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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알리는 전도사 … “2005년부터 꾸려온 한국어프로그램 유지 고민”
한국 알리는 전도사 … “2005년부터 꾸려온 한국어프로그램 유지 고민”
  • 김유정 기자
  • 승인 2010.05.10 16: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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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이선희 美 웰슬리컬리지 교수(언어학)

해외 대학에 자리를 잡고 활발한 연구활동을 하는 교수들이 늘고 있다. 특히 미국에서 교수로 재직하는 이들이 많은데, 대규모 주립대에서부터 탄탄한 중소규모 대학에까지 넓게 자리하고 있다. 이선희 웰슬리컬리지 교수(42세, 언어학·사진)도 그 중 한 명이다.

이 교수는 지난 2005년부터 웰슬리컬리지 동아시아어문학과 한국어 프로그램을 꾸려가고 있다. 중국어, 일본어 프로그램의 역사가 길고 꾸준히 발전해온 반면 한국어 프로그램은 이 교수가 부임하면서 시작됐다. 프로그램을 이끌어가는 그의 어깨가 무거운 이유다. 

이 교수는 연세대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오하이오주립대에서도 언어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유학을 결심한 계기는 국어학 박사과정을 통해 얻은 자료 분석에 대한 안목과 지식을 바탕으로, 일반 이론언어학적 지식이 부족함을 절실히 느꼈기 때문이다.” 이 교수는 오하이오주립대 컴퓨터공학과에서 박사 후 연수생으로 일하면서 현지에서 자리를 잡게 됐다고 한다.

웰슬리컬리지는 보스톤 근교에 위치한 여자대학교로,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 이인호 전 한국국제교류재단 이사장 등이 졸업한 곳으로 유명하다. 이 교수는 “전교생이 2천300명밖에 안 되지만 교수진이 300여명이 넘기 때문에 모든 강의가 평균 17~20명의 학생들로 구성된다”며 “학생들의 참여와 의견을 중시하기 때문에 학사행정, 교수회의, 재정위원회, 입학사정회 같은 일에도 학생 대표가 참여해 주요 의사결정권을 행사한다”고 소개했다.

미국 대학에서 한국학 연구는 갈수록 활발해지고 있다. 주요 대학에서 한국학 강의를 새로 개설하거나 다양한 한국어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웰슬리컬리지와 같이 소규모 대학에서도 한국어 프로그램이 속속 개설되고 있다. 이 교수는 현재까지 한국어 강좌로 ‘Beginning Korean I·II’, ‘Intermediate Korean I·II’, ‘멀티미디어를 통한 고급 한국어’ 등 다섯 과목과 ‘한국 현대 사회에서 언어와 젠더’라는 세미나 과목을 개설해 운영하고 있다.

해외 한국학 교수들이 꼽는 공통적인 문제는 역시 ‘재정’이다. 이 교수도 “이미 상당액의 장학기금을 확보하고 있는 중국어, 일본어 프로그램에 비해 한국어 프로그램은 아직까지 별도의 기금을 확보하지 못 한 실정”이라고 말했다. “올해에는 학교에서 지원을 받아 새로운 강사를 초빙해 내년 봄 학기까지 강의를 개설할 수 있지만, 그 다음 학기에는 그 자리를 어떻게 지켜갈 수 있을지 고민이다.” 그러면서도 “미국에서 한국어나 한국 관련 분야를 가르치고 연구하는 일이 보람 있다”며 “미국에서 가르치면서 학생들에게 ‘선생님’이라는 호칭으로 불릴 때마다 단순한 전문지식을 전달하는 것을 넘어 선생다운 선생이 돼야겠다고 각오를 새롭게 하곤 한다”는 말에선 자부심이 짙게 묻어났다.

최근 들려오는 미국 대학가 소식에 따르면 경기침체 여파가 꽤 오래 지속될 듯하다. 웰슬리컬리지도 비슷하다. 이 교수는 “어려운 재정상황 극복이 당면 화두”라며 지난해부터 행정인력을 축소하거나 학교 안팎으로 불필요한 낭비를 줄이는 개혁을 진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웰슬리컬리지는 장기적으로 다양하고 효율적인 커리큘럼 구성, 교수진의 학문 성취도 고양, 효율적 의사소통 및 평가체계 확립 등을 계획하고 있다. 최근 학제연구를 강조하는 한편 교수들의 연구 분위기를 강화하기 위해 학문적 성과에 따른 평가제를 도입했다.”
미국 대학에서 교수로 재직하길 원하는 학문후속세대가 많은 가운데 이 교수는 “각 학교마다 특성과 학생 구성이 다르기 때문에 자신이 속한 기관, 구성원의 특징과 문화, 비전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문화적 차이로 인한 오해는 생각보다 여러 곳에서 나타난다고 한다. “문화적인 차이에서 오는 요인을 분석하면서 학생 입장에서 다시 생각해보고 한국과 미국 문화의 차이를 설명하면서 조언한다면 훨씬 생산적인 결과를 창출할 수 있다. 진심을 담아 상대를 이해하고 자신의 입장을 이해시키려고 노력한다면, 재직 과정에서 부딪히는 문제를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이 교수는 현재 연구년을 맞아 학교를 잠시 떠나 개인연구와 논문작성에 매진하고 있다. 웰슬리컬리지는 종신제(tenure) 과정에 있는 조교수에게 1년간 연구년을 제공한다. 그는 오는 9월 다시 학교로 돌아가 학생들을 가르친다. 이 교수는 “한국에 대한 배경이 없는 학생들에게 한국어의 언어적 특성과 발전을 살피면서 역사, 사회, 문화와 관련한 전반적 이슈들을 다룰 것”이라고 앞으로의 계획을 전했다.      

>>인터뷰 전문 www.kyosujob.com

김유정 기자 jeong@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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