 늘려 간다면, 다른 곳에서 종신직을 제안 받고 이직한 이들이 설 자리를 잃게 될 것이다. 이것은 좋지 않은 일”이라고 전했다.

김유정 기자 jeong@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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