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을 담아내는 정치
삶을 담아내는 정치
  • 교수신문
  • 승인 2002.04.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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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깍발이]
올 봄은 유난히 황사가 심했다. 가뜩이나 대기 오염이 심한데 황사까지 겹쳐서 마스크를 하지 않으면 호흡이 곤란한 정도가 됐다.
놀라운 일은 점점 악화되는 서울의 대기오염과 환경악화에 대해서 어느 누구도 책임 있는 이야기를 하지 않은 것이다. 황갈색 모래 먼지로 뒤덮인 하늘과 마스크를 하고 다니는 보행자 사진이 신문 1면을 크게 장식했을 뿐, 이러한 문제를 진단하고 대책을 모색하는 정부 당국과 정치권의 논의는 없었다.

이런 문제를 크게 제기하지 않은 것은 그렇게 말 많은 주요 신문들도 마찬가지였다. 모두가 정치적 사건이나 현안에만 관심을 가지고 있어서, 정치적 사건아 아닌 것은 언론의 관심을 끌지 못했던 것이다.

서울의 대기오염 수준은 멕시코시티, 북경과 함께 세계 최고를 다투고 있다. 그런데도 서울의 아파트 값과 땅값은 대기오염 지수가 높아지는 만큼이나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삶의 질은 더욱 더 나빠지는데 화폐가치로서의 아파트와 땅 값은 천정부지로 오르고 있다. 당연히 제대로 된 자본주의 사회라면 살기가 나쁜 곳은 부동산 가격이 떨어져야 하는데 한국에서는 그렇지 않은 것이다.

바로 이러한 문제가 한국사회의 병리적인 단면을 드러내주는 것이다. 정치가 국민들의 일상생활과 유리돼 있을 뿐만 아니라, 당리당략에만 치우쳐 국민들을 짜증나게 만들어 오히려 국민의 삶의 질을 떨어뜨리고 있다.

한국의 정치에서 생활의 문제가 정치 쟁점으로 인식되지 못한 가장 큰 이유는 정치에 대한 잘못된 인식 때문이다. 언론 매체들에서 다뤄지는 정치는 정치공방, 폭로와 음모, 막가파식 선전과 선동이다. 모두에게 고통을 주는 생활의 문제를 외면한 정치가 사람들로 하여금 정치에 대한 불신과 혐오감을 갖게 만들었다.

정치는 권력을 둘러싼 암투와 공방이 아니라 생활의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이다. 스스로 권력이라 생각하는 주요 언론 매체가 있고, 무조건 대립하는 것이 정당의 역할이라고 생각하는 정치인들이 있는 한, 정치권력을 국민의 삶의 질을 무시할 것이다.

황사와 대기오염으로 숨쉬기조차 힘든 한국에서 장미빛 미래의 한국을 기대하는 것은 자기기만이다. 편하게 숨쉴 수 있는 한국을 만드는 것이 정치인의 과제라는 것을, 그리고 국민은 그것을 요구할 권리가 있다는 것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맑고 푸른 정치만이 맑고 푸른 대기를 가져다 줄 수 있다. 2002년 한국인은 구태를 벗어난 정치를 통해 황갈색 미래가 아니라 장미빛 미래를 꿈꿀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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